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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딴 책.. 본문

어떤 미소녀의 금서목록

역사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딴 책..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5. 10. 00:16

원래 성격이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많이 벌려놓는 편이다.

책도 한 우물만 깊이 파지 않고 이것저것 읽어댄다.

어제는 일본 고대사, 오늘 오후는 터키사, 밤에는 잠수함책,

자기 전엔 건담책.. 

머리 맡에 쌓아둔 책도 당나라 율령제부터 기술서적, 과학잡지, 라노베까지 다양하다.

원래 1분 전에 본 미녀 얼굴도 기억못하는 머리라

정작 전공에 대한 세세한 사항은 잘도 까먹는다.

좔좔 왼다고 하는 것도 실은 10년을 넘게 보다보니 절로 스며든 것,

어찌보면 일반적인 전공자 모습은 아니다.

(그러고도 회사에서 만드는 터키사 교재의 오류 잡아내는 일도 한다.

누가 전공이 터키 고대사냐고 묻는 자학개그도 나왔다)


한국 고대사에서 시대는 삼국시대 후반, 국가로는 고구려,

주 관심 분야는 정치제도와 전쟁을 중심으로 한 대외관계..라고 자기 소개를 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은 건 다른 분야의 책인 것 같다.

여렸을 때는 중국사, 나중에는 세계사, 요즘엔 과학기술..

한번 도움을 준 책들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1. 에드워드 루트왁, 『전략』, 경남대 출판부, 2010.

이 책을 보면서 내내 떠오른 말은

'다리 따위는 장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모르신다니까요'라는 건담의 명대사였다.

이론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전략이나 전술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은데

현대의 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한 무기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에 드러나지 않은 행간을 찾는 책 보기가 어려운데

이 책은 규정상, 서류상의 움직임과 현장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이와 가장 가까운 책으로 마르틴 반 크레펠트의 보급전의 역사가 있었다.


2. 안병구,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집문당, 2008

해군, 그것도 잠수함빠라서 넣은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이 잠수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을 겪어왔는지,

진짜 잠수함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경험담이 꽤나 큰 도움을 주었다.

위의 전략에서도 무기체계 도입과 운영에서 빚어지는 기술적인 문제를 잘 다루었지만

이 책은 실제 벌어진 이들이다.

전쟁을 공부하면서 제일 싫어한 게 탁상위의 스펙암기였는데

스팩이 적힌 서류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논란과 러시아 잠수함 도입시도과정에서 보인

문서와 현실과의 괴리,

일은 어떻게 망쳐질 수도 있는가에 대한 정말 좋은 실례였다.

아무래도 제도라는 것을 공부하다보면 현실감과는 떨어지는데

이 두 권의 책은 균형감각을 갖는데 도움을 주었다.


3. 와타나베 신이치로, 천공의 옥좌, 신서원, 2007.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은 그동안의 공부와는 좀 떨어진 이야기라서 소화시키는 게 벅차다.

중국의 고대 제국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을 확립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직도 우리가 하고 있는 정체제도 분석을 넘어선 의례까지 염두에 둔 책이다.

이 책을 넘어서는 순간 E.H. 칼슘아저씨 말마따나 지평선이 넓어질꺼란 기대를 하는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쉬엄쉬엄 읽다보면 머리 속에 너무 많은 물결이 밀려와 시간이 걸릴듯하다.

평소에 관심도 안주던 삼국사기 제사지를 눈여겨봐야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4. 일련의 우주과학책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필로그창백한 푸른 점이라던가 

아시모프의 인간을 위한 과학천문학입문이라던가

뉴톤지에서 나온 태양계의 모든 것 등등의 책들.

태양계가 생겨나고 별이 생겨나는 메커니즘에 대한 얘기는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잘 알아듣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력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등에서

국가와 국가의 역학관계나 정체세력간의 갈등구조를 이해하는 힌트를 얻었다.

천문학이라는 학문은 의외로 역사학과 가장 가까운 학문이지 싶다.

지나간 역사를 읽어낸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칼 세이건의 책은 역사책 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5.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 황금가지, 2009.

야구의 성인이 지었다는 야구의 성서!

야구를 배우고 싶다면야 잭 햄플의 야구 교과서를 보면 되지만

야구라는 운동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놈의 층위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어찌보면 역사책보다 더 역사적인 책이다.

맨날 궁금해하던 높으신 분들은 모르는 하부구조와

그 아랫 것들은 모르는 높으신 분들의 층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6. 일년전쟁(전)사 상하, 길찾기, 2009.

정말 3권 아니 4.5부를 샀다.

일어 원서(상권), 소장용, 포교용, 감상용, 스캔작업용..

개인적으로 건담빠, 은영전빠, 마리미테 빠이긴 하지만

그저 빠심으로 이 책을 고른 건 아니다.

43편의 TV시리즈, 3편의 극장판, 그외 약간의 외전 OVA를 가지고

마치 진짜 전쟁사를 보는 듯한 느낌의 역사책을 만들어내었다.

이걸 만든 게 흔한 건담책 만드는 전문출판사가 아니라

역사군상같은 역사서를 펴내던 각켄(학연)에서 만들었다는 것.

적은 양의 사료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라

어느 책보다 충격으로 다가오긴 했다.

조조가 손권을 보고 '자식을 낳으려면 저런 놈으로 낳아야지'란 말을 했다는데

정말 이 책은 전쟁사책은 이래야지..란 생각을 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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