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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8. 17. 19:56

하야테처럼 15권, 저 꼬맹이 대사에 모든 것이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화면을 비롯한 모든 그림은 인용입니다.


제작년까지 역사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봤다면

"열림 마음과 넓은 시야".. 

꼭 이와 똑같지는 않아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교과서에 매몰된 교조주의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기 생각보다는 누구의 말이 중요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이 스승에 대한 반역일지도 모릅니다. 

한 명의 연구자로 살아나기 위해선 말이죠.

아무리 개날나리로 공부했단 욕을 먹었어도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오래 걸릴 뿐이죠. 티 안나게,


그런데 병약미소녀모드를 전개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오늘 내일하는 사람들과, 다시 이 병실에 들어오면 그땐 못나간다는 분들을 보면서

그것은 한참 먼 남의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달까.

그때부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래 사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저 위의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고 또 중요합니다.

다만 최우선사항이 뭐냐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거죠.

그래서 죽을 때까지 한다는 계획들을 조금 빨리 가동중입니다.


이분은 실은 학사학위 소지자...


어떤 학문은 20대 후반에 박사를 따기도 합니다.

또 다른 전공은 30대 초반에 교수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학은 40을 넘기고도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들 뜯어보면 후덜덜한 사람들인데도요)

하지만 빠른 입신은 빠른 퇴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는 40넘어 현직에 있으면 눈칫밥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역사쪽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치매에 걸리거나 전신마비가 오지 않는 한 나이에 구애되지 않습니다.

그저 편의상의 정년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학은 나이를 먹을 수록 경험치와 지식이 시너지효과를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년이 될 때쯤이면 책을 펴놓고 오래 공부할 기력도 딸린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사고가 굳어버리지 않고 유연함을 유지한다면 오래 묵힌 장맛이 납니다.

그렇게 되려면 오래 오래 살아야 합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일찍 자는 것과는 담을 쌓았습니다.

기차는 주로 막차만 탔고, 초딩 시절에 '성조기여 영원하라' 끝나는 거 보며 잤습니다.

한때는 주중에는 딱 하루 제대로 잤습니다.

밤을 샌다면 잠시 책상위에 눈 붙이지 않고 정말 풀로 지내는 건 기본이엇구요.

그 시절에 책도 많이 보고 놀기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정해진 테두리에서 놀다보니

어느새 그것도 자산이 되었더군요.

그렇지만 또 얻은 게 있으니 몸의 골병도 같이 왔습니다.

몇년 전 기웃거리던 태블릿 동호회에서 가장 열심히 생활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이유도 수면부족의 누적이더군요.


자지 말고 공부해라.

이대로 지킨 적은 없습니다. 놀기도 많이 했어요. 

고려시대 의학 공부하다 중국 당시읽는 식의 딴 짓도 많이했고..

그런데 병원이 가까워 지더군요. 청순가련 병약미소녀모드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오래살고 안살고를 결정할 능력은 없는 건 사실이고

고작 조절할 수 있는 건 수면시간 뿐입니다.

그냥 굵고 짧게가 내 인생이시다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병원 가보면 맘 바뀔 것이고..

잠을 적절히 자는 것도 건강에 좋습니다.


청순가련 병약(폭주)미소녀의 좋은 예 -_-;;;


또 하나 밤을 샌 시간이 많을 수록 판단력이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6개월 작업하던 거 조심스레 여러 곳에 백업을 했는데

본체의 데이터를 날려버리자 백업을 찾는데 손은 다 찾아서 DEL키를 누르고 있어요.

머리는 '앙대~'를 외치는데 손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삭제.(손이 가요 손이 가~)

결국 다 지워버린 후에야 멈췄지만..

컴 앞에서 허탈해 계속 웃고 있으니 친구가 자살하지 말라고 매달립니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다른 전공 선생님하고 개념의 차이 때문에 

(좋게 순화해서)이야기하다 순간 욱해서 노트북을 던질뻔 했지요.

그거 던졌으면 아마 지금 주유소 알바나 하지 않았을라나.. 

다행히 '이 노트북은 비싼 것이다. 할부가 안끝난 그것은 좋은 것이다~'란 현자의 뇌속 외침에 멈췄지만..

평소에도 순간 판단력이 떨어져 실수를 종종하는데 잠을 안잘수록 당연히 사고칠 위험도 높아지더만요.


주절주절 거렸는데 사실 이 글도 오후의 대화의 연장선상입니다.

후배가 몸상태를 묻더군요.

그래서 오래오래 살아서 이 빌어먹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다 보고 간다고 해줬죠.

꼭 촛불을 들어야, 거리에 나서야 제 일을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아둥바둥 살아서 글로 할 수 있는 만큼 단죄하는 것도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앞으로 공부하고픈 사람은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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