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005. 텔레토비 동산의 자유가 사라지는 날.. 본문
넓~고 푸른 꼬꼬마 동산에 텔레토비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
하나(하나), 두울(두울) 세엣(세엣), 어어~ 네엣(네엣) 와~넷이다!
네엣 뿌우우~웅
<꼬꼬마 텔레토비~>
꼬꼬마 텔레토비 시간이에요 텔레토비 친구들 안녕
보라돌이(보라돌이), 뚜비(뚜비) 나나(나나), 뽀오(뽀오)
텔레토비, 텔레토비~ 친구들 안녕~(안녕~)
보라돌이(으~흐), 두비(이~히), 나나(와~아), 뽀오(에~헤)
텔레토비(텔레토비), 텔레토비(텔레토비)~ 아이 좋아 (아이 좋아!)
RGM-79는 텔레토비의 애청자였습니다.
방영 첫날부터 애청하기 시작해
어느새 BBC의 텔레토비 홈페이지를 뒤적이고, 시디를 사고
선배의 아이들과 누가 더 귀엽네를 가지고 애가 울 때까지 싸우기도 하고
(RGM-79는 뽀가 제일 좋았더랬습니다. 아이 둏아~~)
매일 아침에 본 방송내용을 선배들 앞에서 매일 재현하기도 하는
요즘말로 광빠의 전형을 다 보여주고 살았죠.
오늘은 그렇게 좋아하는 텔레토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정말 텔레토비 오프닝을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과의 구별과 차별이 생기는 것은 청동기 시대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호혜평등의 시대였던 것이
청동기시대를 거치며 사람과 사람의 차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것은 생산도구와 제작기술이 공유되느냐 독점되느냐의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넓고 푸른 꼬꼬마 동산,
텔레토비 친구들이 한가하게 살고 있던 시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저 먹을 것이 생기면 나눠 먹고 풀밭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니면 되었습니다.
나이는 보라돌이가 많았지만 어린 동생들을 잘 이끄는 좋은 형, 오빠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은 보라돌이는
사자와 호랑이가 어흥대는 산 속으로 혼자 들어갔다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말입니다)
핸드백 한가득 돌을 담아옵니다.
보라~ 보라~ 보라돌이~ 우후후~ 아주 중독성이 강했죠.
뚜비와 나나, 뽀는 보라돌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보라돌이는 그 반응에 아랑곳 않고 가져온 돌들을 솥에 넣고 불을 붙입니다.
아직 어린 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를 못해 고개를 갸우뚱,
나나와 뚜비는 보라돌이가 이상한 짓을 한다며 웃어주고는
각자 모자를 쓰고 산보를 하거나 치마를 입고 춤을 추거나 공놀이를 합니다.
한참 돌을 끓이던 보라돌이는 돌들이 녹아 용암처럼 시뻘건 물이 되자
틀에다 그 물을 붓고 한참 있다가 자신있게 말합니다.
“자 완성되었어”
어떤 물건은 칼처럼 생겼고, 어떤 물건은 삽처럼 생겼습니다.
“이건 뭐야?”
“아, 그건 칼이야. 아. 아. 함부러 휘두르면…”
나나가 칼을 들어 아무 생각없이 휘두르다 그만 뚜비의 모자를 베어버렸습니다.
“우왕~ 내 모자, 내 모자.”
싹둑 잘린 모자를 들고 뚜비가 울고 있습니다.
그런 뚜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라돌이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나나가 휘두른 것은 칼이라고 해,
이건 우리가 사냥을 해서 고기를 구할 수 있거나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동물을 물리칠 수 있어.
그리고 이건 농기구들, 우리도 조금 있으면 어른이 되니까 언제나 까까랑 맘마만 먹고 살 수 없잖아?
이것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어. 이건 다 내가 만들어줄께”
뽀가 물었습니다.
“보라돌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을 수 있어. 누가 가르쳐 주거야?”
그러자 보라돌이는 텔레비전이 달려있는 배를 자신있게 내밀고는
저 위의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어~기~ 햇님이 나한테만 알려주셨어.”
가장 유쾌한 뚜비
그날부터 텔레토비 친구들은 농사도 짓고 사냥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잘드는 칼은 이따금 텔레토비 동산에 나타나는 사자로부터 몸을 지켜주었고
꽃과 토끼들이 가득하던 들판을 농토로 바꾸는데
삽과 쟁기는 아주 요긴한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도구도 쓰다보면 닳는 법.
세 명의 아이들이 다 닳아빠진 도구를 보라돌이에게 가져가면
번쩍번쩍하는 새 것으로 바꾸어주었어요.
텔레토비 친구들은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닳아빠진 도구들을 바꾸려고 찾아가자
보라돌이는 어께를 주무르며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어요.
“계속 일했더니 어께가 아프네.”
눈치 빠른 뚜비가 보라돌이의 어께를 주물러주었습니다.
“일을 너무 많이 했더니 공놀이나 하고 싶다.”
머뭇거리던 나나가 공을 가져다주었어요.
“잠시 바람을 쐬고 오면 좋을 텐데 뭔가 타고가고 싶어.”
뽀는 ‘이걸 타고 놀아’하고 씽씽카를 건네주었습니다.
눼, 정말 나나가 제일 예쁘다는 유딩들과 매일매일 싸웠습니다. -_-;;;;
이제 텔레토비 친구들이 보라돌이에게 새 도구를 달라고 할 때마다
무언가를 주던가 일을 해줘야했습니다.
사냥을 한 고기의 일부, 가을에 거둔 곡식의 일부를 나누어주었고,
그가 부탁하는 일은 다 들어줘야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마냥 좋았습니다.
보라돌이가 씽씽카를 타고 멀리 놀러 나간 날
도구들이 망가졌는데 바꿀 수가 없어서 손으로 땅을 파거나 동물을 사냥해야 했거든요.
그 고생을 해본 친구들은 도구의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았습니다.
자기들은 돌을 끓여 신기한 도구를 만들 줄 몰랐거든요.
보라돌이의 부탁은 참말로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라돌이의 요구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보라돌이의 요구가 너무 많아.
우리가 힘들게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지으면 죄다 가져가잖아.”
그래서 다들 항의하러 갔습니다.
“보라돌이야, 넌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 우린 더 이상 들어주기 싫어!”
그러자 보라돌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내 도구는 쓰지마. 손으로 땅을 파고, 손으로 동물을 사냥해봐. 어디.”
“보라돌이, 네가 뭔데 우리들의 대장처럼 구니?”
보라돌이는 저 하늘에 떠있는, 방글방글 웃고 있는 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도구를 만들 줄 아는 기술은 저~어~기 햇님이 주셨어.
내가 너무 귀엽고 착하고 머리가 좋으니까. 나한테만 살짝 알려주신 거지.
그러니까 난 너희들보다 더 위대한 존재야. 불만이 있으면 햇님한테 말해봐.”
물론 처음엔 나나 됴, 돟아했지요.
가슴에 반짝거리는 거울을 단 보라돌이의 가슴은 햇빛처럼 빛이 났습니다.
“나와 햇님은 하나야. 나도 햇님처럼 반짝거리는 존재야.”
한 손에 방울을 들고 흔들었습니다.
“나만이 햇님과 대화할 수 있어. 어디보자.. 햇님이 너희들보고 나한테 복종하래.”
햇님과 친하다는데, 햇님이 명령하셨다는데 친구들은 반항을 할 수 없었습니다.
보라돌이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칼을 빼들며 말했습니다.
“나만이 이 칼로 너희들을 아야아야하게 만드는 못된 녀석들을 물리칠 수 있어.”
그날의 반란은 아주 간단히 진압되고 말았'읍'니다.
보라돌이가 단단한 도구들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도 없고,
이미 다 커버린 마당에 옛날처럼 과자만 먹을 수 없었습니다.
고기의 맛, 오래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도구의 편리함은 마치 마약과도 같이 떼어낼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 우리들의 낙원..
우리 친구들은 이제 보라돌이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버렸습니다.
보라돌이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맛난 것들을 음미하고 있었고
뚜비는 보라돌이에게 시원해지라고 부채질을,
나나는 치마를 입고 여흥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춤을,
뽀는 보라돌이가 ‘빌려준’ 씽씽카를 타고 심부름을 다녀야 했습니다.
드디어 텔레토비 동산의 자유와 평등은 사라졌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006. 상제님이 보고계셔”로 찾아뵙니다.
엄훠낫, 당신의 옷고름이 비뚤어졌어요.
위 그림의 출처는 http://www.bbc.co.uk/cbeebies/teletubbies/make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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