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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20:53

오늘은 고대사대신 근현대사, 또는 세계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뭐, 맨날 부식옵하 이야기만 지겹지 않습니까?)


일단, 짐순이가 살고 있는 춘천을 무대로 한정해봅니다. 요즘은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회적경제라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인연이 있는데 이 분들과의 대화에서 떠오른 생각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욕하는 것이 아니니 초장부터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춘천에서 사회적경제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아직 춘천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강원도 영서에서 춘천과 묘한 경쟁관계를 구축중인 원주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성지같은 곳이고, 또 새롭게(아니 이제 고인물인가?) 충남 홍성같은 곳이 대두하는 것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협동조합 교육으로 원주나 홍성의 사례가 교과서처럼 언급되고, 또 견학도 많이 갑니다. 또 이웃나라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협동조합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이따금이지만 일본의 시민활동도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좋습니다. 후발주자인 춘천에서 지역의 자생적 경제를 생각할 때 외부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그건 하지 않으면 총을 겨누고서라도, 검은 돈을 뿌려서라도 권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도 잘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못하지 하는 마음이 보일 때입니다.


가까운 원주부터 볼까요? 일단 원주의 사회적 경제의 역사는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장일순(원주의 강원감영 터 맞은 편에 그의 행적을 기리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관심있으시면 가보실만 합니다)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강원도의 일제강점기 사회운동에서 원주는 특별한 곳입니다. 당시 조선에 있었던 굵직한 사회단체 중에서 근우회 정도를 빼고(근우회는 춘천에서 활동) 어지간한 단체는 다 활동한 것 같은 곳입니다. 잠시 있다가 사라진 청년회같은 것도 도내 다른 지역은 이름만 걸린 경우가 많은데 원주는 제대로 활동하던 곳입니다. 백정의 처우개선을 위해 활동하던 형평사도 보일 정도입니다.(좌익도 빠졌지만 애초에 강원도의 좌익은 전부 영동지역에만 몰려있어서) 


물론 장일순과 지학순이란 두 분의 걸출한 분이 계신 것도 크지만, 암만 두 사람이 활약해도 사회 전체가 시큰둥하면 될 일도 들어먹지 않습니다. 일제시대의 사회운동만 찾아봐도 원주는 다릅니다. 그런 풍조가 한국의 시회적 경제의 성지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읺았을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풍조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찾아볼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근현대만 살펴본지라 아직은 유보적입니다. 근대 이후 수부가 된 춘천이나 전통적인 대처 강릉이 닫힌 교통로로 불편했던 것과 달리 원주는 어느 정도 사통팔달이란 점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좀 더 멀리 가서 일본을 살펴보지요. 종종 한국의 활동가들이 일본을 참고하는 면이 많은데, 사실 풀뿌리운동은 일본이 잘 되어 있긴 합니다. 지역단위 모임도 활발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그것도 나름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거시적인 운동과는 거리가 먼 역사적 환경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뭐 시마바라니 잇뀨같은 것을 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소에도 우리나라 세도정치기보다 더 빡세게 살았던 그 나라에 사건이 그리 적은 게 더 신기합니다) 맨 처음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을 적에 베네치아의 시민들이 정치를 귀족에게 맞기고 조합활동만 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그게 과연 가능한가 생각했는데, 일본을 보면 그게 가능하겠다 싶습니다. 


4.19, 5.18, 6월 항쟁, 촛불시위 같은 일을 종종 벌이는 한국과는 달리 저 나라의 거대담론은 폐쇄되어 있습니다. 가끔 웹에서 한국의 시위를 비판하는 일본 방송 화면이 올라오는데, 그들이 전부 혐한이어서, 우민화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못살겠다 갈아보자'란 말을 아예 이해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합니다. 사회를 흔들 수 있는 거대 운동대신 작고 세밀한 생활분야로 그 열정을 밀어넣은 것이지요. 그제야 왜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중세 베네치아를 다루는데 7080년간의 일본상사 예찬같은 것인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여튼 그렇다고 그들을 또 깔볼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단순 비교하고 부러워 하기엔 두 나라가 걸어가는 길이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유럽의 사례를 가져올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유럽, 유럽하면서 숭상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그런 분들이 조선 후기 모화사상 비난할 때는 <순화해 표현하자면> 머리가 아픕니다) 사회적경제의 모범으로 이탈리아의 볼로냐나 스페인의 몬드라곤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가면 좋은 것은 맞습니다. 목표를 삼지 말자, 모범으로 배우지 말자가 아닙니다. 그들도 그런 모습으로 가는데 1~2백년이 걸린 게 아닙니다. 그런 조직이 뿌리를 내일 수 잇는 토양은 중세까지 거슬러간다는 것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자치조직인 코뮤라는 것이 천여개에 달할 때도 있었고, 거기서 우리가 잘 아는 피렌체나 밀라노나, 베네치아같은 도시가 나왔어요. 게다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 교구제로 움직이는 천주교 조직이 매우 오랜기간에 걸쳐 뿌리내린 곳입니다. 특히 이 남유럽의 교구제는 아예 자생가능한 생활조직으로 짜여져 있던 곳이고요. 그러니 협동조합은 아주 새로운 혁신적 조직이 아니라 그들이 숨쉬는 공기가 한발짝 더 잘 진화한 것이죠. 


이쯤되면 부러워 하지도 말자고 알아들으실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틀렷어요. 부러워하고, 우리도 배우자는 좋다니까! 다만 우리는 왜 못하느냐란 소릴 하지 말라는 것이죠.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면 그런 부분이 다른 지역보다 늦게 생긴 곳입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들었던 사례들처럼 화악~하고 후딱후딱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실은 부러운 거 그만하라가 아니라(다시 말하지만 그것도 좋은 에너지원이라니까!) 제풀에 지쳐 좌절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정말 후퇴하는 거지.


오히려 역사적 맥락에서 그 토양을 만드는, 적어도 익숙해서 뿌리내림을 거부하지 않을 정도로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꼬리 -------------------------------

1.

흔히들 세계에서 협동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을 들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 의식하지 않겠지만 매우 특수한 조직인 농협 때문에 그렇습니다. 서양에선 한국인 하면 전부 축구 뽈 좀 차고(2002년 후 잠깐 유행한 드립), e스포츠 도사들인줄 안다면서요. 어느 나라에선 '국민의 상당수가 조합원인 나라!'라고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농협같은 것은 매우 한국적인 특수 조합이죠)

2.

한때 협동조합의 역사라도 써볼까, 보통 끄적이는 겉핧기 말고, 진짜 제대로 역사적 맥락과 인문/자연지리적 환경을 포함하는 걸 해볼까 하던 나날도 있었지만 하도 안들여다보니 다 까묵읐다! 데헷, 키랏~☆

3. 

강원도의 좌익운동은 특이하게 영동지역, 그 중에서 동해,삼척에 모여있습니다. 강원영동이 함경도, 연해주의 영향을 받은 면이 크다는 요인이 있지요. 거의 모든 운동에 발을 담근 ㅅ모씨도 함흥인가 원산에선가 "김칫국물"에 물들어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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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중앙동 122 4층 | 무위당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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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16:36

누르면 커질라나? 출처는 지구연방군 우주군 사령부 지도제작과








대항해 시대 이전에도 세계는 어렴풋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었다는 주장은 늘 있어왔다. 앙리 피렌느도 지중해 한정 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 세계체제 이전의 교역망에 대해 다룬 것도 책으로 있었고(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뭐 근세 르네상스 이전에도 르네상스는 여러번 있었다는 것처럼.  


8~9세기의 동아시아도 나름 해상교역망이 촘촘하게 짜여진 건 사실이고 장안과 광주, 그리고 울산을 연결하면 유라시아대륙의 서쪽과도 이어지는 선이 드러난다. 나라의 정창원을 뒤지면 일본과 왕래가 없던 인도 출처의 약재가 나오고, 2~3세기 돈황에서 신던 것과 거의 유사한 펠트 신발이 나온다. 경주의 왕릉에서 딱봐도 서역스런 사람의 석상이 보이는 건 과연 우연일까?


시오노 나나미가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말한 것같은 해상고속도로 인프라는 엔닌의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뭔가 활활 타오를 것 같은 일들이 바다에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해적왕이나 보물섬이 있을 것 같은, 또는 이스탄불늬 융단과 아테네의 미술품을 사고팔기만 하면 짱먹는 게임처럼 꿈과 모험이 가득한 것일까?


동아시아 사회는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자급자족 경제가 기본 설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바다의 일은 육지의 일에 비해 우선순위가  매우 낮았다. 어떤 책에서 그리는 바다의 일은 중앙의 통제를 벗어난 해적의 일이다.(그래서 사람들이 해적을 다루는 만화를 그렇게 둏아하나) 뭔가 색다른 것을 찾아내려 하지만 그것이 중심에 있었던 적은 없다. 마치 사람이 개를 문 것 같은 매우 특이한 사례다.


현대의 교역, 다른 지역의 사례를 필터링 하지 않고 봐야 고대 동아시아의 바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Favicon of http://explain.egloos.com/ BlogIcon 解明 | 2019.01.30 22: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입당구법순례행기』를 읽으면서 그나마 안전했다는 연안 항해조차 온갖 어려움에 자주 부딪혔다는 점을 알게 된 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바람이 안 불어서 한곳에 며칠 동안 머무르기 일쑤이고, 걸핏하면 사고 생겨서 하늘에 빌었다는 기록을 보면, 고대인들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Favicon of https://rgm-79.tistory.com BlogIcon 제203 마도MS대대 짐순 폰 데그레챠프, RGM-79 | 2019.01.31 11: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고려 말 조준이었던가요? 중국에과거를 보러 가는길에 조난당해 같이 가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던 걸로 아는데, 정도전인가 누군가 사신 가다 뺑이친 기록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황해는 나름 거친 바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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