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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문무왕 9년,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문무왕 9년,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21. 01:00

원문

九年 春正月 … 唐僧法安來 傳天子命 求磁石 … 夏五月 … 遣祇珍山級湌等 入唐獻磁石二箱 …  


번역

9년 봄 정월에 … 당나라 승려 법안(法安)이 와서 천자의 명을 전하여 자석을 구하였다. … 여름 5월에 … 급찬 기진산(祇珍山) 등을 보내어 당나라에 들어가 자석 두 상자를 바치게 하였다 …

- 삼국사기 6, 신라본기 6, 문무왕 상 


문무왕 9년, 669년의 신라는 참 다사다난한 해입니다. 

그래서 역사가들에게 이 9년의 기사 전체가 친숙합니다. 

말줄임표로 넘어갔지만 문무왕의 민생안정조서가 나온 해이기도 하고,

당에 신라의 쇠뇌 기술자 구진천이 불려가서 쇠뇌를 만들어야 했고요

김흠순과 김양도가 나당전쟁을 최소화시키려는 외교절충을 하러 떠나기도 했습니다.

(김양도는 당의 감옥에서 옥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분제와 관등제 연구, 그리고 경제사 연구에서 주목하는

목장분배기사가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런 올해의 사건으로 꼽혀도 이상치 않을 기사들 앞 뒤로 매우 짤막한 기사가 나옵니다.


당에서 자석을 구하고, 뒤이어 신라가 제공했다는 기삽니다.

668년 평양성의 성문의 재가 다 식기도 전에 나당전쟁이 발발했는데

당은 또 그런 적대국에게 자석을 달라하고, 신라는 또 그것을 줍니다.

당에 자석이 없었을까? 대체 그 자석으로 뭘 하려는 것인가?

전쟁통에 무슨 인질교환이나 금은보화로 떼우는 것도 아니고

다들 의문을 가질만도 하련만 9년의 기사들이 너무 화려한지라 관심이 덜합니다.

마치 루 게릭과 베이브 루스에 가려진 뮤젤이란 양키스 타자랄까..

(1926년 10월 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기사를 보면

루쓰가 3번, 게릭이 5번, 뮤젤이 나름 4번타자인뎁..)


그럼 이 기사는 무엇을 말할까요?

우선 배경으로 나당전쟁의 성격을 간단하 풀자면 지극히 제한적인 전쟁이었습니다.

우리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지만 김춘추가 당태종과의 회담에서

고구려와 백제 멸망 후 전후처리에서 평양과 원산이남의 땅은 신라의 영토라는 게 정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후처리에서 백제 멸망 후 웅진도독부가 세워지고

나중에 부여융(의자왕의 3남입니다)이 도독으로 와서

당의 보호국으로 백제가 존속될 듯하자 신라는 당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양성이 떨어지기 직전에 일본에도 사신을 보내어 외교접촉을 꾀하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신라는 평양-원산 이남만 귀속되면 된다는 의사표시를 계속 보냅니다.

당에서도 몇몇은 신라의 의도를 알고 적당히 종전하자는 주장을 폅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는 중에도 외교적 접촉은 빈번합니다.

사실 나당전쟁에서의 승리(?)는 잘 싸운 것도 있지만

우리편의 활동한계를 그어놓은 것과 당이 토번(티벳)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잘 이용한 외교노력의 승리가 큽니다.

문무왕이 강수를 칭찬하며 통일의 공이 가장 크다라고 하는 것은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이겁니다.


그럼 자석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마치 고전 에로물의 제목과도 유사한 질문에 대해선 

어이 없을 정도로 단순한 답변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자석은 나침반이라도 만들려는 게 아니라

가루를 만들어 자상刺傷, 그러니까 칼이나 창에 베인 상처에 뿌리면 낫는다는 게

당시의 처방입니다.

토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북방유목민들과 가끔 붙는 상황이라

의료용 약물의 수요가 많았다는 건데 중국에 자석이 없을리는 만무하고

어쩌면 신라가 아주 당과 적대하는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는 의도에서였는지도 모릅니다.


말꼬리 1:

몇 년전에 당이 백제를 멸망시킬 때만 해도 백제에 대한 소유욕이 없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의 호응은 그닥 찬동하는 쪽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그럴 가능성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웅진도독부의 설치나 나당전쟁의 수행이 확고한 의지로 이어진 건 아니란 거죠.


말꼬리 2:

종합병원 4개과 순방에서 1개 졸업, 그러니까 그랜드 슬램에서 스리런 홈런으로 감해진 상황인데

그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한의원에 가서 벌침맞을 판이고 감기도 걸렸습니다.

아침에 먹은 약이 시럽까지 17개나 되는군요.

그러니 글이 잘 안올라와도 병 핑계로 쉰다고 알아서들 생각해주시어요.

병약미소녀의 길은 언제나 그렇듯 험한 길입니다.

원래같으면 이 글에도 원문 그림이 올라와야 하나 생략합니다. 귀찮아여.

(실은 이 기사들 사이의 내용이 너무 많아 붙이고 자르기도 고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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