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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공부를 할 때 문헌목록 만들기는 기본중 기본입니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공부를 할 때 문헌목록 만들기는 기본중 기본입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24. 22:21

저도 어느 소설의 공기와도 같은 수녀님처럼 머리 속에 책이 잔뜩 들어간다면 좋겠다능..


요즘에야 웹에서 얼마든지 목록을 뽑아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전에는 무얼 공부할 때 내가 뭘 읽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중노동이었죠.

이런 저런 강박관념에 푹 절여진 덕에 연방의 폭죽이 가진 종특은 문헌목록이었습니다.

아예 전공도서들을 다 뒤져 이것이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가는가를 고민해서 분류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거 찾아 집어넣기를 수년.

언젠가는 모 기관에서 데이터 이용허락을 구하더만 소식 없고,

또 누군가는 제 이름을 빼고 지것으로 올려놓고,

일부러 오타를 집어넣었는데 수년간 그 오타 지적한 놈이 단 한 놈.

그러던 차에 국사편찬위원회(줄여서 국편)에서 웹으로 한국사연구휘보를 제공하는 시대라

깔끔하게 작업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대신 고구려사 문헌목록집을 만들려고 준비하던 차에 동북공정 터지니

열댓명 남짓한 연구자가 수백명이 되는 대홍수라서 그것도 포기하고.. 

(나중에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그러니까 고구려연구재단에서 문헌목록집 내놓은 게 컸죠)

아 슬프다. 맨날 연방의 폭죽은 자브로의 지하에서 김치만 담궜구나..

아님 TOTO의 Georgy Porgy(발음 주의!)만 들었거나. 


지금도 뭔 주제에 접근하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문헌목록 작성입니다.

너무 많이 집어 넣어 그 덕에 지쳐버리긴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공부를 시작함에 있어서 연구는 어디까지 진척되었나를 알고

내 생각의 좌표는 어디인가 가늠해보고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항해에 필수적인 나침반이라거나

요즘 식으로 하면 GPS의 역할을 하지요.

선생님들께 배울 때는 먼저 문헌목록작성, 원사료의 접근은 두번째였습니다.

(솔까말 배운 것 중 유이하게 잘하는 게 목록과 계획서 작성..;;)


오늘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다음주에 3박 5일로 오사카, 나라, 교토에 가는데 

경험자겸 어쩌구 저쩌구 해서 설명 좀 해야겠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일빠도 아닌 주제에 일본 얘기도 많이 하지만 전공은 아닙니다!!!!!

그래서 개설서들 지금 뒤지고 있고 아틀라스 일본사도 샀죠)

잠시 올라가 가는 친구들이 만든 자료들을 보는데

정작 필수적으로 봐야하는 책은 하나도 안보고 처음 보는 책들이 적혀 있더군요.

그 덕분에 졸지에 한일 고대관계사를 정리해야 합니다.

학교에 일본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없고(그나마 발을 담군 게 달랑 두 명)

자료도 충분하진 않겠지만 뭐랄까 이런 문헌정리의 필요성 조차 몰랐다는 거지요.

초심자라도 어느 정도 알아볼 구석은 존재하는데요.

행정실이라던가, 행정실이라던가...


이따금 전규현님 블로그에서 스펙문서라는 문구를 봅니다.

저야 그쪽 이야기는 거의 구석기고고학이나 청동기시대 토기얘기를 듣는 기분이지만

뭔가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하면서 

그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문서라고 나름 이해하고 있습니다.

(뭐, 틀렸다 해도 신에게는 아직도 12가지의 '내 전공 아니잖아'라는 핑계거리가 남아있사옵나이다~)

특히 처음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저 밥과 술, 커피를 해결해주는 모바일 지갑만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지뢰를 골라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글자는 더 본 사람들입니다.

보통은 가장 일반적인 책을 골라줄껍니다.

그러다 차츰 내공이 쌓이면 스스로의 보는 눈이 생기겠지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이것저것 아무거나 읽을 때와는 다른 시야가 생길 것입니다.


오늘 잠깐 봤는데 그걸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어지는 것 같고

또 그걸 찾아다니는 사람도 없어지는 것 같고

이거 뭐,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나 카페 알파의 세계로 간 기분입니다.

(그래도 거긴 요정도 있고, 나도 있고, 알파씨가 있기라도 하지.. 엉엉엉.. 훌쩍)

만약 처음 공부를 접하는, 혹은 아직 늦지 않은 분들이 본다면 

공부의 첫걸음은 목록짜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젠 잔소리로도 땜빵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지평선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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