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병도 (7)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뭐, 짐순이는 취향이 특이해선지 최신 이론보다 할아버지들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종종 이 블로그에 오래된 책 올라오는 게 그거죠. 요즘에는 거론도 하지 않는 김기웅, 김정학같은 분들 책도 구비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놓고 '한달 다되었으니 반납하세요'라는 문자를 받을 때까지 표지도 못 펴는 상황 아니면(정말 아무리 안봐도 속표지까진 봤는데!!!) 할아버지들 책 읽는 게 좋죠. ㅎㅇㅎㅇ.. 책장을 뒤적이다 보니 이 책도 나오네요. 이병도의 "한국고대사연구"입니다. 1992년 중판본이고요. 원래 책을 어지간하면 비닐로 싸는데, 몇몇 책은 그 안에 색지를 한 장 더 넣기도 했습니다. 룩콴텐의 "유목민족 제국사", 라츠네프스키의 "칭기스 한"부터 시작된 버릇인데 이기백의 "신라..
짐순이의 선생님이 이제 정년퇴임을 하십니다. 이제 은퇴라고 공부를 아예 안하고 노신다는 것은 아니어서, 오늘 새로운 공부방으로 보내기 위해 30년 묵은 책짐을 쌌습니다.(병약하고 어린 것이라 은근히 땡땡이도 쳤건만 원체 부실공사덩어리라 지금도 아파요. 히잉~) 원체 책욕심이 많은 짐순이라 나르는 동안에도 종종 군침을 흘렸는데, 짐순이가 태어나기 전 책도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모으고 모아도 갓 열아홉짜리가 평생 공부한 이의 책을 따라 갈 수 있을리가 없죠. 개중에 눈에 띄는 게 있어서 쉬는 시간에 들쳐봤다가 책 내용보다 더 재미난 것을 발견했네요. 책은 두계 이병도의 책입니다. 뭐, 짐순이야 좀 오래된 할배들 이름 나오면 마치 BL동인지 손에 쥔 부녀자마냥 ㅎㅇㅎㅇ거리는 편이라 몇 권 가지고 있습니다만, 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글은 자주 보는.. 현재진행형이 아니라과거완료에 가까운 책이긴 합니다.그러나 사용 회수만 놓고 본다면 압도적이었던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제는 말해봐야지, 해봐야지 해도 선듯 말하기 어려운 이름두계 이병도..이 시대에 그의 저작물을 읽는 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물론 서점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또 너무 지난 학술논문이라...연구사, 학설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고문일 정도)툭 던지듯 말하기는 쉽지만 중심잡고 이야기하기란 참 어렵습니다.(그러니까 식민사학 프레임만으로 보면 참 쉽죠. 하지만 여기가 그런뎁니까..)그런데 개인적으로 짐순이가 꼽는 최고의 업적은 삼국사기입니다.해방전후부터 시작된 원문 교감과 번역, 주석작업이한 사람에 의해 수십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도 대단하지만(사실 ..
한국사학계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식민사관에 대한 문제이다. 그냥 강단사학계, 이 띱때들은 전부 일제 식민사관의 계승자로 여전히 한국사의 영광을 감추고 비하하는데 혈안이 되었다는 말. 그것만으로도 항문까지 막히고 목까지 차올라 얼른 병원가서 관장액 시술받아야할 판인데 (아니면 배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고마해라 너무 마이 무따 아이가..'란 말이 나올 지경) 때로는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곳에서도 한국의 국사학계를 장악한(!) 서울대 국사학과 놈들이 뉴라이트를 주도한다는 메뉴가 추가되었다. 일단은 관악산 아래 모 학교가 한국의 국사학계를 장악했다는 정의에 서울 신촌의 몇몇 학교와 소백산맥 이남의 몇몇 학교 사람들이 책상을 부숴버릴 것이며, 종종 반대파 논문보다 일본의 옛날 논문 읽는 걸 좋아하는 이도 있지..
오늘 소개할 책은 한국고대사 개설로는 첫 개설이라고 할 수 있는진단학회 한국사의 고대편입니다.(뭐, 진단학회 한국사 자체가 전문적인 한국사 개설로서도 최초지요) 1959년에 초판발행이었으니 정말 반세기가 넘은 물건입니다.(지금 사진 속의 책은 1973년 11판입니다)물론 최초의 개설이야 손진태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한국사책이 해방직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한권짜리 단행본이었던 반면에 여러 권, 그리고 각 시대의 전문가가 각각 분야를 나누어 서술한 최초의 한국사 개설서지요.1959년이면 여전히 가난하고막 미국의 퍼주기 원조가 끝난 참이라 이런 책을 만들 여력이 어디 있었겠습니까.어느 분야가 그렇듯 이 책 역시 미국의 자금원조로 만들어졌지요.두계 이병도의 역사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역사가의 유향"을 보면 ..
고구려, 고려.처음에는 고구려高句麗라고 불리고, 대개의 경우 초기 문헌에서는 麗자에 부수 마馬가 더 붙은 高句驪로 불립니다.요건 한때 삐친 츤데레 왕망이 하구려라고 부른 것과 유사하게일부러 국호의 일부를 짐승이름 글자로 바꾸어 부르던 호칭입니다. 장수왕 대로 내려가면 가운데 구자가 사라진 고려高麗라는 이름으로 정착됩니다.네, 왕건이 건국한 그 고려라는 이름의 원전이기도 하죠.(그래서 고려사 전공 후배들을 지들 이름도 못지어 다른 나라 이름 배껴먹고그거 은폐하는 놈들이라고 갈굽니다. -_-;;;) 이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붙었는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다만 B.C.E.107년에 현도군이 만들어지던 당시 지금의 집안 일대에 고구려현이 설치되었다는 것이죠.고조선의 멸망 이후 설치된 한군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개정판을 준비중이란 소식을 듣고 작년 이맘때 매우 흥분한 상태였습니다.학부시절에 삼국사기는 두계 이병도의 교감본으로 공부하다좀 지나니 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신)의 삼국사기가 나오더군요.학부시절의 전반부는 두계본, 후반부는 정문연본과 함께 했습니다. 두계본이 해방직후부터 70년대 후반까지 긴 시간에 걸쳐 정련된 것이라면정문연본은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고대사연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실입니다.둘 다 한국고대사연구에 있어서 획을 그은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원문교감과 역주로 나뉘어진 두계본은 절판되어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물론 세로조판을 가로조판으로 바꾸고, 원문과 번역을 한데로 모은 버전은 지금도 있습니다)정문연본 역시 금새 절판이 되어 대체 요즘 공부하는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