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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진흥왕대의 숨겨진 외교 이야기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자료로 보는 고대사

진흥왕대의 숨겨진 외교 이야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7. 10. 12:39

진흥왕


제 24대 진흥왕은 왕위에 올랐을 때 나이가 15세였으므로 태후가 섭정을 하였다. 태후는 법흥왕의 딸로서 입종 갈문왕의 비였다. 왕은 임종할 때에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운명했다.


승성 3년(553년) 9월에 백제의 조사가 진성을 침범하여 남녀 3만9천명과 말 3천 필을 빼앗아 갔다. 이보다 먼저 백제가 신라와 군사를 합하여 고구려를 치자고 하니 진흥왕이 말하기를 "나라가 흥하고 망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만약 하늘이 고구려를 미워하지 않는 다면 내 어찌 고구려의 멸망을 바라겠느냐."하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고구려에 전하니 고구려는 이 말에 감동이 되어서 신라와 평화롭게 지냈다. 이 때문에 백제가 신라를 원망하여 침범을 한 것이다.


- 삼국유사 기이편


방금 전에 삼국유사를 그렇게 정치적 시각으로 읽지 않는다고 해놓고 

뻔뻔스럽게 정 반대의 글을 하나 써보죠.


551년에 나제동맹은 대고구려작전을 펼쳐서 한강유역을 장악합니다.

475년 이후 빼앗긴 한강하류 유역을 되찾아 백제는 행복했고

소백산맥을 넘어 이른바 태양계 밖으로 나간 보이저처럼

(물론 현재 보이저호는 태양계 경게선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신라도 마냥 행복해보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욱이 신라는 554년 하류로 진군하여 백제를 몰아내고

또 북쪽으로 치고 올라가 전통적인 고구려의 안마당 옥저지역을 손에 넣지요.

황초령과 마운령의 진흥왕의 순수 비석은 신라의 북진을 보여주지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문자 그 이후" 소도록 20쪽. 오타 발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문자 그 이후" 소도록 21쪽.



그런데 여기에 대한 고구려의 대응은 없지요.

온달이야기대로 온달이 나선 해를 아무리 앞서 잡아도

처남인 영양왕이 즉위한 590년,

또는 고구려가 북한산성을 공격한 603년

(그래서 이 공격의 대장인 고승과 온달을 같이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빨리 잡아도 이건 꽤나 늦거든요.

그리고 590년이면 수의 중국통일로 초 긴장상태 돌입인데 

이때 남족으로 향하는군사작전이 이루어졌을 것 같지는 않구요.

적어도 반세기 동안은 고구려가 움직이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함경도 일대의 신라 통치도 약간은 길게 간 걸로 보여요.

그리고 고구려의 내부도 연이은 왕위계승전으로 머리 아픈 상태였구요.

그나마 친하던 북방의 유연이 돌궐에게 멸망당하며 외교노선에 혼란이 왔지요.

이래저래 고구려는 북쪽의 동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신라는 아무리 그래도 뭘 믿고 

한강상류의 안정적 지배도 구축하지 못햇을 시간대에 

동맹국 백제를 공격했을까요?

삼국 중에 가장 딸리는 건 누가 봐도 신라인데

자기보다 덩치 큰 둘을 다 적으로 삼다니요.


위에 인용한 삼국유사의 기록이 하나의 단서가 될 듯합니다.

(이건 이미 노태돈 선생님부터 여러분이 주목한 사료지요)

좀 엉성한듯 보이지만 백제의 고구려 공격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진흥왕의 말.

그러나 551년에 고구려를 신라도 까잖아요.

그렇다면 이 기묘한 이야기는 551년 이후 어느 시점의 외교책이

각색되어 남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머리가 아픈 일이 많아 우선 북족에만 신경쓰고 픈 고구려의 눈에 

과거의 동맹국이었고 한강유역 이상은 치고 올라오지 못할 신라가,

또, 둘다 적대할 수는 없지만 생산력 높은 영토가 갖고 싶은 신라는

자기가 과거에도 친했고,(실은 고구려의 빵셔틀에서 독립한 거지만)

백제보다 덜 위협적인 전재라는 것을 어필할 기회는 많지 않았을까요?

당장 무언가를 이루자가 아닌

당분간 시간을 벌고픈 두 나라의 밀약이

554년의 대대적 군사행동과 50년간의 소강상태를 가져온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삼국유사의 해당기록은 어설프고 사실관계도 잘 맞지 않지만

삼국사기에 담지 못한 행간에 숨은 사실을 알려주는 힌트로 봐도 무방하겠지요.


말꼬리 --------------

아마 다음 주부터 삼국사기 읽기는 이 소강상태가 깨지는 시대의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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