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노태돈, 한국고대사(경세원, 2014) 본문
한 때 이 나라, 이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운다던 사람들이
저주하던 명단이 있었지요.
언젠가 어느 중앙 일간지에는 그런 역사학자를 불에 태워 죽인다는
그러니까 엑스파일의 영향을 받은 트릭을 구사하는 소설이 연재되었었지요.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또 그 명단의 이름들이 하나둘 씩 고인이 되어가며 좀 조용하나 했더니
요즘들어 상고사니 뭐니하며 다시 그 명단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명 새로 등재된 인물의 고대사 개설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이번엔 교보에서 긁어왔습니다.
노태돈 선생님은 서울대 국사학과의 고대사연구 중심축입니다.
다량의 연구업적을 남긴 편은 아니지요.
그러나 다소 적은 수량의 논문들 중에 문제작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참 무서운 것은 학부 졸업 논문으로 적은 것이
6세기 고구려사 연구의 기본 방향이 되어버렸고,
석사논문은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한국고대사를 보는 관점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런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분도 어느덧 원로가 되었고
정년퇴임을 맞아 기념 논총과 본인의 개설서가 나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 정년을 기념해서 개설서를 내는 경우가 보이는데
(아마 서양고대사사 쪽에서 나온 게 시초이지 싶습니다)
이런 것은 나름 활력소가 되는 일입니다.
한국고대사에선 이미 김정배선생님 관련해서 3권짜리 개설서가 나왔었죠.
이 책과 달리 그 책은 공동 집필입니다만.
아직 이 책이 서울 시내 서점에 깔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8일 아침만 해도 잠실 교보에 한 권,
지금 10일 02시 현재도 잠실과 대구 교보에 이 책이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아마 내일 쯤에는 다들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짐순이는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했는데
보통 인쇄/발행일 전에 서점에 풀리는데 이 책은 기묘한 사례입니다.
이정전 선생님의 "경제학을 리콜하라"랑
마스터 아카이브의 RX-78 책을 진열되기 전
서점 창고에 들어오자 마자 낚아챈 적은 있지만 이건 또 신기하군요.
한 몇 달 전부터 고대사 개설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적당한 것이 없어 뒤로 미루던 중
이 책이 나왔으므로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되었습니다.
구성은 지면상 가려둡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독자보다는 학생들에게 더 필요할 것입니다.
이야기식 서술보다는 사실관계의 명시 위주로 되었으니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부족하면 좀 꺼끌꺼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강좌 1 고대편(1982년 책입니다)과
병행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 부체제설을 따르지 않는 학파의 경우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곤 무난한 책입니다.
최근에 나오는 고대사 입문서, 개설서들이
이야기 형식으로 큼직큼직하게 가거나,
많은 저자들이 세분화 서술하면서 너무 전문적인 면으로 흘러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면도 있었는데
단 한 명에 의해 쓰여진 개설서,
그리고 간만에 사실관계 위주의 입문서가 나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너무 두리뭉실한 책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아예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존재하거든요.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한국사강좌 고대편이 다시 쓰여지는 건데
이건 현재 학계 사정상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 되어갑니다.
이 책의 내용이나 경향에 대해선 따로 할 말은 없고
출판사의 편집방향이 맘에 들지는 않네요.
촘촘함이 극에 달해 미묘하게 가독성을 저해하는 편집이랄까.
종이와 편집 판형의 특색을 고려하지 않았달까..
이런 학술서적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들이
처음 책낼 때는 쓸데 없는 잔기술로 장난질을 하다가
좀 경험이 쌓이며 무난한 편집으로 돌아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말꼬리 ------------------
1.
이 책이 배송되는 곳은 춘천이었고,
마침 짐순이는 서울에 있었던지라
이 책을 보려고 경춘선을 왕복했네요.
보통, 이런 경우는 그냥 서울에서 책 한 권 더사는데
요즘은 경제사정이 그렇다보니.
2.
요즘 상고사논쟁과 관련한 뭐시기에 대해 따로 이야기 하겠지만
서울대 국사학과가 이웃 사회과학게열의 뉴라이트 놀이에 얽혀
대신 식민빠, 뉴라이트라고 욕을 먹는데
정작 그들은 민족주의에 가깝습니다.
몇몇 사안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우리 시각만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물론 이렇게 적으면 너도 그쪽이냐 욕을 먹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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