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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일본의 천황가는 백제의 후손인가?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고대사 잡설

일본의 천황가는 백제의 후손인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5. 27. 14:07

1. 서론을 가장한 배경이야기



며칠전에 어느 게시판을 돌다가 일본의 천황가가 백제의 후손인걸 아느냐고 말하는 댓글을 읽었습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금방 까먹었습니다. 그냥 아직도 저 이야기를 많이들 하고 있구나..라고 놀란 기억이 납니다. 가끔 이야기하는 거지만 짐순이는 어린 시절 환빠였습니다. 그보다 약간 전에는 80년대 재야측 한일관계사 연구의 영향권 아래 있었습니다.(짐순이에게서 요즘 아이같지 않은 오래된 냄새가 난다면 그 영향입니다. 나쁜 환경!! 아이에게 역사책을 '너무 많이' 읽히는 건 해로와요..)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20세기가 만들어놓은 악령 속에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러나 19살 짜리의 눈에 들어오는 한국 사회, 어디나 안그런데가 있어야죠..


어떤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욕을 하겠지만 일본의 한국지배논리를 깨버리려는 노력이 한국 고대사연구의 반세기, 그 자체입니다. 특히나 한일관계사에 있어서 일본의 지배논리를 무시하거나 조목조목 반박하는 두 갈래의 흐름이 있었는데(실은 반박은 좀 늦습니다. 해방후 1세대들이 바로 달려들기엔 심정적 장벽이 컸죠. 호랑이를 잡으러 들어가다 내가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잡혀먹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당시로선 이해됩니다. 아마 보기도 싫었을 겁니다. 몸서리쳐지도록) 부카니스탄의 김석형에 의해 사고의 틀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죠.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삼국과 가야가 일본 열도에 각각의 분국(식민지)를 세우고 일본열도를 지배했다는 설을 내놓죠. 


백제와 신라를 지배하고 고구려를 무릎꿇렸던 임나일본부는 없다. 사실은 일본 고대사의 앞부분은 한국인들의 일본열도 개척사다. 


이 논리의 반향은 컸습니다. 일본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지요. 한국에서는 학계가 아직 일본사에 뛰어들기 주저하는 대신 재야에서 뛰어들었습니다. 짐순이는 80년대, 아니 한국 재야사학의 최대 성과물로 김성호 선생님의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을 꼽는데 바로 이 책은 백제 초기사가 일본의 고대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자기 나름'의 논리구조를 구추하여 해설하려고 한 걸작이지요. 그때 최인호 선생님의 역사소설 "잃어버린 왕국"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재기넘치던 70년대 최인호 문학의 흔적이 남은 작품이랄까..) 일본기행문으로는 매우 잘나온 송형섭 선생님의 "일본속의 백제문화"와 재일사학자 김달수 선생님의 책도 이때 나왔지요. 하여튼 이런 일련의 흐름에는 천황가도 백제계다, 일본의 고대사는 한국인들이 개척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마침 2001년이었죠? 현 일본 천황도 자기가 백제의 피가 섞여있다는 논지의 발언을 합니다. 한참 시들어가던 이야기는 이로 인해 다시 타오를 기회를 얻긴 했는데 아쉽게도 현재 논의의 상당수는 과거 이야기의 반복, 그것도 그 과거 논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짐순이가 니덜보단 더 가깝겠다.. 썅!) 정도라 인터넷 뇌내망상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그 파급력은 크기에 매우 엉성하게 널리 퍼졌지요.



2. 여기에서 알아야할 논점



가. 사실확인

일단 백제계의 피가 섞였냐 아니냐는 문제부터 다뤄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는 말입니다. 일본의 역대 천황들 중에서 '대제'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일단 메이지 정도가 가능하겠고, 중세야 거의 허수아비였으니 빼고 고대로 올라가면 헤이안시대 최대 전성기를 누렸던 환무/칸무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헤이안시대의 기틀을 다지고 북해도를 제외한 일본 열도에 통치권을 확립했지요. 이 칸무의 어머니가 백제계입니다. 족보를 따지면 무령왕의 태자인 순타의 후손 고야신립인데, 환무는 그의 소생입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것이고.


7세기 후반 이후 일본의 천황가는 크게 천지계와 천무계로 나뉘는데 천지의 아들인 홍무가 임신의 난으로 죽어 천지의 동생인 천무가 대권을 잡은 이후에 살아남은 천지계는 방계였습니다. 그러다 천무계의 혈통이 끊기자 환무의 아버지인 광인이 즉위하는데, 이때 환무가 태어났을 때는 그 집안 자체가 주류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광인에게는 정실부인이 있었고 어리지만 적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무는 방계 중에서도 방계였습니다. 나중에 여러 권력 투쟁을 거쳐 즉위하지요. 그러니 2001년의 발언은 크게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일단 백제가 망한 후 지배층의 일부가 일본으로 망명하는데 일본에서도 매우 대접을 한 편입니다. 특히 백제 왕실에서 의자왕에 가까울 수록 대접을 받았고요. 그 중에서 백제왕씨를 하사받은 이도 있습니다.(백제 약빨이 떨어지자 삼송씨로 개성하지만 적어도 직계는 메이지 초반까지 이어지죠. 현재는 방계) 일본 고대의 족보같은 "신찬성씨록"같은 책에는 고구려나 백제왕의 후손들이 많습니다. 일부는 자칭했겠지만 많은 부분은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환무가 태어날 때쯤에는 백제출신이라는 이점이 사라집니다. 망한지 오래 되기 시작했고, 또 이미 그들은 일본인이 되었거든요.


나. 그게 어떤 의미냐

현 천황이나 딸만가진 황태자는 한국에 대해 꽤 우호적이거나 나름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매우 치밀하게 짜여지고 봉쇄된 환경만 아니었으면 진작 방한했을 것입니다. 문맥상으로도 먼 조상 중에 백제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가까운 과거에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한국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장해나가고 싶다. 이런 의미의 말입니다. 다들 충격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현 천황의 성향과 매우 정제되어야 하는 행동과 발언의 규제 사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거죠.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전국시대 초기 현재의 오사카 일대(정확히는 오사카부 사카이)를 장악하고 대외무역을 장악했던 오우치씨는 자신들이 역시 무령왕의 자손임을 조선으로부터 인정받고 특혜를 누렸어요. 조일무역의 무역제한을 넘겨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했지요. 그 중 한 명은 충청도 어딘가에 묘자리도 받았던가.. 이건 정확하지 않네.



3. 뭐, 그래서 어쩌라구 



거듭말하지만 사실 피가 섞여있다는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교류가 매우 활발하지 않았다는 동아시아 3국의 역사에서 피가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하다못해 장동건의 조상은 서아시아 출신이고, 화산 이씨였던가요? 거기 시조는 베트남의 이씨왕조가 멸망할 때 탈출한 왕족이지요.(정확히는 마지막 왕의 숙부) 그 반대도 존재하죠. 당에는 고구려와 백제 지배층이 대다수 끌려갔지요. 그외에도 서역에서 활동한 고선지나 산동반도를 일시 영유한 이정기라던가. 먼 후대의 일이지만 임진왜란 때 명의 구원병을 이끈 이여송도 그의 아버지인가 그 앞대인가 명으로 건너간 조선인이지요. 고려 왕실 후반은 아예 몽골의 황금씨족의 일원이 되었지요. 일본에도 위에 말한 것 이상으로 많이 갔지요. 반면에 백제에서는 일본계 관리들이 활동했습니다. 


이런 이주/귀화의 역사를 두고 현재의 국경에, 현재와 가까운 역사에 대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일본영토의 영유권이라도 주장하시려고요? 오히려 저쪽에서 다시 미친 놈들 나오면 한반도의 전통적 영유권자들의 후손이 사라진 상태(물론 조선왕조는 후손들이 많죠) 거/슬/러/갈/수/있/는 가장 오래된 지배자의 후손은 우리다. 그러므로 한반도 우리꺼다.. 이런 얘기 안나올 것 같아요?(물론 적어도 현 천황가의 장자까지는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만.. 그 아랫것들이 말이죠)


뭐, 동아시아에선 워낙 민족간의 구별, 국가의 장벽이 일찌감치 만들어졌으니 그럴 일이 없었지만 유럽 중세에 국민국가가 형성되기 전에 치고박고한 상당수의 이유가 그거죠. 저 나라에 왕이 자식이 없어, 아! 울 엄마의 고모가 저 나라 공주군! 나는 그 나라의 정당한 왕위 계승자다!!! 햄릿에서도 그 왕 죽고, 햄릿 죽어 이을 사람이 없으니 갑자기 마지막에 배타고 온 이웃나라 왕자가 '나 이 왕실과 가장 가까운 혈연임' 이러고 왕이 되죠. 천 오백년 전의 일이 현재와 얼마나 깊은 관련을 맺는다고 갖다 붙입니까. 그거랑 똑같은 거 듕궉에게 당하고 있잖아요. 동/북/공/정이라고. 청나라때 우리땅, 지금 우리땅, 그 땅의 역사는 우리역사.. 그건 나쁜 역사고, 이건 착한 역사입니까? 우리도 고려 후기엔 몽골 피가 섞였으니 나중에 우리도 몽골겁니까?(물론 고려 왕조가 끊어졌으니 망정이지.. 에휴..)


천년 전에 있었던 어느 결혼식에 대해 ㅎㅇㅎㅇ거리기 보다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해서 이기고 있다는 뉴스에 ㅎㅇㅎㅇ거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말꼬리 --------------------------------------------------

1.

이제 본격 친일블로그로 낙인찍히는 건 안시간문제. 의외로 여기가 듣보잡이라 뭐 묻어가겠지.. 이러고 씁니다. 이보다 더 어린 시절에 '일본뇬은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어봐서 멘탈이야 안망가지겠지만 아직도 그 때 일이 궁금해요. 일본 편 들지도 않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짐순이 족보도 규정하는지..

2.

언젠가 따로 글을 파려다 결국 이 말꼬리에 쓰는데, 천황이라는 용어에 대해 너무 과민한데 사실 그건 그들이 천년 넘게 쓰기도 했지만 역사용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세계질서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신사참배하는 것도 아닌데 요즘 표기도 현지 표기 존중하자는 마당에 너무 과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자주 쓰이진 않았지만 그 호칭 역시 중국에서 건너간 겁니다. 황제라는 표현에 눌려 안쓴 거지만요. 하여간 그 논리라면 우린 황제라난 단어만 들어도 구역질을 해야해요. 그런데 우린 황제국이었다고 주장하잖아.

3.

요즘 일고 있는 야구계의 어떤 논란에 대해 혹사면 혹사지 착한 혹사가 어디있냐는 말이 있는데 짐순이도 동감해요. 역사나 야구나 왜그러고 사는지 19세 청순가련병약미소녀는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4.

요즘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두유 노 싸이, 두유 노 김치를 강요한다고 말이 많은데 그것도 기원따지다보면 두유 노 한일관계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

그냥 단순흑백논리로 살아가는 게 가장 편하게 사는 길이긴 합니다.  

6. 

피 좀 섞이면 어때. 족보를 그대로 믿자면 짐순이는 친일파보다 더 대단한 친원파의 후손이라구.. ㅆㅂ..(그래서 대일본제국이 제국이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던가... 몽골울루스-몽골제국-에 비하면야 구멍가게.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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