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왜 중국인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않을까? 본문
09년이었던가요.. 짐순이가 처음으로 듕궉땅을 밟은 것이,
대련(따롄)에 내려 바로 점심을 먹으러 한인 거주지역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대충 밥먹고,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사는데
(왜냐하면 슬슬 도시를 벗어날 예정이라 뭔가 살 기회가 없겠죠)
좀 먹을만한 과자를 사고
아무래도 여름이니 음료수를 샀습니다.
듕궉 까까는 입맛에 안맞았어요. 뭐, 우리나라 까까도 다 맞지는 않지만..(까탈스런 년!!)
입맛이 많이 달라 결국 모두에게 풀어버린 과자,
스프라이트와 코카콜라, 그리고 물.
코카콜라가 중국에서는 가구가락可口可樂으로 불리는 건 알고 있었어요.
입맛에 맞고 즐거움이 커진다는 그 음료!
그러나 물도 그렇고, 스프라이트도 그렇고, 가구가락은 시원하지 않았어요.
물론 우리나라 상점처럼 냉장고에 들어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 냉장고에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이 동네는 아무리 듕궉에서 500만명 밖에 안사는 소도시(!)긴 해도
뭐 70년대 강원도 산골도 아니거든요.
게다가 동네자체가 쵸큼 부촌.
나중에 다른 동네의 상점을 돌아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외국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상점에서나 찬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정말 전기값이 없어서 안켠 건 아닙니다.
만약 그 상점이 짠돌이래서 그랬다면
손님들이 안가면 그만입니다.
무슨 커피도 아닌데 차갑거나 따뜻하다고 가격차이가 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문화나 환경의 문제라고 봅니다.
단표누항簞瓢陋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래가 된 건 공자에게 가장 총애를 받던 안연의 일화에서 나오는 거죠.
그냥 생수 마시는 우울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 자식 공부 졸라 열심히하지.. 이런 말을 합니다.
처음 읽은 공자의 주석서에 여기에 대한 해석이 붙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듕궉땅은 물이 나쁘기 때문에 끓여마시는 차문화가 발달했기에
맹물을 마시는 건 평균 이하의 삶을 산다는 뜻이다..
이런 걸 보며 우리랑은 다르구나를 느꼈었지요.
그러니까 듕궉에서 파는 콜라가 미지근한 것은
상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따뜻한 음료밖에 마실 수 없었던 역사적 경험이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이 아닐까요?
물론 서구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그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 인구가 억단위를 넘어가는
현대 중국에선 서서히 찬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다다음해인가 여름에 자금성에 갔더니 얼음물을 팔더군요.
아마 차만 마시는, 맹물을 마시면 배가 아프다는 중국인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차는 콜라보다 더 중요한 음료로 남아있을 겁니다.
가끔 우리는 이러는데 얘들은 왜이러지?
이런 글을 종종 봅니다.
가금은 학문적 서술에서조차
여기가 아닌 '거기'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봅니다.
꼭 위진남북조의 구품관인법이 어떻고
일본의 봉건제가 유럽 중세의 봉건제와 뭐가 다른가..
그런 것만 역사가 아니죠.
왜 독일은 맥주가 유명하고, 중국은 차의 나라가 되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해보고, 저들의 선택과 결과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연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책상에서'만' 상상하는 사람들보다는요.
가구가락. 미지근한 콜라는 역시 적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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