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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미쳐야 산다? 미치지 말아야 살 지도 모른다.. 본문

GR맞은 짐순姬

미쳐야 산다? 미치지 말아야 살 지도 모른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7. 18. 19:58

1

일요일에 교보에 주문한 책을 오늘 아침에 받았다.

유수원의 우서, 최한기의 기측체의, 그리고 한글판 냥타입 창간호;;;

포장을 뜯는데 동료 한 명이 오더니 ‘오덕이시군요’라고 했다.

‘RGM-79는 애니를 좋아하지만 오덕은 아닙니다’라는 대사를 날리며

자기변호를 하다 오덕페이트 실드도 좀 쳐주고,

와타라세 준 생일잔치를 레스토랑 전세내서 열어준 망#콘%(줄여서 망콘콘) 얘기도 하며

그런 양반들이나 오덕이라고 하니

‘그런 일들은 일반인은 모릅니다. 알면 저세상 사람이죠’라는 반론이 날아와 어버버가 되었다.

하긴 학교에선 미소녀 애니를 좋아하는 변태로 찍힌 지 어느덧 반만년.

이따금 돌아보는 바, 나는 전공자가 아니라 그저 역사오덕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연구 같은 잠오는 책과 ‘세일러복과 중전차’같은 책을 같이 사는 거 보면

정신이 좀 오락가락 하는듯하고..

어쩌면 직업 의식 없이 미쳐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트북에도 우폿테같은 애니와 박사논문 PDF들이 서로 용량과 파일 개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쿠메타 코지의 절망선생이 출처인줄 아는 분들도 계신데, 실은 전작인 제멋대로 카이조의 한 장면이다.

 

2

얼마전에 어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 자기계발서류에서

미쳐야 한다는 제목의 책만 모아 놓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에 미쳐라, #$에 미쳐야 산다.. 미쳐야할 종류도 많고

초딩도 미쳐야 하고, 중고딩도 미쳐야하고 대딩과 직딩도 미쳐야 한다는데

이거 시도 때도 없이 미쳐야 산다는 세상이 정상적인가?

분명 세상은 나를 미쳤다고 하는데 제대로 이룬 게 없는 것을 보면

내가 덜 미쳤거나, 미쳐라란 말이 사실은 멀쩡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선동용어일 수 있는데

먼저 스스로가 얼마나 미쳤는지 알아야 그 판단이 설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세상이 이리 돌아가니 미쳐야 그나마 몸 보전 가능하단 말인가?

 

3.

원래 고딩 시절에 세워놓은 계획대로 살아가는데 지금까지도 거진 맞아떨어지고 있다.

몇 살에 뭐 하고 몇 살에 뭘 공부하고 이런 거 틀을 고1땐가 잡았었다.

(지금 박사논문 못쓰는 건 그때 제목정하는 걸 잊어서일 수도 있다)

오히려 돈은 더 적게 든 편인데

그렇게 미쳐 살아가는 것을 각오하고 살아왔음에도 요즘 자신이 없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압박이 좀 적긴 한데도

그렇게 버거워 하던 선배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미쳐도, 미쳐서 살아왔어도 그럼에도 나날이 예기는 달아빠져 간다. 마치 투수의 어께처럼.

뭐에 대해 미칠 것인가, 미치기 전에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조지훈의 지조론에 나오는 ‘어려서 배고픔을 참아라’란 구절은

어렸을 때나 멋있는 거지 실제 상황은 뼈를 깍는 아픔과 눈물나는 슬픔으로 도배된 것일지니.

 

세상이 다 미치니 정신과 전문의가 유망한 것이었을까?

 

덤으로 요즘 무지 많이 듣는 노래, 노래의 가사엔 반대하지만 공감은 간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 안치환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빈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자 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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