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가에게 국경은 있는가? 본문
몇년 전부터 고대사에서도 현재의 국경, 국가의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마침 동북공정의 폐혜에 직면하고 있던 우리에겐 꽤나 솔깃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짐순이도 그 기본 논의에 공감을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20~21세기의 현상황에 맞추어 과거의 역사를 재단하는 것 자체가 사료의 훼손 다음으로 심각한 역사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본격적인 서유럽사의 가장 큰 뿌리는 프랑크왕국입니다. 카롤루스대제가 나라를 세운 이후 그 아들들에 의해 삼국으로 분단되지요. 그것이 현재의 프랑스, 독일, (북)이탈리아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한국의 세계사 시간에도 배우던 것을 정작 유럽인들은 배우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그 이후의 서유럽사에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다같이 어께를 맞대고 함박웃음을 지을 일이 없었거든요. 이후에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의 여러왕조, 북이탈리아의 여러 정치체들은 둘이 먹고 하나를 패던가, 아니면 셋이 서로 물어뜯던가를 했으니까요. 그 역사의 절정을 찍은 것이 두 번의 세계 대전. 적어도 근대 역사학이 성립된 이래 삼국의 뿌리는 하나다라고 했다면 거의 일선동조론, 만선사관 대접을 받았습니다. 카롤루스대제의 이름조차 각각 샤를마뉴, 카알로 불렸습니다.(영어로는 찰스황태자!, 스페인어로는 까를로스, 그런데 이탈리아어로 뭐라하는지 모르겠네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역사(한국이 중심, 주도국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시 현재의 의식이 과거를 재단하는 꼴이지요. 듕궉의 역사상 최대영역(청나라 강희-온정-건륭 전성기 영역) 이내의 모든 역사는 듕궉의 역사라는 이론이 그것이며,(순간 그 이론의 이름이 생각이 안납니다. 소녀성 치매?) 일본은 뭐 알다시피 저 위의 만선사관(사실 동북공정의 시조새??) 임나일본부 등등에 한국사학계에 꽤나 '악'영향을 끼친 동아시아론 자체도 나름 제국을 이루었다는 쇼와시대 전반으로 거슬러 갑니다.(요건 영국 따라하기)
개인적으로는 동아시아론 자체는 환영하지만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라는 전반적인 틀로보자는 논의 역시 미심쩍어 합니다. 그 동아시아론 역시 일본을 중국에 예속된 다른 동아시아국가와 달리 독자적인 세계를 구성했다는(그러니까 북해도의 아이누를 오랑캐로 한..쩝) 그 제국시대의 잔영에 뿌리를 두고 나는 무장해제 안하지만 너희는 무장해제 해라로 들려서요. 무기를 버리면 무기는 살려주겠다..? 짐순이의 지나친 경계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원주창자의 뿌리도 그닥 믿음직스럽진 않아서요.
이런 현상은 국가간의 역사논쟁에만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연구자'들'에게 불만을 가진 것이 자기들이 사는 동네가 한국고대사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나머지 마치 거기가 콘스탄티노플(파리가 고작 6천명이던 시절에 10만이 넘는, 그냥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린)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분들 논의라면 고구려는 없죠. 삼국시대 전반기를 '삼한시대'라고 부르면 고구려나 부여는 없거든요. 실제로 그 지역과 고구려, 부여가 있던 곳의 격차가 큰데, 마치 초등학교에서 오늘 분수 배운 애가 '분수 이상의 고등수학은 없음'하는 걸 듣는 기분이랄까.(뭐 삼국시대 많은 연구자들이 신라의 철제농기구 도입을 가지고 삼국시대 사회변화 자체를 이야기하는 통에 기원전후에 이미 그 단계 거친 고구려도 덩달아 그 시대에 대격변을 겪은 것으로.. 훌쩍..)
(매우 위악적으로 과장하자면) 간혹가다 자기네 지역을 강조하던 나머지 다들 화승총 쏘던 시절에 우리는 이지스함 띄웠다..식의 논의도 많지요. 간혹가다 보이는 논의에서 자기네 지역은 삼국 어디에도 끼지 않은 독자적 지역구라던가(특정 지역이 그거 심하지만 종종 짐순이가 사는 곳도 그런 주장을..켁!) 하다못해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전쟁을 다루는 면에서 자기네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니 고구려 입장에서 (그러니까 지도를 기울여 평양쪽에서 보면 말이죠) 택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도 봅니다. 거길 점령하려면 대한민국 특전사의 역사를 1300년이나 끌어올려야할 판!!!(ㅆㅂ, 고구려군이 공정사단 운영했다고 주장하라구 차라리!!!)
이렇게 디스를 했지만 결국 역사가도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고, 인문학 중에서(사회주의의 영향이 큰 나라에선 사회과학으로 분류합니다) 현실, 정치에 오염될 확률이 가장 높은 학문임을 생각하면 '에휴 그들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생각도 종종 듭니다. 자꾸 굶다보니 임나일본부 주장하면 저 동네에서 밥은 줄라나하는 잡생각도 합니다.(듕궉을 매우 싫어하는 터라 동북공정 찬성은 안할 것 같군요) 그러나 평가는 현재적 입장에서 할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나더라도 그 사실 자체는 왜곡해서 보지 말아야하는 게 역사가들이 마지막까지 넘지 말아야 할 선입니다.
말꼬리 ---------------
1.
맥국설을 들을 때마다, "걍 맥콜이나 마시라구!"라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본격 지역사회와 척지는 소리! 자꾸 레고랜드도 비아냥대면서!!
2.
오늘 은근히 여러 분들을 디스하고 있습니다. 대체 몇개 국, 몇개 학파, 지역을 건든거냣! 이거 퍼날라 알려지게 하면 안댕~!
3.
인터내셔널 설립 이후 최근에 본 가장 감동적인 탈국경적인 유대. 혐한 시위를 아키바하라에서 개최하자 어느 도덕분자들께옵서 내건 현수막입니다. 덕에는 국경이 없다. 아직 오덕은 커녕 쩜오(0.5)도 도달하지 못한 미미한 쇤네지만 저들의 인간적 유대에 감동합니다.
애초에 차원도 초월하는 우리들에게 국경따위야!!!
신만세 2기 마지막회 이후 정말 감동적이었어!! 국제주의는 살아있다!
4.
간만에 찰진 말꼬리로구나. 눼, 이 블로그는 말꼬리만 중요한 개똘똘이같은 곳이죠. 게다가 역사왜곡의 응가도 눈다는 곳!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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