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김유신, 그리고 천관녀 이야기.. 본문
아주 어릴 적부터 이 이야기를 익숙하게 여겼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국사기만 졸라 빨고 삼국유사는 쳐다도 안보던 19살의 여아는
지금까지도 그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있었겠거니하고 믿고 있었습니다.
기차안에서 노래를 하나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마침 가지고 있던 박성봉 선생님 번역본의 한글 화일에서
F2로 열심히 검색해 봅니다.
원성왕 즉위 전 꿈 이야기의 무대로만 나옵니다.
이상하다 기이편의 김유신 이야기를 뒤집니다.
고구려 점쟁이의 원한 이야기만 나옵니다.
집에 돌아와 북한의 리상호 번역본을 뒤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이민수 본과
주변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재호본은 안보입니다..
(여기까지 적던 중 이재호본의 초판 영인본이 보입니다. 아놔..)
이상하다 싶어 국사사전의 고전인 이홍직 선생님 책을 뒤집니다.
이상하다. 친원파중 듣보잡인 (족보를 믿는다면) 조상님도 나오는데
그 이름이 항목에 없네요.
마침 그 옆에 민족문화백과사전 만든 후 정문연에서 만든
인명사전을 펼쳐 항목을 찾아보니 출전에 삼국유사는 있는데
다시 뒤져봐도 안나와...
에라 모르겠다.
오늘 낮에 용산전자상가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2시간 앞서 나섭니다.
영풍문고에 가서 정문연본 삼국유사를 뒤져보자.
(2년째 다음 달엔 사야지 다짐하고선 안사는 책.. 정말 까가 맞나봐여)
간 길에 이재호 본까지 뒤져도 안나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맞은 편 책장에 꽃혀있답니다!! 수년째!)
정문연본의 역주는 친절하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본서 몇 권을 보라고 안내하는데
거기엔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라고 적혀 있더군요.
참 잘했어요. 짐순 오네짱~! 어.. 고마워.. 나데코짱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에.. 또.. 어.. 그러니까..
19살을 쳐묵하도록 그 이야기의 출전이 삼국유사인줄 착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뭔 이야기냐고요?
제목에 있잖아요. 김유신과 천관녀!
천관사(天官寺) 오릉(五陵) 동쪽에 있다.
김유신(金庾信)이 소시적에는 어머니가 날마다 엄한 훈계를 하여 함부로 남들과 사귀지 않더니, 하루는 우연히 창녀(娼女) 집에서 유숙하였다. 어머니가 훈계하기를, “나는 이미 늙어서 낮이나 밤이나 네가 성장하여 공명(功名)을 세워 임금과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지금 네가 천한 아이들과 함께 음란한 술집에서 놀아난단 말이냐?”하고, 울음을 그치지 아니하니, 유신이 즉시 어머니 앞에서 다시는 그 집 문을 지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하루는 술에 흠뻑 취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말이 전날 다니던 길을 따라 잘못 창녀의 집으로 갔다. 창녀는 한편으로는 반기고 한편으로는 원망하며 울면서 나와 맞이하였다. 유신이 알고는 타고 온 말을 베고 안장을 버린 채로 돌아갔다. 그 여자가 원망하는 노래 한 곡조를 지어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절은 바로 그 여자의 집이며, 천관(天官)은 그 여자의 이름이다.
- 신중동국여지승람 권21, 경상도 경주부 고적조
신증동국여지승람도 모자이크를 쳐놓고 보니 크, 크고 아름답군요!(고마해 이 미친女ㄴ아!!)
뭐 출전을 찾던 중 걸리는 거 없나 해서 뒤져보니
최근 사극에서 두 번 나왔나봅니다(두번 머거!)
또 뒤지다보니 천관녀가 기생으로 폄하당한거고
어디까지나 전통신앙에서의 신녀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매우 그럴싸하게 뻥을 까대니 짐순이도 믿고 싶어집니다.
("이 色姬, 어디서 약을 파니! 널 믿느니 용팔이 옵하들을 믿고 말지"...가 속마음)
해석은 자유고, 또 사료가 부족한 역사적 한계상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천관녀가 신녀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어요.
곰도 허공에 대고 등을 긁는 짓은 안합니다.
하다못해 좁쌀같은 근거라고 있어야죠.
천관사 인근이 원래 원시신앙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라도 발견되어야
일단 뭐라도 할 수 있죠.
그러나 조계사 근처에 산다고 다 불교 믿는 거 아니잖슴.
인류 최초의 서비스업이 몸파는 것인데
이는 어느 풍요와 다산의 신이 몸을 팔아 구한 공물만 받아들여
신전 옆에서 지나는 남자들에게 몸을 팔았으니
혹시 신라의 창녀가 신에게 공양을 위해 있었던 거다.
그러므로 천관녀는 신녀다...
이런 논리를 펴는 것은 아니시겠죠?
그런데 무슨 사랑에 빠졌고,
김유신은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린 남자로 생각했더니
그것도 아니군요.
유녀에서 소녀가 되고 또 숙녀가 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순애보가 사실은 그게 아니더라.
이수일과 심순애의 결말이 둘에게 버림받은 순애가 외롭게 죽는다는 거,
그 다음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어른이 되는 건 슬픈 일이로군요.
좀 분위기 깔고 쓰려다 어정쩡하게 되었지만
애꾿게 죽은 말의 명목을 비는 차원에서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또 덤벙대는 노래 하나 깝니다.
말꼬리 --------------------
그동안 잠수탄 동안 생긴 일
1. KTX를 자주 탔다. ITX는 마을버스같아 세기도 싫음.
2. 크롬 플러스를 버리고 크롬 카나리아로 갈아탔다.
3. 얀데.레 사이트에서 그림을 긁는 취미가 생겼다.
4. 그렇게 기다리던 고구려사 책이 하나 나왔는데 지갑이 가볍다!
5. 새로운 티스토리 주제에 맞는 항목이 없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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