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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나로호가 설령 실패한다해도 실패가 아니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나로호가 설령 실패한다해도 실패가 아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29. 15:02

어제 저녁을 먹는데 나로호 이야기가 나와 한참을 떠들었다.

천문학이나 우주개발같은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아는 건 별로 없는 터라

저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모르면서 떠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나름 기술사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에 입장에서

한마디 툭 던져놓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다 싶기도 하다.


이후 등장하는 사진은 엔하위키와 위키백과에서 긁음..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많은 착오가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물론 그 과정의 상세함은 이 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통과!)

만번인가 5만번인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했는데

그 실패의 숫자를 지적하는 신문기사의 말에 

에디슨은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에 대한 그 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라 답했다.

위인전에 나오는 것 만큼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다 해도

에디슨은 적어도 실험의 의미만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패는 반드시 손해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전자파 연구를 하다 튀어나온 것이 가스렌지가 되었고,

접착제 연구를 하다가 포스트잇이 나왔다.

불로불사의 약과 황금을 구하던 연금술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화학이란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험에 실험이 이어지는 만큼 문제점의 수정도 충분하게 이어질 수가 있다.


이것은 로씨야의 롤스로이스! 크고 아름답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한다!!


일본은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동안 독자적인 로켓발사와 인공위성 실험을 수행해왔는데

그동안의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버블경제 이상으로 우스꽝스러운 실패만을 거듭했었다.

쏘기만 하면 발사 직후 폭발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지금이야 인정받는 로켓인 H-2도 당시에는 내외적으로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실패를 겪은 일본은 현재 우주개발 분야에서만은 한참 멀리 앞서가 있다.

2007년의 카구야 위성은 실시간으로 달의 전면을 조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구상에서 통신이 끊기는 달 뒷면의 조사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소행성의 조사에도 성공하고, 

우주왕복선 은퇴 후 ISS의 보급, 수송을 위한 기체도 제작하고

요 전에는 금성탐사위성까지 띄우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우리보다 30년가량 앞선 그들이지만 그들의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가장 안정적인 우주발사체라는 러시아의 R-7로켓도 실은 엄청나게 많은 실패와

인적손실을 겪어가며 그 범접할 수 없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누가 그러더만 우주로켓의 롤스로이스라고,

다만 소련의 무기개발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들의 실험은 무모함에 가까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는데 

우주개발이라고 안그럴 리가 있겠는가

실제로 공식 발표되지 않는 우주비행사의 사고 당시 무전이 

우연히 서방측 무전에 들어온 경우도 종종 있다.

(015B의 ‘21세기 모노리스’에 나오는 무전 음성을 생각하면 된다)


그냥 뻘쭘해서 올려본 소유즈 발사체..


물론 후발주자로서 앞선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살필 수는 있다지만

그것은 멀리서 보고 들은 것이지 우리의 경험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발사에 실패해서 누구든 욕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욕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한 번 쏘아올리려 할 때마다 피눈물같은 돈이 소모된다.

그 돈이면 다른 것을 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멀리 바라보면 결코 허튼 돈이 아니며

경험치가 쌓이면 쌓여갈수록 그 실패의 기록도 자산이 되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세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성공이 따라오는 문제를 묻어버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성향이다.

(전쟁에도 이기지 말아야할, 아니 걸지 말아야 할 싸움이 있다고 믿는 정도다)

어차피 세계 최초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이상

성급하게 밀고 나가느니 차근차근 하나씩 다지는 것이 낫다.


1945년에서 1961년에 이르는 기간 중에 식민제국으로부터 해방을 겪은 나라 중에서

우주를 향해 나가보겠다는 나라가 몇이나 있는가?

인도와 우리를 제외하면 식민지의 ‘원청’국가들 뿐이다.

이걸 만든다는 시도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여기를 들렀다 가는 분들 정도만이라도

발사의 성패에 좌우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도 충분히 도움을 주는 것이라 본다.

(100대 때린다고 해놓고 99대만 때리면 고맙지 않던가.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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