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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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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이찌사다가 본 수양제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 9. 15:17

짐순이에겐 콩으로 콜로니 낙하를 막을 수 있다해도 믿을 분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일본의 역사가 미야자키 이찌사다지요. 그의 역사연구는 엄정하기로 이름났습니다. 거기에 이야기꾼이기도 하죠. 중국사연구의 손꼽히는 수작인 "구품관인법연구"는 귀족이라는 신분이 유지된 사회의 시스템이 어떤 구도로 돌아가는가 알고픈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연구자들이 읽어봐야할 책이죠. 동아시아의 전제군주의 이상형을 알고 싶다면 "옹정제"를 읽어야죠.


특히 그가 쓴 글 중에, 아니 여태까지 읽은 역사책 중 가장 뛰어난 책은 "대당제국"(한국판 : 중국중세사)였습니다. 이 책은 20세기 일본의 중국사연구의 치열한 논쟁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 자체는 대중서지요. 사학사를 알고 읽으면 기나긴 논쟁의 한 측에 선(그는 교토학파의 중요 학자였지요) 인물이 그 장대한 역사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해 전율을 느낄 것이고, 모르고 읽어도 매우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찬 책으로 대하게 되지요. 게다가 제목은 대당제국이면서도 정작 당나라는 10% 정도 다룹니다. 그런데도 그것은 교토 학파가 중국 중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 시대의 특질이 당에서 어떻게 발현하는 가를 다루는 시대구분론의 가장 모범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어제도 지인에게서 야망이 부족한 지지배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짐순이의 꿈은 이런 글을 써보는 겁니다. 시대와 역사연구자들 연구의 역사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정말 시대의 특질을 담아낸.. 사실 짐순이의 야망은 큽니다. 다만 먹고사니즘과 연결되지 않을 뿐이지.


짐순이 인생, 네, 그리 길지 않은 19년에 가장 ㅎㅇㅎㅇ하게 만든 이의 책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95년에 돌아가신 분이니 신간이 아니라 이제 번역된 것이죠. 


간만에 그래24의 은혜를 받는군요. 오늘 산 키보드 커버가 후면 카메라를 막다시피 하다보니..


역시나 이 책의 미덕은 수양제를 다룬다고 해서 수양제만 덜컥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역사를 깊게 공부하고, 특히 이 시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안해도 됩니다. 수양제에 대해 논문을 쓴다면 수양제에 대해 다루면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지요. 특히나 자국의 인물도 아니고, 상당히 마이너한 인물이라면 어떻게 그런 인물이 나오고 사회는 어떻게 허용하고, 용납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위진남북조의 한 왕조인 북주에서 가장 뛰어난 군주인 무제와 그의 멍청한 아들 선제, 그리고 차츰 정권을 장악한 그의 아버지 양견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범용한 사람이 그렇게 썼다간 정말 두께만 두꺼운 지루한 책이 나왔겠지만 그걸 또 읽을 만한 책으로 만든 것, 거기에 알게 모르게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담아주는 건 대학자의 역량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수양제란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분이시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재미난 역사책, 그러면서도 배울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분이시라면 미야자키 이찌사다의 글은 지나치기 너무 아까운 보석입니다. 


말꼬리 ----------------

1

구품관인법의 연구는 전문서적입니다. 하지만 서론에 해당되는 한~당의 역사개설 부분은 읽어보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의 후속격인 "과거-중국의 시험지옥"도 재 출간될 예정이라는군요.(와우~!!)

2

1주일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스만 했더니 할 일이 밀렸네요. 안하면 죽는다고 혼난 일도 있으니 아아.. 올 겨울도 피를 토할 것 같군요. 안그래도 병원에서 검사한다고 피 엄청 뽑았는데!!!

3

오늘 아침부터 좋은 일들이 좀 터지는 걸 보니 올해는 좀 웃을 일이 많을라나.(2014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4

얼마 전에 나온 고려시대 한시집에 김부식의 글이 실려있는데, 그 중 한 편이 수양제를 디스한 시더군요. 총알만 튼실했음.. 김부식 빠수니는 웁니다. 

5

금서목록에 실린 책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혜택을 입지 않음을 밝힙니다. 그렇게 사달라고 해도 주는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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