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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구역질은 너에게서 난다.. 본문

삼국사기학 개론

구역질은 너에게서 난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09. 8. 18. 23:08

요 며칠 머리회전도 멎어버려 아무 일도 못했습니다.
여름이기도 하고요(여름은 쥐약입니다) 지쳐버린 탓이기도 했습니다.
공부도 공부고, 블로그 관련 세 집 살이를 하는데 전부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휴가도 없는 일상이 사람 기력빠지게 하나봅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보고 분노했던 기사를 다시 읽어버렸습니다.
아니 웹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죠.


이 기사를 다시 읽으며 맥이 빠져버렸고, 의욕이란 게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삼국사기 블로그를 열었다고 해서 무조건 빠돌이 역할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김부식이란 인간 자체도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삼국사기도 완벽한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에게 구역질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김부식이나 삼국사기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읽어보고 비판하는 것인지 궁금한 비판이 상당수지요.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특히 많은데
그 엄한 내용 완독하라고 권하지도 않습니다.(복식지같은 부분은 RGM-79도 안읽습니다)
32개의 사론, 그리고 각 지에 서두에 달린 서문만이라도 읽어보세요.
어떤 사론은 극우민족주의자가 아닌가 싶은 것도 있습니다.
처음에 사론 분석을 하면서 대체 이 사람의 머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이해도 안되고
심지어는 선생님 앞에서 울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만
전형적인 중세 코스모폴리탄이랄까요?
민족과 세계, 즉 특수와 보편의 문제에서 가급적이면 보편을 외치지만
만약 두가지가 충돌하면 민족의 중심에서 특수를 외친다고 해야할까요.
오히려 조선시대에 신라의 고유한 풍습을 정당화한다고
보수꼴통 소릴 들었다는 것은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를 깎아내렸다고요?
역사는 오락이라고 주장하시는 옆나라 모 할마씨 이후 더 심해진 것인지도 모르는데
동양의 역사서술이 좀 딱딱하고 형식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어느 사서에라도 지켜지는 원칙은 있습니다.
바로 지어내지 말자. 다시 말해서 붓들고 장난치지 말자는 것입니다.
19세기 이래 나온 서양의 역사서처럼 저자의 개성이나 사상이 배어든 게 아니라
철저히 자료집이라는 형식을 고수하면서까지 지켜낸 원칙이죠.
(아, 몇몇 얼치기들이 그걸 들어 동양에는 역사학이 없다고까지 하는데
서양의 원기록 자체도 자료집이란 걸 깜빡해서 하는 소릴테지요.
뭐, 삼국사기나 중국의 사서는 가까운 반면에
서양 자료는 애시당초 구경하기 힘드니 서양은 다 그럴 것이다란 착각이고)
썪어빠진 유학자라면 절대 잘라내 버렸을 이야기들도 살려낸 게 김부식입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도 너무 황당하다 생각되는 건 배제했겠지만
적어도 마구마구 깎어버린 것이 아니란 건 제대로 읽어본다면 아실껍니다.
아예 김부식이 내용을 지어낸 창작물로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황당합니다.
아주 엄밀하게 말하자면 편집자의 역사관이 가미된 자료집으로 봐야겠죠.

치우가 실존인물인지도 모르고, 하물며 그가 우리랑 동족인 것도 확실치 않습니다.
(나중에 글을 올리겠지만 그놈의 동이족이란 개념은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이후 그의 얼굴이랍시고 그려놓는 것은
보통 귀면와라고 부르는 삼국-통일신라시대 기와의 문양에서 따온 것인데
(미술사가 강우방은 용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지지하는 바입니다)
요즘은 대놓고 우리민족인 치우천왕의 얼굴이라 하더만요.
그런 이야기를 기준점에 두고 우리나라 역사는 위대한데
김부식이란 개호로자식이 역사를 깎아내렸다 하니 대체 어디서부터 웃어야 할까요.

더군다나, 이 분이 소속된 신문사는 국가주의라던가 하는 것에 진저리를 내는 곳인데
그곳의 기자는 국가주의의 허상 아래 할딱거리고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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