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여기에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것.. 본문

GR맞은 짐순姬

여기에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것..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16. 14:14


뭐, 정상인 적이 있었느냐.. -_-;;


오래전부터 책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한참 글을 많이 쓰던 때였고, 또 그 때 글이 지금보단 낫습니다.

그때도 그런 말에 거부를 해왔습니다.


병약한 미소녀에게 있어서 글쓰기는 마음의 그릇이 철철 넘칠 때야 쓴다는 것이라

순간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합니다.

원래 삼국지도 아주 아주 천천히 군비랑 인재 축적을 한 다음에야 몰아치는 성격이라

선을 그어 놓고 거기에 충족할 때까지 안움직입니다.

어떤 글은 제목 잡고 두어달 머리 속에서 굴리다가 길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적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2년 넘게 자료만 머리 속에 쳐넣다가 아침에 노트북 켜고 저녁까지 쓴 적도 있습니다.

맨 먼저 희미한 선으로 범위를 정하고 한 부분 한 부분 차근차근하게 

마치 블록을 쌓듯 글쓰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실생활에서 그렇게 신중한 편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만들 때만큼 과단성과는 극단적으로 먼 길을 택했습니다.

당장 손해를 본다거나 별 볼 일 없는 시간이 길어져도 그렇게 했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아직 때가 아니라고, 능력이 안된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그러다 차츰 안들어오고, 게다가 글 빨도 죽어버리는 장기 침체가 일어났지요.

원래 굴리던 블로그는 행간 다 빼먹고 아주 날 것의 글을 쓰는지라

그러다보니 감은 떨어지고

요즘 그걸 되돌리기 위해 아둥바둥 하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삼국사기 읽기에 달린 창작 블로그 배너나 어쩌다 링크를 걸게 된 믹시나 올포스트 등도

실은 몇 달동안 하라, 해라.. 그야말로 '일해라 절해라' 소리를 듣다가

얼레벌레 끌려서 가입을 하게 된 겁니다.

거의 제 노트북에 켜놓고 '자 가입란에 항목 채우세요'라고 들이 미는 정돕니다.

이건 '내 글이 쓰레기 같아서 감히 걸 것이 못되'라는 자학개그는 아닙니다.

(물론 수업 시간에 능청스럽게 자학개그를 남발하지만요)

과연 시작을 할 때 어디까지 끌고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면

위에서 말한 글 쓰기는 답이 안나옵니다.

지금 간간히 올리는 세계사 뒷담화 글도 맥이 끊어진지 1년은 된 것 같군요.

한다고 해놓고 만약 말라버리면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느냐.

확실하게 답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자.

이게 항상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올 4월에 방치하던 블로그를 다시 살려낼 때만해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아직 그릇이 넘치지 않았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먹고사니즘 알약으로 버텨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글 맥이 끊길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쓰고 있군요. 

간간히 땜빵들을 날려대지만 이건 좀 무서울 정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지인과 이야기하며 과연 얼마나 버틸까 이야기를 했더니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실 나도 궁금해'라고 했습니다만..


요즘 글쓰는 것이 어려워 지는데

동천왕이야기랑 고구려사 정리라는 미친 짓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푸느냐, 

그리고 그동안 머리 속에 있던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한지 재확인하는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어진 4편의 고구려사 이야기는 어제 환경에 대한 글 하나를 못 적어서 

계속 지구전을 이어간 겁니다.

저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전공자는 거의 없는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나,

아니 내 머리 속의 데이터는 멀쩡한가도 장담할 수 없었거든요.

고구려 초기사는 거의 보지를 않았으니..

어제 글도 노트북 켜놓고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다 잘라먹고 간단하게 가자.. 이래서 겨우 나왔습니다.

원래 10회 안쪽으로 가려던 것이 정말 20편은 가겠는걸요.

(저저번 글에선 40편이라고 했지만 그건 농담이고 정말 그렇게 쓰면 각혈합니다.. )


지금 쓰는 글 중 고구려사 정리를 제외하고

세계사글이나 삼국사기, 그리고 고대사 글은 책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습니다.

고구려사 정리는 아직 떄가 아니라고 보고..

현장에서도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가급적이면 전공책만들기를 안하려고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피드백도 중요합니다.

방문수, 추천수보다 댓글 수가 더 자랑스럽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몇 년을 걸쳐 만든 자료가 있었는데 거기서 오탈자 지적해준 사람이 단 한 명이었습니다.

제 이름 지우고 웹에다 올린 사람은 꽤 되는뎁.

그래서 검색을 통한 스쳐가는 방문을 덜 중요시하는 이윱니다.

(물론 아주 초탈하진 않아요. 저번에 한 번 800명 다녀간 후로 좀 신경씁니다)


이를테면 세계사 글에서 텔레토비가 나오는 글이 

21세기에 들어와 쓴 것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것인데 정작 반응은 좋지 않지요.

(블로그 와이드에 연재하는 글이라 거기 실린 후 1주 후에 다시 공개니까 다음주까지 못봅니다)

오히려 이 글은 망글이라고 생각한 것이 더 좋아요.

그저 제가 생각한 것만 가지고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자비출판해서 지인들 나눠줄 것이 아니라면요.

어느 선생님도 첫 수업에서 '이걸 평생 공부한 나나 이걸 준비해온 너는 알겠지만 

여기 듣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겠니'라고 하시더군요.

일기가 아니라면 누군가는 납득시켜야 합니다.

혼자 원고지 펼쳐놓고, 또는 모니터 앞에서 황홀경에 젖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여기서 한 줄이라도 남겨주시는 여러분은 이를테면 제게 편집자인 셈입니다.

어쩔 때는 오덕스러운 코드도 넣어보고, 술에 취한 듯 마구 갈겨보기도 하는데

아직은 영점잡는 단계인 것 같네요.


언제 끊어질 지는 모릅니다.

요즘 초반과 달리 무거운 글을 쓰다보니 더 조심스러운데

지금, 컴 속에 잠자는 출판 계획서 3편 이상은 살려낼 때까지는 버텨야겠지요.

한 번 힘 내어 다시 가보죠.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 미소녀는 자브로 스톼일~.



이 것만은 면해보겠습니다!!!


'GR맞은 짐순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기도 충분히 이상해..  (12) 2012.12.12
막 던지지는 마세요..  (12) 2012.12.01
깔 것만 깐다..  (16) 2012.11.14
돌아왔습니다..  (16) 2012.10.07
출발 전..  (6) 2012.10.0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