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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깔 것만 깐다.. 본문

GR맞은 짐순姬

깔 것만 깐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14. 15:10

어제 '그것은 알고 싶다' 4,5회분이 한꺼번에 올라와 자기전까지 그걸 다 듣고

박정희소사전 2는 오늘 아침 나오면서 들었다.

거기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정희가 뭘했느냐는 현대사 연구자들은 다 아는 거고

딱 깔만큼만 깐다는 말이었다.

세세한 이야기는 몰라도 어지간한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따라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사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해야할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100% 선인이나 악인은 없다.

그리고 공업과 과실이 10:0으로 간단하게 기우는 일도 없다.

그래서 박정희든 원균이든, 아니면 그 흔한(?) 야구 원로감독들을 평가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 이게 잘못하면 어느 한쪽이 문제가 아니라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다.

모두가 역사가는 아니고 역사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하지 않는다.

아니, 역사가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가끔 샤방샤방한 미소녀만 나오는 만화도 삼국사기처럼 읽을 때가 있다.

모두다 그랬다간 세상 피곤하다.(캐릭캐릭체인지는 역사서가 아냣!)


하나의 사안을 놓고 봤을 때 순간 여러 국면에서 바라봐야 하고

또, 확실한 사실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확답을 내리지 못한다.

그런데 다들 칼로 물을 가르듯 명쾌한 결론을 요구한다.

그럴 때 깔 것만 까고 잘한 것은 칭찬하자는 역사가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이건 어고 저건 저건ㄷ요..하면 화부터 낸다.

좋게 말해서 여운형의 운명이다.

(조선시대 이후로 좋아하는 인물을 꼽자면 이순신, 홍대용, 그리고 이 쾌남아가 들어간다.

왜 그런지 이 남자 멋지다)

우에선 좌라고 욕하고, 좌에선 그저 삥뜯을 봉으로만 보았던 사람.


하다못해 야구를 봐도, 그 김성근감독 이야기를 해도

그의 공과 과를 저울질한다.

분명 포지션은 까에 가까운데 말하다 보면 그의 공을 칭찬하고 있다.

과를 더 본다고 하지만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단순히 그리하면 공정한 것 같기도 하다만

상당수는 불의를 옹호한다는 욕을 먹기 마련이다.

요즘같은 시절, 이랬다간 친구 없이 밥먹기 딱 알맞다.

간간히 나오는 역사학자들이 관련된 사건들도 다 그런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고.


오늘도 근현대사 수업을 하면서 분명 박정희 안티, 그것도 극렬분자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칭찬을 했다.(아니 좀 많이 하긴 했다)

요즘 트윗이나 페북이나 블로그에서 십자군 놀이하는 애들아가리파이터이 보기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욕을 먹기 딱 알맞다.

(진중권과 변희재의 미움을 동시에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여운형의 말년이여.. 아놔..)

정말 '광장'의 결말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써놓으니 너무 처연한 척하는 것 같넵..)


중도를 지킨다. 갈 길을 간다. 적당히 한다.

말이야 쉽지.

그 원칙을 고수한다는 게 얼마나 뼈에서 살을 발라내야하는지 모르면 말이나 쉽지.

그게 어려우니까 오히려 인간세상의 완성이 오지 않았고

역사를 이야기한 모든 앞선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았으니

역사학의 종말도 오질 않아 뒷 사람들 먹고 살 길이 열린다.

그리 생각하면 맘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래 포기하면 편하지..


다시 돌아와서, 깔만큼만 깐다. 그건 쉽지가 않다.

우선 사람들에 따라 그 까야할 것의 비율이 달라진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지 인간의 상식선에선 그 오차 범위가 대략 좁혀진다.

97의 잘못을 했으면 97만 까자. 괜히 사사오입해서 100의 악인을 만들지말자.

그게 이 바닥에서 지켜야할 룰이다.

그것은 단순한 직업윤리문제가 아니라 과장은 나머지의 진실을 가치하락 시킬 때가 있다.

또 상황의 한계라는 것이 있어서 이른바 정상참작을 해야할 때도 있다.

다산 정약용보고 이북이나 한글화일로 문서를 만들지 않았다고 컴盲色姬라고 욕할 수는 없지 않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일방적인 빠수니의 쉴드가 될테니 과용해서는 안된다.

그걸 능숙하게 할 줄 알면 어엿한 한사람의 역사가가 되는 거고.

그거 못하면 요즘 흔하게 나오는 역사의 오입쟁이가 되는거지.


토모여~! 네가 포기한 꿈은 내가 이뤄주마! 19살의 패기.jpg


다들 미워한다해도 갈 길 가는거긴 하지만..

요즘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데 별 같잖아보이는 짤방 하나 걸고

별소리를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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