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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노래도 사료가 되기도 한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노래도 사료가 되기도 한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11. 11:43

내가 쓰러지면


내가 말이 너무 많다구? 난 직업이 래펀데?

그럼 무슨 얘기할까? 사랑은 아이스크림이라구?

먹다가 이빨 다 나갔다구? Allow me


꼴초에겐 담배 드라이버에겐 유류세

통화할 땐 패킷에 전국민에겐 통일세

우리가 꼬라박고 들이붓고 끝없이 희생할 때

너희 아들들과 딸들은 LA공항에 면세

이것을 글로 쓰면 유언비어 유포죄

이것을 책으로 내면 불온서적 출판죄

이것 때문에 모이면 불법 집회가 된다네

이것 때문에 모이면 불법 결사라네


사주에게 이익이 될 땐 건실청년으로

사주 이익에 방해 될 땐 불순분자로

회사에게 이익이 될 땐 불량이 정품으로

회사 이익에 방해 될 땐 정품이 불량으로

이것을 글로 쓰면 언론의 자유

이것을 책으로 내면 출판의 자유

이것 때문에 모인다면 집회의 자유

거기서 가스통을 휘두른다면 결사의 자유


지천에 널린 것들은 거짓을 말하는 벗들

돈으로 환산한 꿈들이 잘라 내버린 풀뿌리

미천한 신분인 것들이 혁명을 노래한 말들이

돈으로 치장한 놈들의 비위를 거스른 말들에

세상이 내 말을 외면하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누군가에게 복수를 당하겠지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 사건은 보통 교과서

우리의 신경을 지배한 것들은 보통 광고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보통 참고해서

돈을 쓰고 삶을 바치는 것 따위 시장 안쪽에서

너와 싸우다 죽는 일 따위 두렵지 않아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겠지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월세 낼 땐 재개발로 경제적 무장 해제

사치세 그 댓가로 개발구역 해제

니 애들을 가르칠 땐 교육의 quality

남의 애들 급식할 땐 한줌의 charity

이것을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적

이것을 책으로 내면 판매금지 서적

이것을 노래로 부르면 따지겠지 품격

UMC는 사람들에게 결국 공공의 적


당의 진로에 도움이 될 땐 거물정치인으로

스폰서들이 싫어할 땐 성추행 잡범으로

매출에 도움이 될 땐 음치도 가수로

여론상에 문제가 될 땐 때운다 선행기사로

이것을 말한다면 매니저한테 전화

이것을 책으로 내면 팬들한테 성화

이것을 노래로 부르면 쌓여간다 반대파

UMC는 사람들에게 결국 악마가 된다


지천에 널린 것들은 거짓을 말하는 벗들

돈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돼 자라지 못하는 풀뿌리

미천한 신분인 것들이 혁명을 노래한 말들이

돈만보고 사는 놈들의 비위를 거스른 말들이

세상이 내 말을 외면하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누군가에게 복수를 당하겠지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 사건은 보통 교과서

우리의 신경을 지배한 것들은 보통 광고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보통 참고해서

돈을 쓰고 삶을 바치는 것 따위 시장 안쪽에서

너와 싸우다 죽는 일 따위 두렵지 않아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겠지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지천에 널린 것들은 거짓을 말하는 벗들

돈으로 환산한 꿈들이 잘라 내버린 풀뿌리

미천한 신분인 것들이 혁명을 노래한 말들이

돈으로 치장한 놈들의 비위를 거스른 말들에

세상이 내 말을 외면하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누군가에게 복수를 당하겠지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 것들은 보통 TV에서

우리의 신경을 지배한 것은 자극으로 가득찼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보통 참고해서

돈을 벌고 쓰는 것의 반복을 우린 삶이라 불러

너와 싸우다 죽는 일 따위 두렵지 않아

다만 사랑했던 사랑하는 이들이 고통 받겠지

내가 쓰러지면 울 일이 뭐가 있냐?

내가 쓰러지면 니 알 바 아닌데.


미안하다. 

니 월급을 내가 주냐? 

니 용돈을 내가 주냐? 

니 카트에 풍선을 달아주길 했냐 

아템을 하나 현질해 준적이 있냐? 

레포트를 써주길 했냐 

니 스파링할 때 한 대 맞아준 적이 있냐? 

미안하다. 이래라 저래라 해서. 

간다.


- UMC/UW, 3집 Love, Curse, Suicide


사실 사료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서 반란을 일으켜 

주군을 궁궐 기둥에 못박아 죽인 찬탈자가 사관을 죽였다. 

尊만이가 시역했다는 말을 써서

그랬더니 동생놈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그 色姬가 사관도 죽였다고 덧붙였다.

그놈도 죽였더니 막내놈이 쪼르르 뛰쳐나와 또 사관을 죽였다고 썼다.

기가 찬 찬탈자도 그만 GG를 쳤다.....

이런 장엄하고도 굳은 의지로만 쓰는 것이 사료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역사가는 없다.

있다면 목성궤도의 유로파나 이오로 강제노역형이라도 보내야겠지.


안록산의 난을 이해하기 의해서는 구당서나 신당서만 읽는 것이 아니고

두보의 '석호리'같은 시도 읽어야 한다.

일본에서 율령제가 어떤 얼굴을 하고있었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야마노 우에노 오미 오쿠라의 '빈궁문답가'도 읽어야 한다.

대보령, 양로령이나 정창원의 보물만 넋넣고 보아선 빙산의 꼭대기에서 사랑을 외친 꼴이다.

고려말의 미치고 환장할 질곡의 세월에 백성들이 어땠는가에 대한 기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슴이 울타리에 올라 악기를 켜는, 오라는 데도 갈 곳도 없어 밤이 두려운

청산별곡을 '들'어야 그들의 고난을 2%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세기의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대중문화, 또는 예술 만큼 좋은 건 없다.

바람찬 흥남 부두나 대전발 0시 50분 기차나 모두 생생한 삶을 담고 있다.

한동안을 딴따라로 무시해왔던 것들이 어느덧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민중의 삶을 이해하는데 좋은 것은 없다.

미싱 돌리고, 실밥따는 봉제공장 노동자들에게 와닿는 곡은

거북이의 '사계'이지 노찾사의 '사계'가 아니었다.

거룩하게 장엄허게, 잔뜩 어께 힘주고 부른다고 민중의 노래가 되는 건 아니다.


힙합플레이야같은 사이트에서는 가카만큼 사랑받는 UMC라는 래퍼가 있다.

(아니 래퍼가 아니라 나레이션에 불과하단 의견이 거기선 다수다)

힙합의 전통적 방법론과 우리말의 어순구조가 맞지 않다란 인식하에

정형률을 깨는 방법론을 찾는 거의 극소수의 이단아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블로그가 힙합블로그가 될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부연하자면 비판자들 니들 말대로 하면 사설시조도 쓰레기냐. 이 훈고학자들아!)


보통 이 음악의 주요 애호층은 1020에 걸쳐있는데

UMC만은 30대 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공감을 할 수 없다면 세대라 불릴 수 없단 말이 있는데

이 래퍼는 적어도 자기 세대와 끊임 없이 공감을 나누는 래퍼라고 할 수 있다.


그냥 표피적으로 이 가사를 본다면 2010년대에는 저런 일이 있었다고 볼 거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정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내가 쓰러지면'이라는 래퍼의 절규다. 

달콤한 Ice cream의 氷菓가 아니라 나는 절규한다의 I scream.

이번 선거에서 30대가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가

40대에 치여 20대에 묻힌 30대의 불만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지금의 30대는 내가 쓰러지면 누가 울어주냐,

아니 나도 해준 게 없는데 싫은 소릴 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구는 중이기도 하다.

'당신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이었다'는 달콤한 말만 하는 영화가 

이들의 역사성을 찾아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을 리 없다고 애꿎은 영화에게 분노하는 건 아니다몽~!!!)



말꼬리 :

1. 유일하게 공감 못하는 가사는 '너와 싸우다 죽는 일 따위 두렵지 않아'라는 대목. 살고 싶어 몸사린다.

2. 쉬는 날이라 어제 밤부터 달리는 중인데 내일 세계사 글 올리고 하루 정도 숨돌릴까 한다.

3. 다음에 뭐 쓸지는 위 글 속에 두어 개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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