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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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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학계&전시소식

루브르전을 보고 왔습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7. 20:42

도록은 꼭 사는 겁니다.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루브르박물관전을 보고 왔습니다.

전국을 떠도는 아해라 그 동네 남부터미널은 종종 이용했는데

예술의 전당은 그렇게 갈 일이 없었습니다. 뭐 예술적이지는 않아서요..;;

그런데 급하게 수업 하나를 뛰어야한다는 연락이 왔고, 

그런데 그 전시를 보지 않아 사전답사로 혼자 갔습니다.


사진이 적은 도록인데도 화가 안나는 건 네가 첨이야! 가급적이면 큰도록 사는 게 좋습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박물관이나 전시관은 사진을 허용합니다만

외국에서 건너온 전시는 좀 까다롭습니다.

특히나 일본과 프랑스는 그런 게 조건으로 걸릴 정돕니다.

뭐, 잠깐 보는 우리와 달리 오래오래 봐야하는 그들이 조심스러운 건 당연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카메라 허용된 곳은 조명을 살짝 조절합니다.

아무리 찍어봐야 저작권에 침해될 수준의 사진은 안나와요.(삼각대는 금지죠)

그렇다고 플레시를 쓰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그 빛이 유물에 따라 보존처리 약품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찍는 니 자식色姬 대에는 그거 못보거나 변질된 걸 볼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말이 격해지냐고요? 현장에선 발이나 주먹도 나가는데 말정도야 통과!)

참, 어제 수업준비를 하며 검색을 돌리다 몰래 찍은 듯한 포스팅을 봤는데

그런 짓하면 다음에 그런 거 가져올 때 담당자 죽어납니다.

(19세 청순가련 병약미소녀가 화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언제나처럼 쓰잘데기 '있'는 서론은 여기서 마치고..


사진을 찍지 못하는 관계로 지금 올리는 사진은 다 도록에서 찍은 겁니다.

화질이 구려서 저작권엔 문제 없고, 또 인용이니 저작권자 여러분은 그냥 넘어가주세요.

이딴 듣보잡 마이너 블로그 따위!


뭐 제대로 볼라면 한 달은 죽치고 있어야 한다는 루브르박물관 유물이 다 올리는 없고,

(우리가 프랑스를 정복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즈~을~대 없죠)

그리스신화와 관련된 그리스 유물 약간과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로코코 시대에 만들어진 2차 작품들(이라고 쓰고 동인물이라 읽는다)이

이번 전시의 대상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나 프랑스의 회화에 관심 많으신 분들에게는 성찬이라 할 수 있는 전시라 이겁니다.

전시는 크게 5부로 나뉩니다.

올림푸스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거인족과 올림푸스 이야기,

올림푸스의 신들이란 주제로 신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신들의 사랑이란 주제로 에로스, 피그말리온,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사랑이야기,

고대신화속의 영웅들이란 주제로 트로이전쟁, 헤라클레스, 아이네아스, 오뒤세우스,

지속되는 고대신화라는 주제로 페르세우스의 신화가 어떻게 재생산되느냐 등의 구성입니다.


아킬레우스가 신들의 무기를 받는 장면을 그린 도자기, 누가 묻습니다. 저 그림 속의 무기가 리얼이냐고. 눼, 저 도자기 시절에 쓰던 것의 충실한 묘삽니다.


신화의 내용이 그려진 그리스의 도자기나 조각에 부르봉왕조 시절 프랑스 예술가들이 만든

동인물(!)이 섞여 있다는 건 앞서 이야기 했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그리스 유물보다는 프랑스 회화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러나 학교 다닐 때도 제대로 들어간 서양사 수업은 서양고대사 밖에 없는 것이

그런 동인물에 관심을 보일리는 없구 덕분에 항아리 구경은 했죠.

단면만 볼 수 있는 회화와 달리 조각이나 도자기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그게 즐거웠습니다.

약간의 설명 판넬이 붙어있지만 그래도 그리스 신화나

서양 회화의 화법, 그러러니까 소도구로 또다른 암시를 주는 법을 잘 아는 분들에겐

꽤나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리라 봅니다.

작가가 아는 놈만 웃고 즐기라고 숨기는 그림들이 종종 있지요.


클로에의 표정이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떠날 수가 없었어요. 도록 표지라 더 좋았심.


개인적으로는 에로스와 프시케가 서로 안고 있는 조각상과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그린 그림,

그리고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영향을 주었다는 트로이함락을 묘사한 도자기,

마지막으로 페르세우스 신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성 게오르기우스(영국에선 성 조지라 부르는)의 기마상이 가장 맘에 들더군요.

에로스와 프시케, 다프니스와 클로에야 순정미소녀의 평소 취향이고

트로이 함락이나 게오르기우스의 기마상에 ㅎㅇㅎㅇ하다보니 1만 2천원의 돈이 아깝지 않더이다.

(물론 입장료는 공무라 비용처리! 예~~~!!!!)


도록 사진보다 실물이 1백만배 나은 전시물은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실물로 앞 뒤 다 봐야 하는 조각입니다. 사진이 10%도 못따라 갑니다. 어이~ 프랑스대통령, 옥수수를 줄테니 이 조각을 주면 유혈사태 없다!!!


단점을 이야기 하자면 

아침 개장(11시)에 개장하자마자 들어갔는데도 사람들이 밀렸습니다.

그래서 가장 싫어하는 전시패턴인 줄서서 순서대로 감상하기가 시작되었는데

상당수가 음성지원되는 기계를 빌려(3천원 이었던가) 그 멘트 다 듣고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니

가뜩이나 느린 행렬이 더욱 느려지더군요.

자기만의 감상하는 방식이 있는 사람에겐 좀 고역일 수 있습니다.


가보신다면 그냥 나오지 말고 도록을 사보시길 권합니다.

보통 도록은 사진 크게 박아놓고 주로 뒷 부분에 전문가의 글이 실리는데

이 도록은 전시품의 사진은 작게 박아넣고 설명을 잔뜩 실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단행본입니다.


디스 이즈 트로이! 디스 이즈 게르니카!


말꼬리 1 :

사진기야 아예 안들고 갔으니 전시장 정면을 찍는다는 건 생각도 안했는데

바로 앞선 마을버스타고 남부터미널 내려야 하는데 도록보느라 지나쳐

강남역 9번출구에서 내려 마침 점심이라 모스버거에서 끼니를 떼우는데 그땐 아쉽더이다.


말꼬리 2 : 

입장료야 공무로 갔으니 비용처리 된다쳐도 공부를 위해 도록 큰 거 작은 거 다 샀는데 

내일 수업 취소라는 문자가 온 건 좀 개그.

카드 한도는 간당간당하고 있단 말이G!!!


말꼬리 3 :

그리스 도자기들안쪽이나 바닥에 아리비아 숫자가 적힌 것을 보고 

어느 수컷들이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걸 썼냐고 대화를 나누더군요.

바로 위 사진에도 숫자가 있는데요.

이건 박물관에서 매긴 유물 관리 번홉니다.

우리나라에선 가는 붓으로 숫자를 써넣고는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 버리죠.

누가 들고가거나 유물이 사고로 섞여버릴 때 이게 중요한 표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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