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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설씨네 아가씨 03 – 말뚝과 개도 사랑스럽다. 내 곁에 그대만 있다면,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설씨네 아가씨 03 – 말뚝과 개도 사랑스럽다. 내 곁에 그대만 있다면,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9. 5. 19:01

원문

沙梁部少年嘉實 雖貧且窶 而其養志貞男子也 嘗悅美薛氏 而不敢言 聞薛氏憂父老而從軍 遂詣薛氏曰 “僕雖一懦夫 而嘗以志氣自許 願以不肖之身 代嚴君之役” 


해석

사량부의 젊은이 가실은 비록 가난하고 또 비루하지만 그 뜻은 곧고 바른 남자였다. 일찍이 아름다운 설씨녀를 사모하였으나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설씨녀가 그 아비의 늙음과 종군할 일을 걱정한다는 것을 듣고는 마침내 설씨녀에게 말하기를 “나는 비록 나약한 사내이나 일찍이 뜻과 기상을 키워왔습니다. 원컨대 불초한 몸이지만 아버님의 군역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모자이크가 사이코건담같군요. 크고 아름답다!!

 예전에 영한사전에서 개dog에 대한 용례를 찾다가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그녀의 개도 사랑스럽다는 내용의 구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마누라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보고 절한다는 말이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좋아진다는 그놈의 콩깍지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인듯합니다. 뭐, 짐순이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쿠가 좋아지면 돔도 좋아진다..가 될까요?(좀 정도가 심해지면 데킨 공왕과 기렌도 좋아하게 될 수도.. 탕!)


설씨녀의 고민은 아버지가 군대에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격한 군역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기가 대신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마침 전쟁이 끊이지 않던 삼국시대의 정점을 찍던 시대의 상황에선 그것은 생이별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역사책에 실리지도 않을만큼 흔하디 흔한 한 가족의 비극에 머물뻔 했습니다. 인간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고 국가의 정책을 결정한다는 의식조차 없던 시대에는 그저 흔하게 벌어진 일이었지요. 높으신 분들은 그저 결과만 보고받으면 되는 것이죠. 인간의 눈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환상을 가지신 분들을 종종 뵙는데 실상은 이런 겁니다.


그러나 이 가족의 이야기를 역사에 한 줄 남기게 하는 매우 특별한 양념 하나가 곁들어집니다. 그냥 먼 어느 곳에서 풀과 흙을 움켜쥐고 죽은 백골만을 남겼을 이야기는 이제 전혀 새로운 맛을 역사라는 식탁에 선사하지요. 사량부의 젊은이 가실의 등장입니다.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서 잠시 끊어야겠군요. 그냥 가라해도 싫을 군대를 자진해서, 그것도 남의 것을 대신하겠다는 이 남자의 이야기는 이어서 하지요.


내일쯤, 당시의 군역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 이야기의 짧음을 벌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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