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백선엽을 군신이라 부를껀가, 친일부역자로 부를껀가 본문
아주 명쾌하게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현대사 인물연구에서 가장 골머리를 섞을 사람은 백선엽이 될꺼다.
이승만이야 앞으로 일부 매니아와 연구자들만 아는 수준의 이야기가 널리 퍼질 수록 이승만의 공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독립운동? 인간뻐꾸기라는 표현이 이보다 걸맞는 놈이 있을소냐), 김구도 흑역사는 요즘 영화화한 사건과 임정의 한계, 해방공간 등 여러개가 있긴 하나 공이 너무 크다. 테러로 퉁치려는 이들도 있지만 김구의 활동에 민간인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이 있었느냐만 따지면 된다.
문제는 백선엽이다. 특히 간도특설대에 몸담았으므로 친일부역자명단에서 빠지기는 어렵다. 그가 임관했을 때는 팔로군과의 전투에 투입되던 시기라는 이야기는 그쪽 연구자들이 해결할 문제다.
다만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제정한 부일협력자·민족반역자, 간상배에 대한 특별법률조례의 1조 6항에 "일정시대에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학대 살상 처벌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라는 분류가 있으니 자세한 연구분석에 따라 여기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냥저냥 살았으면 욕하기가 편한데(사실 간도특설대 임관 경력 가지고는 언급될 명단에 끼기도) 문제는 이 사람이 한국전쟁에서 매우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한국군에서 개전 초의 혼란에서 편제를 유지한 사단은 백선엽의 1사단(서울 북방), 김종오의 6사단(춘천), 이성가의 8사단(강릉) 뿐이다. 편제 유지가 별거냐고? 이런 말을 할꺼면 대화하지 않은 게 좋다. 백스페이스 누르거나 창을 끄시라. 서로 시간 낭비다.
김종오는 춘천전투,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이성가는 오진우(그놈 맞다)의 침투 부대를 막고 일시 강릉을 수복하기도 했다. 백선엽은 사단 편제를 유지하며 서울 점령을 늦추었다. 결국 낙동강 까진 갔어도 김홍일의 시흥지구 전투까지 포함하면 미군투입과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는 얻었다. 거기에 동양의 베르덩이라는 다부동 전투가 있다.
다른 사단은 장도영의 6사단처럼 대승(파로호)과 대패(사창리)를 거듭하거나 3사단처럼 궤멸 후 재편했지만 1사단만은 궤멸이 없었다. 또 백선엽은 김종오처럼 승패가 확연한 것은 아니다.(사실 김종오도 유재흥같은 놈들에 비하면 군신이다) 평양입성은 이론의 여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1사단의 공이고. 솔직히 대대장 언저리에서 놀았어야 할 사람들이 장군이 된 와중에도 미군이 그나마 인정해준 게 백선엽과 송요찬.(송요찬은 용맹함을 인정받아 타이거 송으로 불렸다. 아주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전쟁 초반의 형세를 뒤엎은데엔 백선엽의 지분도 상당하다. 저쪽 할배들 생각처럼 군신대우를 할 수는 없지만 친일을 했다고 마냥 깔 수도 없다. 정말 맘편하게 진영놀이하며 제멋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공과 이야기를 했다간 양쪽에서 얻어맞기 일쑤다.(뭐 삼국사기 수정론자는 양쪽에서 맞는데 익숙하다만)
개인적으로 백선엽을 절대적으로 신격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국군 군사지휘관 중 전시에 사람구실한 몇 안되는 사람인데다 공도 크다. 친일을 한 것을 묻어버리지는 않되 공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게 싫다면 남작 작위도 받았다가 던지고 독립운동한 김가진같은 이도 원래 친일을 했으니 전향도 의미 없는 개자식이고,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 기반 붕괴를 막았던 조봉암도 남로당 출신이니 벌레 취급 할껀가?
말꼬리 ----------------
1
레빌 폰 제투아 : 짐순양, 우리 편의 공과를 이야기할 때도 몸사려야 하는 게 한국인데, 굳이 현대사로 까임꺼리를 만들 껀...
2
박정희를 살려줘서 욕먹어야 한다면 그 부분만은 찬성.
3. 20190624
최근 논란을 보며 백선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 않나로 생각을 바꿨다. 공은 공이지만 살아가면서 과는 쌓여간다.
4. 20191210
이젠 과거 너무 커졌다는 쪽으로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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