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고병익 으르신 논문에 다나와 본문
삼국사기에서 그다지 많이 찾는 대목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99.9%)이 이 대목은 그냥 건너뛰고 지나가겠죠. 다만 삼국사기 편찬 문제를 공부하는 사람 정도가 읽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편찬자 명단이지요.
한문 문헌의 경우 13시 방향에서 19시 방향으로, 즉 ↙의 순서로 읽어야 한다는 건 기본상식입니다.(고 오주석 센세도 김흥도의 풍속도를 볼 때는 이 방향으로 훓어야 그림의 뜻이 명확해진다고 한 적이 있지요) 그렇게 이 대목을 읽으면 이상하게 읽혀집니다.


그림 1과 2는 각각 목판인쇄인 임신/정덕본과 금속활자판인 주자본입니다. 그림 1은 이강래 으르신의 원문교감본에서 가져왔고, 2는 규장각 소장본을 편집한 것입니다. 순서대로 읽으면 한중연본 역주삼국사기에서 가져온 그림 3과 4처럼 됩니다. 일단 순서가 꼬이게 됩니다. 맨 앞(?)의 참고는 삼국사기 편찬에 참여한 이들입니다. 이들이 집필자인 것이지요. 이 중 최산보는 중도에 탈락(?)하고 나중에 편찬 완료시 왕의 치하를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이 모든 시다바리가 동시에 모여서 작업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죠.


이른바 연구원이 앞에 올라가고 연구책임자가 뒤에 섭니다. 그럴 수도 있죠. 어떤 문서의 형식이 이런 것을 정한 것일 수도 있지요. 뭐, 주인공은 맨 나중에 등장한다..일 수도 있고(요로빠식으로하면 무도회의 최고 귀빈은 맨 마지막에 입장...) 또, 대부분의 관찬사서가 편찬자의 대부분은 큰 지휘만 하고 실제 서술은 아랫것들이 다 하니까요.(문제는 부식찡의 경우는 많은 부분에 참여를 했지만) 그런데 행정지원, (큰핵교나 향교사람들이 알아먹기 쉽게 말해) 조교인 관구가 뒤에 붙습니다. 부식옵하, 맨마지막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쿤!
주인공이 맨 뒤에 온다라면 지원부서인 관구가 그 뒤에 붙는다는 건 어딘가 어색합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고병익 으르신의 '삼국사기에 있어서의 역사서술'을 다시 펴보는 중에 이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진짜 왜 이걸 그동안 지나쳐온 것일까? 이게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두계본이나 앞서 언급한 이강래본, 정문연/한중연본을 봐도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친듯합니다.

그림5은 한국의 역사인식 상권(창작과 비평사, 1976)에 실린 해당논문의 각주 8입니다. 그러니까 한문전적의 참여자목록만은 ↘의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삼국유사를 보니 정덕본을 찍는데 참여한 이들 명단에 무슨 생원이 맨 앞이고 높으신 분들은 뒤에 있습니다. 역시 교감업무에 참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생원 으르신은 맨 뒤로 놓아야 맞겠네요.

제대로 읽으려면 편수(편찬책임자)인 부식옵하, 최산보, 이온문, 허홍재의 순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럼 관구는??? 제대로 읽자고 한다면 이번엔 관구가 맨 앞인데? 어느 전투서열에서 사령관 제끼고 보급참모가 앞에 선적이 있나? 임신/정덕본이나 주자본이나 관구는 다음 쪽입니다. 이걸 붙여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부식옵하부터 김영온까지 읽은 후 정습명, 김충효의 순으로 읽는 것입니다. 관구 앞에 둩는 '동'은 요즘식으로 말하면 '부'와 같습니다. 같은 관구 중에서도 동관구는 차석입니다. 짭고구마 관제에 '동'이 붙으면 남바2란 얘기입니다. 왜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그땐 그랬다니깐
요즘 다시 느끼는게, 삼국사기의 편찬문제에서 사람들이 잘 가론하지 않는쿤! 와따시가 최초의 주창자가 되는 영광을 '겟츄~'하게써!라고 외치다 이걸 펴면 여기에 다 나와 있습니다. 그냥 고전을 제대로 숙지못한 후학들의 추태일뿐입니다. 다만 이 편찬자문제는 서지학이나 사학사의 영역에 속하므로, 이 학문이 초초초초초초 마이너였던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넘어갔을 뿐입니다.
말꼬리 ------------------
1. 고병익 으르신의 논문은 일단 황금 고블린인 걸로 규정해봅니다.
2. 모르는 게 없는 으르신인데 사론 하나 빼먹으심. 보장왕 4년조의 사론.
'삼국사기학 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연의 오독, 그러나 고의는 아님 (7) | 2025.02.25 |
|---|---|
| 살아남은 삼국사기 (2) | 2025.02.19 |
| 목판본과 주자본의 차이 (0) | 2024.12.08 |
| 고려시대 사학사를 다시 써야하나.. (0) | 2024.04.23 |
| 구삼국사를 비롯한 고대~고려 전기 사관제도에 대한 잡상 (0) | 2022.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