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문무왕 10년, 한 승려의 죽음.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문무왕 10년, 한 승려의 죽음.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9. 11:45

원문

六月 高句麗水臨城人牟岑大兄 收合殘民 自窮牟城 至浿江南 殺唐官人及僧法安等 向新羅行


해석

6월 고구려 수임성 사람 모잠 대형이 흩어진 백성들을 모아 궁모성에서 패강까지 이르며 당나라 사람들과 승려 법안 등을 죽이고 신라로 향했다.



삼국사기 6, 신라본기 6, 문무왕 상, 문무왕 10년조. 언제나 그렇듯 모자이크는 설레게 합니다.;;;

원문에 연잠年岑대형으로 나와 있지만 다른 기록들을 대조해보면 모잠牟岑, 즉 고구려 부흥운동을 이끌었던 검모잠입니다. 중종 초에 만든 목판본(그러니까 정덕본이라 부르죠)에 연잠이라 적혀있고, 그 뒤 영조 때 펴낸 금속활자본(주자본이라 부르고 여기서 사용하는 원문은 다 이겁니다)에도 똑같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정덕본을 교감한 이강래 선생님이나 정문연본 삼국사기의 교감을 하신 분들 덕에 원문의 오류를 따라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지요.


670년, 점령한 후 어수선한 분위기는 지난 수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던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당과 신라가 보기엔) 아무리 악이었더라도 700년간을 이어져온 국가입니다. 남쪽지방과 요동만 따져도 300년. 그런 국가의 공백은 쉬이 채워지지 않는 틈을 만든 것이죠. 연남생을 따라 항복한 친당파라던가, 당에서 급히 파견한 사람으로도 그건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고구려의 잔존세력이 저항을 하고 있었고, 신라와 당은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그래서 당이 전후 고구려의 지방편제를 정리하는 와중에 아직도 저항하는 성이나 도망간 성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돕니다.


오늘 주목할만한 인물은 검모잠이 아닙니다. 전에 "문무왕 9년,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에서 소개한 당나라 승려 법안이 다시 등장합니다. 법안은 1년전에 나당전쟁이 발발하는 와중에도 신라에 와서 자석을 요구하는 칙서를 전달합니다. 분명 중국에도 자석산지가 있을텐데 이건 단순한 의미가 아닐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이상훈의 나당전쟁연구를 보니 중국에 자주磁州라고 자석산지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이 자석요구는 다른 정치적 의미를 함유하였다는 이야긴데, 그때는 이 법안이라는 승려에 대해 깊이 생각치 않았습니다.


당 황제의 칙서 전달이야, 대놓고 사신이 오가기 힘든 상황에서 승려를 파견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비공식적인 통로로 사용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정치적인 관료가 파견되는 것보다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불교를 믿는 나라라면 효과는 크지요. 또 그 당시에는 승려가 가장 지적인 계층에 속합니다. 오해를 부를 말실수가 적고 또 상대방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죠. 아예 수나라에 고구려공격을 청하는 국서를 원광이 쓰기도 합니다.(20세기 중후반식으로 말하자면 미국유학생이죠) 그래서 법안이 피견되는 건 이상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해 법안은 한반도 중부지방에 있었고, 또 다른 당인들과 함께 죽임을 당합니다. 


고구려가 불교를 안믿었다면 법안이 악마로 보였을 상황인데

(마치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19세기에 신부나 선교사들이 죽은 것처럼요) 

그렇지는 않았지요. 

특히 평양천도 전후하여 남쪽에 절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그렇게 거부감이 들리는 없었을 겁니다. 

더욱이 불교문화권에서 승려를 죽여 부흥군집단이 얻을 이익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납니다. 


승려 법안은 승려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석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하는 단순전달자가 아니라

 당의 동방지배정책과 관련해서 크던 적던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점령지에서 당의 입장에서 활동을 하였기에 

부흥군입장에서는 처단해야할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말꼬리 :

물론 읽기에 따라서 당나라사람들 죽는데 옆에 있던 법안에게 불똥이 튀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주어진 자료에서는 왜 그가 거기 있었는가를 생각한다면

역시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타당한 해석이라 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