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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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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녀의 금서목록

제발 책으로 장난치지 맙시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7. 15. 16:23

사실 한국의 출판시장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출판단지가 있는 파주에선 책이 안팔리면 그냥 창고에서 물을 뿌려 폐지로 팔기도 한답니다.

창고유지비용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까요.

결국 서점에서 잘 팔리는 건 자기계발서뿐이죠.

그러나 그것마저도 욕할 수 없습니다.

뭐 맘이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책을 읽죠.

저야 책을 읽는 것이 직업이라면 직업이라 1년에 몇 백에서 천단위로 쓰지만

저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안본다고 뭐라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가끔 만화책은 사서보라고 욕하는 분들이 있는데

(근데 저 사서 봐요. 다운도 받지만. 냥타입 오늘 두 권 산 미친 짓도 했음)

왜그런지 주변의 그런 인물치고 지 전공책 사는 놈은 못본게 일부인지 다 그런지..


특히나 엉망인 분야가 번역에 있지요.

얼마전까지는 연구업적에 번역은 안들어갔습니다. 최근에는 좀 나아졌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비사를 알고나면 허탈하게 만드는 책들이 좀 있지요.

어떤 조사에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20종가까이 나왔는데

거의 다가 어느 번역본에 기반을 둔 것이고 오역투성이란 결과가 나왔죠.

뭐 이 바닥에서 전설 중 하나가 공성전 중 장교가 'fire! fire!'라 외치는 대목인데

번역자는 그것을 '불이야! 불이야!'로 번역했다는 거죠.

제 책장에 꽃힌 책 중에도 그런 게 좀 보입니다.(예를 들려하니 갑자기 전뇌경화증이...)

그래도 가끔씩 번역에 혼을 실은 양반들이 있어 좋은 책들이 나옵니다.

아무리 악화가 구축을 해도 양화 역시 생명력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홍정우이라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언론인이 내놓는 올재클래식스도 그런 좋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고전이란 말만 나오면 99%가 잠을 자는 나라에서 이런 기획이 나오는 건 좋은 겁니다.

개인적으로 홍정욱이란 사람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의 행보가 빤히 보이는 매우 정치적 뺀질이의 면모의 정석입니다.

그러나 올재 클래식스의 발간은 그럭저럭 환영합니다.

적어도 지돈 다 들이는 건 아니지만 가진 놈이 베푼다는 게 설력 욕심이 있어도

반드시 누군가는 혜택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5천부를 찍어 4천부를 교보를 통해 권당 2,900원에 팝니다.

그리고 남은 1천부는 취약계층에게 기부를 합니다.

그 책들은 그렇게 잘 팔릴만한 책이 아닙니다.

최치원의 고운집, 이거 최치원 연구자조차 손에 꼽습니다. 아니 통일신라 연구자 수 자체가..

(이 번역에 관련된 분에게 항상 초판 완판, 베스트셀러 번역가이시군요..하며 깐족댑니다)

조선 후기 문인 성대중의 청성잡기, 이거 이름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야 동양의 대표적 고전이지만

적어도 대학과 중용이 발매 당일 품절될만큼은 아니죠.(논어, 맹자는 이해합니다만)

이탈리아 마선생의 군주론이야 일정 수요가 있긴 하지만 

최한기의 기측체의나 유형원의 우서가 독자를 그리 확보한 건 아니죠.

그런 점에서 이 책들의 판매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2900원에 고전의 세계가 넓어진다면 언젠가 삼국사기 원문이나 띄워놓는

이 블로그에도 서광이 비칠란지 모르겠지만

(혹시 압니까 김부식의 붐이 일어날지? 더구나 여긴 김부식빠심 충만한 유일한 블로그일텐데 낄낄)

저 무서운 책의 판매속도가 그저 싼 값에라도 고전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만이라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다 그러나 위험한 길에 빠져드는거죠. 크크크

이렇게 맛을 알게 된 분들이 일부라 하더라도 앞날은 희망이 될껍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네요.

이 책을 잔뜩 사들여 옥션이나 중고장터에 판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냥 한번 교보만 검색해도 이런게 뜹니다.


이런, 지랄도 풍년이다 못해 大有年(대풍년)이로구나..


2900원짜리 번역본이 5만원. 

물론 선물받았거나 다 읽은 책을 중고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네 그 정도는 납득해요.

설령 최치원의 유령이 나타나 너무 기특해 싸인이라도 해줬다면 제가 삽니다!!

(아마 이따금이라도 최치원 얘기 하는 블로그도 여기뿐일듯. 하지만 최치원까라는 게 개그)

그러나 3천원도 안되는 책 5만원에 팔아먹겠다는 건 사재기 장사뿐이죠.

무슨 사채놀이도 아니고요.

이런 최치원의 발바닥에 피턱이된 벌레의 털뭉치도 안되는 것들 때문에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저 빈손으로 돌아갔겠죠.

저야 이것도 가지고 있고 원래 번역본 초판도 있으니 아쉽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이런 작자의 행태 때문에 보고픈 걸 못본다.. 생각만해도 열이 받습니다.


속으로야 공자가 토우를 만들었다는 사람에게 한 말을 해주고 싶다만..

우리나라의 최치원 독자층을 볼 때 저걸 5만원 주고 살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럴 사람은 아마 고전번역원 번역본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고요,

또, 그 양장본 가격이 3만원이라 하더군요. Say yo~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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