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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십이국기 39화.. 본문

역사이야기/애니 역사학

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십이국기 39화..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2. 12. 13:31

요코 :

우선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미안했네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아니었네만 

제관들에게 부담을 준 일은 사과하지 

얼마 전 붙잡힌 관리들에 대해선 많은 말은 않겠다 

그들의 죄를 밝히고 그 벌을 정하는 것은 추관의 역할이니까 

그러나, 그들을 체포하라 명한 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추관은 잊지 않길 바라네 

(중간생략)

마찬가지로 맥주 주재 사이보우를 화주후로 임명하며 

또한 송백을 조정에 모셔 태사로 명한다 

전의 태부(太傅), 태보(太保)는 국외추방처분을 취소하여 

다시금 그 직위에 임명한다 

이뿐 아니라 대대적인 관리 이동을 시행한다 

양심에 거리낄 것 없는 자는 당황할 것 없다 

모두 일어서도록! 


케이키 :

주상…! 


요코 :

케이키도 들어줬으면 해 

난 다른 사람에게 절을 받거나 

사람 사이에 서열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싫어 

다른 사람에게 고두받는 것도 고두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불쾌해 


케이키 :

기다려주십시오! 


요코 :

이 이후 예전(禮典), 제전(祭典) 및 제반규칙이 있는 의식, 

타국의 빈객을 맞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례를 폐지하며 

궤례(軌禮), 입례(立禮)만으로 한다! 


케이키 :  

주상! 


요코 :

벌써 결심했어 


케이키 :

업신여김당한다고 분노하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요코 :

타인에게 머리를 숙이게 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 못하는 자들 따윈 

내가 알 바 아냐 

그것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숙일 때마다 

망가져가는 사람 쪽이 더 큰 문제라고 난 생각해 

사람은 말야, 케이키 

진실로 상대에게 감사하고 마음으로부터 존경심을 느꼈을 때는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거야 

타인에 대해선 예의를 갖추고 접한다 그런 건 당연한 일이고 

하든 안하든 본인의 품성 문제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소리야 


케이키 :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요코 : 

난 경국 모든 백성이 왕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지위로 예의를 강요하고 타인을 짓밟는데 익숙해진 자의 말로는 

쇼코우, 가호우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명확하겠지 

그리고 짓밟히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가는 길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그 누구의 노예도 아냐 

그러기 위해 태어나는 게 아냐 

타인에게 핍박받아도 굴하지 않는 마음 

불행과 마주해도 꺾이는 일 없는 마음 

부정이 있으면 바로잡기를 두려워 않고 

짐승에게 아첨하지 않는 

나는 경의 백성이 그런 자유로운 백성이 되어주길 바란다 

자기자신이라는 영토를 통치하는 유일무이한 군주가 

그렇기 위해선 우선 타인 앞에서 의연히 고개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제관들은 내게 경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느냐고 물었다 

이것이 대답이 될까 

그 증거로서 복례를 폐한다! 

이것을 초칙으로 한다!!!



널리 알려지기를 연방의 폭죽, 19세 청순가련 병약미소녀,

짐순이는 은영전과 건담(우주세기)이랑 마리미테만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 그보단 못해도 좋아하는 걸 치라면

프리크리랑 십이국기도 들어갈 겁니다.(더 붙이면 에우레카7이랑 천년여왕, 겐지 천년기)


이중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은근히 도움이 된 것을 들자면 십이국기입니다.

오노 후유미의 소설이 있고 그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판도 있습니다.

처음 이것을 볼 때는 왕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소녀가 갑자기 낮선 공간으로 날아가

거기서 자신이 정말 왕의 자리에 오를 만한 사람인가..

아니 여기가 과연 실존하는 공간인가에 대해 자문하는 것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공감을 받았어요.

거기서 이웃 안국의 연왕을 만나면서 그 고민들이 해결되고

주인공은 왕자王者의 길을 걸게 되는데

그때 고민하던 차에 연왕이 던진 말이 큰 충격을 주었는데

"왕은 그 자리에만 앉아만 있어줘도 세상이 돌아간다"는 식의 말입니다.

나중에 정확한 출전을 찾으려고 소설과 애니를 모두 뒤져도

어디에서 였는지를 찾을 수 없더군요.

어쩌면 작중 대사가 뇌속에서 필요한 해답으로 전환작용을 거친 걸지도요.;;


원래 중국고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교토대식 분류에 따르면 한국 고대사의 시대에 중국은 중세입니다)

위진남북조수당시절보다는 춘추전국~한의 시대가 익숙한 아해에게

십이국기는 매우 친숙한 시대였습니다.

12국이 병존하는 거야 작가의 창작이지만

전반적인 시대 시스템은 주례로부터 한대까지의 시대랄까요.

사람들 주거 형태나 여러 시설, 세금제도 같은 것들..

이 시대에 대한 것들 중 상당수가 

후대의 필터링으로 인해 많이 어긋난 것을 보여준다면

이 십이국기는 꽤나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나 여왕이 된 주인공, 나카지마 요코가 왕위에 오른 후

다시 자문하게 되고, 왕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편에선 

정말 높으신 분들은 알면서도 몰기도 하는 것들을 겪게 되지요.

이른바 시스템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이건 매우 흥미로운 거였죠.

그 자문 끝에 모든 소동을 수습하고 왕궁으로 돌아와

날리는 대사가 저겁니다.(대사는 애니 39화를 따랐습니다)


어제 위덕왕 글에서는 기록과 실제 즉위 연도의 차이를 이야기 했었는데

여기서는 즉위하고도 첫 조칙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진한시대의 시스템 속에 떨어진 나름 민주주의 경험자는(얘도 미소녀!)

나름의 결론을 내지요.

엎드려 예를 표하는 것을 폐지한다!

이 의미를, 그런 사회에서 받아들일 충격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입니다.


물론 왕의 일은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날마다 고난이 계속되듯

그녀의 회의와 자문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중요한 관문을 통과한 것처럼

이 선언은 그녀의 고민 중 한 단계를 통과한 것이죠.

(다만 작가가 놀고 있다~~~~~~~~~~~~~~~~~~~~~~~~)

39화의 후반부를 보면 감동적입니다.


말꼬리 --------------

1.

지금 마우스가 없어서 편집하기 심히 어렵군요.

블투 키보드는 챙겨놓고 마우스는 놓고 와쪙. 아놔..

저녁에 수정을 해야겠어요. 정전식은 이게 불편해요.

(뭐 스맛폰으로도 포스팅을 할 수 있을꺼라고? 지금 정전식 노트북으로도 힘들다 짜샤!)

---> 수정

2. 

얼마전까지 영풍종로점에 십이국기 번역본이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다시 번역본이 나온다는데 그거 기다리는 중입니다.

은영전 완역판도 아직 안샀지만 이것만은 바로 지를 것 같습니다.

(이 배신자! 이젤론 토르 해머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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