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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때론 돌다리도 두드려야 한다..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고대사 잡설

때론 돌다리도 두드려야 한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1. 28. 16:44

학문의 분야에 따라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 못하는 게 있다. 


고고학자가 암만 말해도 문헌사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다. 지역에 따라 토층이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 시굴방법이라도 유구에 반영되는 게 다르다. 하다못해 강원도만 해도 영서와 영동이 다르고, 영서 안에서도 춘천과 영월이 다르다.(영월은 흙이 구석기 토양이다!!!) 이른바 경상도에서 발굴로 뼈가 굵은 사람이 강원도 오면 헤메는., 방금 이걸 써놓고도 사실 짐순이가 이해하는 건 영월의 토양 이야기 뿐이다. 직접 봤으니까. 가끔 고고학자들은 문헌사, 특히 고대사쪽이 고고학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고고학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읽고 있던 책을 던진 적이 있다. 예전에 고성문암리에서 신석기 농경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흥분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거 발굴한 사람이 이 지역 토층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와 반대되는 게 있으니 고고학자가 순진하게 문헌기록을 ctrl+C, ctrl+V 할 때다. 고고학 유물은 마치 고생대 화석처럼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물인 것처럼 고대사 기록도 살아남은 기록이며, 그것을 남기고, 보존하고 물려준 이의 주관이 흠뻑 배어들어갔다. 사서엔 필법이라는 것이 있어 침소봉대도 하고, 토층이 교란되듯 기억/기록도 교란되는 것이 있다. 내가 이웃집 철이와 언제 손을 잡았던가 중1때인가, 2때인가 애매할 때도 있다.(철이가 아니라 옆동네 동이일 수도 있다!) 내가 먼저 전쟁을 걸었어도 쟤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 적으면 끝이다. 그런데 그것을 순진하게 절대적 기록으로 착각하고 고고학 유물과 연결시키면 당황스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이때는 문헌사가가 고고학자들을 보고 문헌 이해력이 딸린다고 비난할 때다.


그나마 이것은 애교다. 어차피 고고학을 뼛 속 깊이 이해하는 문헌사가는 그리 많지 않으며 고고학자들이 사서의 편찬원리를 이해하기엔 연구해야 할 유적이 너무 많다. 현장 나기기도 바쁜데 언제 그걸 다 봐? 개인적으로 상대편을 무식하다고, 자기 영역의 하위 분야라는 개잡소리만 지껄이지만 않으면 된다. 사실 말로만 교류했지 근본적인 교류가 없었던 탓이다. 그건 앞으로 서로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공유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다. 개인적으로도 언젠가 가까운 고고학자에게 삼국지 동이전 삼한조 기사의 속성을 전화로 한시간 가량 설명한 것은 그래도 보람찬 일이었다.


문제는 자기 영역안에서의 이해도다. 그나마 짐순이에게 가까운 문헌사를 예로 들자면 일본서기를 적극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좋은데, 최소한 그 사서의 기본 속성을 모르고 C,V하고(2주갑인상론을 알거라고 기대하는 게 오히려 미안하다), 삼국사기가 신라중심 사관이라 말은 잘들 하던데 삼국사기 전체 편제가 동양역사서의 편찬에서 얼마나 이단적인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던가.. . 이건 하도 떠들었으니 이번엔 통과!


얼마전에 추천받아 읽고 있던 책에서 한.중.일 역사학자들이 백여년에 걸쳐 해당 사료의 성격을 규명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건져놨더니 순진하게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 적어버린 것을 보고 '아놔, 이건 학부생 언니옵하들도(짐순이보다 더 어른들 말이다) 다 아는 거라구 ㅆ!'이라고 했었는데 이건 그 사람의 공부가 부족한 건지, 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걸 내놓지 못한 우리 잘못인지 감이 안잡히더라. 


방법은 하나다. 전화걸거나 찾아가서 물어보는 법 밖에 없다. 때로는 서문에다 누구에게 물어보러 다녔다고 해놓고 결코 그 사람이라면 권하지 않을 이야기를 당당하게 쓰는 경우도 있지만(그래서 그 책을 어떻게 처단할까가 고민이다..) 그래도 대개의 경우는 배우는 게 있다. 적어도 짐순이는 고고학개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지만 적어도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않을 정도의 조심성은 갖추게 되었다. 어깨선, 토층 이런 얘긴 아직도 모르겠다니까!!


말꼬리 ---------------------------------------

1.

오늘 글은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

2. 

일본서기의 연대를 비정할 때 쓰는 유서깊은 방법론인 2주갑인상론을 알고 있는지 스스로 무서울 때가 있다. 

3. 

앞에서 살짝 디스한 그 책이 처음 나올 때 정작 다른 문제로 싸움이 났었다고 들었는데, 짐순이같으면 이걸 깠다. 그 논제는 둘다 맞는 거라 볼 수 없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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