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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박사논문, 남의 사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의 무거움.. 본문

GR맞은 짐순姬

박사논문, 남의 사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의 무거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5. 14:24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 공부를 거의 손 놓고 있다.

가뜩이나 여름 더위에 약한데 올 여름의 그 더위를 보내고 나니 리듬이 많이 깨졌다.

지지난 주의 세미나가 자극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급함까지 달라붙었다.

그동안 읽은 게 서양사 아니면 문 더스트같은 책이나 3월의 라이온같은 만화책이 전부다.

한거라곤 언제 할 지 알 수 없는 수업교재만들기와 저번에 출판사에서 퇴짜맞았던 기획서 손보기. 

모처럼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손에 쥔 책은 요 아래 서평처럼 그모양이었다.

(다른 곳에서 평은 좋지만 뭐 이 곳의 정체성과 다른 주례사를 쓸 수는 없는 것이고)

지난주에 강릉 다녀오면서 선배 차에 얻어타고 오며 한 대화도 있고,(결론은 공부해!)

이러다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주저 앉겠다 싶어

전에 사놓고 방치해둔 나당전쟁연구(이상훈, 주류성, 2012)를 손에 쥐었는데

(박사논문이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출판되어 서점에 풀려있었다. 요즘 추세가 빨리 나온다)

한 서너 쪽 읽고 먼 산 보고, 또 한 단원 읽고 먼산보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단언할 수 있다!)

또, 원래부터 산만하기도 한 아해니 그런 게 당연하단 건 아니다.


박사논문이란 게 그냥 우걱우걱 쳐묵쳐묵하면 화장실에 가서 힘주듯 나오는 게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는 평생 연구의 정점이기도 하다.

한쪽 한쪽 읽으며 ㅎㅇㅎㅇ거리게 만든 박사논문의 저자들이 

다음 작품부턴 말도 안되는 글을 쓰는 것도 봤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슬램덩크에서 유이하게 좋아하는 장면.


그러나 그것을 무어라 손가락질 할 수 없는 것이

이걸 쓰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치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여기에 다 쏟았다는 듯이.

인생에 한 번이라도 활활 타오르지 않고도 사라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

그래서 박사논문이 막 세상에 뿌려져 돌고 돌다가 책으로, 혹으론 화일로 손에 들어올 때는 긴장이 된다.


위의 슬램덩크와 이 3월의 라이온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작권은 원작자와 양국의 출판사에게 있습니다.


적어도 10년 연구의 그 물결을 알몸으로 느껴야 한다.

오늘 잡은 책은 그런 책이다.

물론 박한제 선생의 중국중세호한체제연구라던가, 서영교선생의 나당전쟁사연구같이

읽기 시작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굇수같은 책도 있지만

대다수의 책은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견주어 대화해야 하기에 읽는 것이 쉽지않다.

그게 박사논문의 무게다.

그가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고 스스로 분해하고 재조립 했다면 읽는 이도 그만큼의 각오해야 한다.


요 며칠 전에 약간 말다툼이 일어날 걸 그냥 나와버렸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이게 정말 트림이나 방귀처럼 쉽게 나오는 것인줄만 안다.

(뭐, 양쪽 집안 다 따져도 이쪽 계열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지만)

이런 걸 써야하나란 두려움까지 느끼게 하는 책을 읽는 오늘은 그래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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