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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20:43

이 문제는 사실 고대사를 둘러싼 시대구분의 문제입니다. 고대의 종언을 삼국통일전쟁으로 볼 것이냐, 후삼국과 고려의 재통일로 볼 것이냐. 지금도 널리 인정받는 설은 나말여초설입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꾸준히 삼국통일전쟁기를 고대와 중세의 경계로 보는 설이 많이 나옵니다. 통일신라와 발해를 중세에 편입시키는 것이지요. 


또한편 이는 고대국가성격론과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체제설과 (지금은 쪼그라드는) 연맹왕국설이 대립하고 있어 보이는 형국이지만 사실 은근히 삼국초반부터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가졌다는 설의 영향은 남아있습니다. 삼국통일기분기설의 일부는 그 부분에도 영향을 받았지요.(삭주에서 멀리 보자면 그렇다고 해두죠. 면피용 발언


학설사라는 흐름에서 보지 않고 이 논쟁에 끼어들면 일부분만 보기 쉽습니다. 또 거기에 중대전제왕권론과 그를 부정하는 논리도 섞여서 매우 혼잡하지요. 그런데 사실 그 쪽은 잘 모르는 관계로 넘어가고(이봐, 짐순양, 댁은 부체제론도 모르잖아여. 겸손한 척하긴 개뿔)


하여간 통일신라와 발해(특히 신라)를 중세로 보는 논의의 출발점은 통일신라의 국가운영시스템(일부러 관료제를 연상시킬 단어는 뺍니다)이 매우 정교하고 위계가 분명한 체계로 본다는 점입니다. 마치 왕과 의정부 그리고 6조가 관품과 관할영역이 분명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죠. 다들 통일 이후 신라에서 집사부를 중시하는 것은 견해가 일치하는데, 어떤 분은 집사부를 마치 3성 6부같은 조직의 정점에서 모든 관부를 제어하는 사령부처럼 본다는 점이죠.(그게 그거같지만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집사부에서 모든 것이 뻗어나가는 조직도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라의 관부 조직에서 집사부가 왕과 가장 밀접한 것은 거의 이견이 없다 할 수 있으나 가장 쎈 조직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요. 이를테면 병부같은 조직이죠. 삼국사기 직관지를 보면 꽤나 정교합니다. 3성 6부 조직은 아니래도 당시의 국제적 흐름에 맞아 보이는 관부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듯 보이지요. 


그러나 그 관부들이 실제로는 작업의 연결고리, 상하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부와 청의 관계나 부 안의 국같은 연결고리가 의외로 적다는 것입니다. 그냥 관청만 있으면 관료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물론 령-경-대사-사지-사라는 조직 직무 구성은 당의 조직운영 원리에 매우 가깝습니다만) 그게 얼마나 실제로 움직였는가를 보여주진 않는 다는 것입니다. 또 직관지류의 자료는 스냅사진이 아니라 노출을 수백년에 걸쳐 잡은 사진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죠.(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2017년의 대한민국의 정부조직도에 1950년대의 부흥부, 1980년대의 동력자원부, 2000년대의 정보통신부가 동시에 수록되어 있달까)


사실 신라의 관부조직은 당나라보다는 한나라의 조직에 더 가까운 면이 있습니다. 미야자끼 이찌사다가 말한 선단 내의 독립적인 함선이라는 이미지죠. 겉으로는 중국의 선진 관료시스템을 가져온 것 같지만 내부 운영원리는 여전히 골품제에 기대는 형태로 운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욱 커집니다. 솔직히 관료제론이라 할만한 시스템은 조선시대 이후에야 뿌리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죠. 지난세기 80년대에 고려사쪽에서 관료제냐 귀족제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관료제의 외피를 입은 귀족제가 아니냐로 봅니다만 여튼 관료제설은 더 약해졌습니다.(고려사회의 귀족제설과 관료제론을 가지고 계시다면 매우 기념비적인 책을 소장하고 계신 겁니다. 정말 재출간해야하는 책이죠. 고대사하는 사람들도 봐야합니다)


요즘, 통일신라의 지방군조직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는데 보통은 그 군관조직의 규명에 집중된 느낌입니다. 물론 중요하지요, 각 군단의 지휘조직을 이해하면 그 해당 제대의 성격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편제냐 서류상의 편제냐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발해의 관부조직은 당 후반, 주로 현종조에 개편된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특히 고려의 특징인 2성 6부제는 당현종 때의 제도지요. 3성 중 2성이 통합된 거요. 동시기의 일본도 태정관과 신기관의 병존같은 독자적인 부분 빼고는 당의 제도를 Ctrl+C, Ctrl+V하듯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나라보다 당"빠"로 보이는 신라가 의외로 당의 조직을 일부만 가져왔다는 점은 특이합니다. 사실 발해와 일본이 더 선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얼마나 제대로 운영했는지는 솔직히 회의가 들 정도입니다.


어쩌면 6세기 신라에 등장한 군주라는 관직이 하나 힌트가 될런지도 모릅니다. 위진남북조시대에 등장한 군주라는 관직은 대규모의 병력을 거느렸습니다만 서서히 남북조 병립 시기에 들어서면 소규모 부대의 지휘관으로 서열이 떨어집니다. 군단장이나 사단장급이 대대장급이 된달까? 그런데 군주제가 없어질 무렵에 군주제를 들여온 신라는 당시 수나 당의 군사조직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란 점입니다.(물론 통일전쟁기의 행군조직과 총관, 그리고 진법 수용은 있지만) 또 분명 북위 이해로 도성 내 군주의 거소가 북에 위치한 걸 보면서도 자기들은 여전히 정 중앙에 왕궁을 유지하지 않나.(어떤 이는 일본의 후지와라경의 내부 구조도 신라의 정보제공으로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실제 편제와 서류상 편제가 구분되지 않는 선에서 시계 톱니와 같은 작동을 생각하는 것은 과잉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꼬리 -----------------

1. 

이번에는 간간히 암호문이 등장합니다. 대개의 경우이런 글은 흥행을 포기한 글이지요.

(레빌장군 : 짐순양, 어차피 여긴 듣보잡 군소블로그예요)

2.

맨 마지막 군주의 경우는 위진남북조 초반의 군주 개념을 나중에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그 군주와 이 군주 사이에 아무런 열결고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신라에서 그냥 한자 조합해서 작명했을지도 모르는거죠.(이것은 열추적미사일 회피용 플레어 사출!)

3.

어제까지만해도 고구려 초기 왕도 글을 보던 것 같은데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

4.

아무리봐도 부체제론자도 아니고 연맹왕국론자도 아니고, 집권국가론자도 아니고, 전제왕권론자도 아니고.. 사실 강진철 선생의 무인정권, 고중세 분기론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 그 논지를 이해하는가는 또 별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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