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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소수 정예의 승리는 신화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소수 정예의 승리는 신화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1. 29. 00:07

원래 명량해전이 한산도 해전보다 더 위대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하려고 했는데
자칫 오해를 살만한 문장이라 바꿔보았습니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명량해전도
조선의 전면적 붕괴를 막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일본으로선 마지막 타격기회를 상실한 것이지요.
갑자기 해전 얘기가 나오냐하면은
바로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를 이긴다는 신화를 이야기 하기 위해섭니다.

소수의 적으로 다수를 이긴다.. 이는 매우 매혹적인 것입니다.
장판파에서 장비 혼자서 조조의 20만 대군을 막아내고,
조자룡은 홀로 조조의 백만대군 속 장수 목을 제 주머니 물건 만지듯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신화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 영웅적인 모습은 칭송받아야 마땅할 일입니다.
대개의 사람들(물론 짐순이 포함)은 도망가기 바쁠테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병사/兵事에서는 피해야할 일입니다.
손자가 말한 것처럼 전쟁은 시작 전에 결판나야 하는 겁니다.
무슨 리그전도 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습니다.
나라의 부와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주먹구구로 할 수 없습니다.
가급적이면 충분한 양과 질의 병력을 확보하여
매우 계획적으로 사용하여 적의 의지를 꺾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세계 전쟁사에서 칸나에나 자마, 탄넨베르그가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사실 일본의 남원성 함락 후, 전세 역전의 위기를 막았다는 점에서
명량해전은 중요합니다.
사실 전라도 곡창 상실보다 더 문제는 일본 수군이 서해항로를 장악한다는 것이었는데
12척 만으로 일궈낸 승리는 값진 것입니다만
그런 승리는 어쩌다 한 번 도박하는 심정으로 하는 거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서 즐겨 사용할 것은 못됩니다.
충무공도 워낙 병력이 없어서 그런 걸 선택한 거지
다른 해전들에서는 충분한 병력확보와 함께
병력이나 화력, 기동력 등의 우위를 확보하고 나서 승리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충무공의 업적이 깎이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것이지요.
만약 충무공이 소수정예의 신화를 믿었다면 그는 명장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소수정예의 약점은 물량에 있습니다.
아무리 일당백의 용맹이라고 해도 탄약과 기력과 운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용사가 100명의 적을 무찌르고 죽었다고 해도
100명의 타격보다 그 1명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그렇게 격차가 나지도 않습니다)
비근한 예로 올 초에 우리를 흥분시켰던 WBC의 경우
우리 팀이 굉장한 선전을 했습니다만

<짐순 주: 이 시점은 06년 입니다>
한일전 2연승 직후 김인식감독의 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약자다.
우리는 이런 팀을 겨우 하나 만들 수 있지만
일본은 서너 팀은 만든다고요..
무슨 초정예 기갑부대와 돌화살 쓰는 원시인의 전투가 아닌 담에야
어느 정도의 실랑이는 있겠지만
물량의 우위를 점한 세력이 이긴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고구려 멸망기의 전쟁은 매우 가혹한 것입니다.
사실 수와 처음 전쟁을 벌인 것으로 시작해서 70년간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중국과의 본격적인 긴장상태가 시작한 것은 550년대부터의 일입니다.
(신라와 백제를 제외하더라도)
근 120여년 동안 군사적 긴장상태 속에 있었던 것인데
그 기간을 버텨낸 것으로도 경이적이랄까요.
병사 한 사람을 먼 곳에 보내는 비용이 많지 않던 시절에
130만 대군을 보낸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결국 그 전쟁의 후유증도 수의 멸망에 한 몫을 했지만,
그러고도 또 수십년간의 전쟁을 벌인 중국도 대단합니다.
연이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회복하는 속도와 양에서 중국이 앞섰달까요.
(사실, 우리나라에 와서 죽을 쒔지만
당시 중국군대가 그 "당나라군대"가 아니었음과,
우리나라의 지형상 중국군대에 대병력을 활용하지 못할
전장을 강요한 측면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소수의 승리를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거둔 승리니만큼 위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신화에 얽매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책 몇줄이나 읽고 40만 대군을 말아먹은 조괄의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라 하겠죠.


말꼬리 ------------------------

06년에 다른 곳에 쓴 글의 불씨를 되살려봅니다.

한물간 이 글을 다시 올리는 이유는

물론 땜빵..

여전히 한국사회는 토대구축이라는 것에 무지하달까요?

그냥 정신력, 노력으로 대변되는 가시적 성과에만 시선을 집중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카드 정보도난과

얼마 전에 기사화된 삼성의 타이젠의 지지부진에 대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지요.

인터넷 회선 속도와 보급률, 스마트폰과 각종 사용수치로

한국을 IT 강국이라고 한다던가

다른 국가에서 회선을 새로 깔자 순위 내려갔다..

이런 표피적인 면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OS, 안드로이드, 리눅스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은 왜 창조적인 것을 안만들고  베스트팔로워(추종자)에 안주하는가..

이런 성토를 하고 있습니다.

모르겠네요. 그런말 하면 패션진보 같아져서

자신이 매우 스마트하다는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 음.. 나는 좀 고~상해요~. 우~아해요~.. 이런 빠다소리 지끼기도..)


좀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보죠.

평소에는 핸드볼같은 경기에는 신경도 안쓰다가

올림픽만 되면 다같이 화면 앞에서 애국자가 되

우생순 영화 한 번 봐주고 그게 끝인 거나 매한가지랄까..

기반, 또는 토대, 어디서는 하부구조라는 것들이 그저 우습게만 보인달까..

지난 독재시절이 남긴 최악의 역사적 후유증은

민주정의 파괴, 경제구조의 왜곡 이런 게 아니라

하면된다로 대변되는 토대구축의 경시랄까요.


미군애들이 쓰는 프리츠 헬멧과 같은 것을

1970년대 무기 국산화 작업인 번개계획 실시 때

미국에선 수만번(아니 수십만번인가)의 실험끝에야 나온다는

재료형성을 우리는 천번도 안해서 만들어냈죠.

중동에서, 청계천에서, 남동해안가 조선소에서

박카스랑 보름달빵 먹어가며 주야로 일해버리니

한국사회는 진득하게 먼 시야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 일에 인색해져 버립니다.

시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가진 유전병이랄까..


그리고 국난극복사만 줄창 강조하던 역사교육을 받고나니

대대적인 투자나 토대구축 없이 소수의 병력으로 대수를 이긴다는 환상이 자리하게 된 것.

그냥보면 멀리 떨어진 문제인 것 같지만

밀빠들의 환상이나 소위 IT를 이야기한다는 사람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나 국민들이나

혹은 보수라는 사람이나 또는 진보라는 사람들이나

길게 보고 기반을 다진다는 생각 안하

표피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에 열광하는 건 같아요.


창조? 혁신?

다른 나라는 수백년에 걸쳐 축적한 것을

그나마 축적된 거 36년에 포맷해버리고

남은 거 다시 일으킨 나라에서 그게 쉽다면

야야.. 기존에 장기투자한 나라들은 다 폭탄 터트리고 자폭해야죠.

그래 OS가 그리 쉽다면 그놈의 운영체제 만들어 쓰는 나라는 왜 그리 적은 겁니까?

부카니스탄의 붉은 별? 중국이 요즘 만든다는 차이나 OS?

그거 리눅스자나요...

그렇게 따지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아시아눅스 만들겠다던 건?

모두들 비웃었지만 티맥스윈도는?

그냥 검은 티에 청바지만 입으면 그냥 똥싸듯, 자판기에서 캔 나오듯 그런줄 아나?

(적어도 샤오미 사장도 그런 생각을 하진 않더라)

우린 아직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하거든요.

20점 맞다가 시험간에 제대로 공부하면 50점은 나와요.

이해 못하면 외우기라도 해서요.

그런데 80, 90점 먹는 단계에서도 그런 식으로 점수 올리려 했다간

되려 60점으로 내려가요.

그때부턴 1점 더 먹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그런 얄팍한 수로 유지 되는 게 아니거든


넷에서 떠드는 것은 쉽습니다.

좀 해보고 떠드는 것도 쉽습니다.

어디서는 학부수업 몇 개만 듣고서 전문가라고 떠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칭 전문가들 중에서

기반다지기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은 못봤습니다.

물론 어린 것이라 견문이 부족하니 못봤을 수도 있습니다만

오늘도 넷은 평화롭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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