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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19. 16:18

며칠 전에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밤에 이런 제목의 애니를 몰아서 봤다.

천방지축 소녀와 그 주변 인물들이 어울리는 유쾌한 개그물인데

다들 욕하기는 하지만(음색이 특이하지만 연기는 못해서) 

나름 애정있게 보는 주인공 성우빨도 있었고,

그 제작사는 거의 믿고 보는 샤프트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만

가장 와닿기도 하고 그날 다시 돌려보게 한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그 소녀가 어느새 여인이 되어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도

항상 지키던 그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마을은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저 제목은 살갗을 파고든다. 

아, 아프잖아.


메이드복입었다고 메이드물은 아니다.


그 다음날 서울 올라오는 길에 인터넷을 끌 때까지는 몰랐는데

다시 와이브로를 켜니까 난리가 나 있었다.

김시진 감독이 잘려나갔다. 두번째로, 똑같은 사람에게..

작년에 달감독 떠났을 때도 안울었는데 타팀 감독이 떠났다고 슬퍼해줄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야구를 볼 재미를 잃기도 했지만, 그가 매우 좋은 감독이지만

그래줘야할 이유는 없었다.

한 해 만에 차가워진 나, 시큰둥하다.

안그래도 며칠 전에 만사 심드렁하십니다..란 말을 들었는데

집에서는 인상파냔 소리도 듣고..


한국야구계에서 김시진을 손가락질할 사람이 그리 없다고 본다. 최초의 100승 위업이 김영덕의 져주기로 묻히는 과정부터 오늘까지 팬도 아닌데 참 맘 아프다..


감독이 잘렸다.

그렇다고 책상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를만큼 선수들은 한가하지 않다.

어제도 그들은 경기를 해야만 했다.

그게 프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비었다고 무너지는 것은 팀이 아니다.

선출 하나 들어왔다가 배아프다고 안나온 그날의 동네야구팀이지..

그럼에도 찝찝한 것은 한국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가 여기서도 드러나는 걸 봤다는 거다.

당장 무너지지 않을지도 몰라도 인위적인 파해쳐짐은 

항상 혁신이나 창조로 이어지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의 눈에는 그저 부품처럼 보일지라도 그들 역시 사람이다.

상처도 입고, 의욕도 잃는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무서운 것은 신뢰의 붕괴, 시스템의 불연속성이다.


김시진 감독이 뎅겅 잘려야할만큼 형편없었다면 잘려야 한다. 

그건 아무도 반론할 수 없다.

하지만 소수의 공홈에 '서식'하는 극성분자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무너진 폐허 위에서 기반을 다지고 정리하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다.

사실 다른 하위팀보다 넥센이 더 좋은 자원들을 가졌었음을 생각하면

그동안 넥센의 문제는 팔아먹은 선수와 

그 공백을 메우는 노력에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이 뼈 아프다.

그냥 노장 은퇴나 FA같이 한두명 빠져나가는 것과 차원이 다른 유출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미치고 환장할 환경에서 이정도까지 해온 노력이 날아간 것이다.


요즘 중국과 일본의 긴장 속에 어떤 이들은 중국과 일본이 붙으면? 이런 놀이도 즐긴다.

잠시 댓글들을 읽어보니 좀 한숨이 나온다.

무기 무엇을 들여놓았으니 전력 상승이란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시스템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충분히 여유있을 정도로 가능한 기반이 닦여야하고

문제가 생길 시 데미지 콘트롤할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중국 해군은 항모를 들여놔도 약체다. 현시점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3척 째의 이지스함이 배치되는데 이 신품의 함정들이 당장 전력이 될까?

아마 많은 수병들이 몇 대를 거쳐 배치되고 전역할 쯤에야

제대로 된 메뉴얼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때까진 그 3척의 1조자리 전투함이 우리의 전력이 되지 않는다.

그저 다리따위는 장식일 뿐이다.


야구도 그렇고, 무기도 그렇고, 지금도 바쁘게 돌아가는 대다수의 회사들이 다 그렇다.

제대로된 시스템이 정착되고 순조롭게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마을은 그대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새로 투수 하나 영입하고 FA 타자 한 명 받았으니 

올해 우승해라 이것만큼 우스운 얘기도 없다.

엠시스퀘어 한 대 샀다고 다들 성적이 오르던가.

새 노트북 질렀으니 생산력이 구입대금만큼 올라가던가.

그럼 니들이 위업달성하던가..


역사책을 보며 신기술이 들어왔으니 무조건 발전했다고 하고,

정치를 이야기하며 

2010년대에 1970년대 방식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이고 있고,

선수 몇 명 뽑았으니 팬들은 이번에 우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무기만 더 사면 안드로메다 은하에 식민지 건설할 기세다.

뭐, 누가 잘려나가던 마을은 돌아가겠지만 그게 제대로 돌아가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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