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삼국지 동이전의 세계, 2013) 본문
사진은 그래 24에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고대사 연구의 절대적인 자료였습니다.
80년대 공부하던 세대들까지는
조선총독부 시절에 나온 "지나사료초"라는 책의 영인본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짐순이도 그 책을 윗세대분께 선물로 받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짐순이가 쟈브로의 병기창산부인과에서 출고되던 시절까진
대형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합니다)
그 이후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나온 "중국정사 조선전"을 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은 그 책의 역주까지 웹에서 볼 수 있고,
짐순이는 아예 대만의 중앙연구원 사이트에서 정사 기록을 봅니다.
그러나 자료의 활용폭이 넓어진 지금 동이전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줄었습니다.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모두 삼국사기와 동이전의 차이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에는 기억도 아련한 고 김원룡 선생님의 폭탄발언도 다 그런 환경의 산물이었지요.
이제는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좀 더 여유롭게 보게 되며
동이전에 대한 관심은 많이 식었습니다.
얼핏보면 공부를 안한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동이전에 매몰되었던 사료이용이 다변화되었거든요.
자치통감도 번역되어 나왔고
(그러나 중화서국판 자치통감 원문이 담긴 시디롬을 다들 샀다는 게 함정.
번역본은 그로부터 한참 후에 나왔어요. UNGUNG~~)
그리고 각 중국정사 내의 동이전은 요약발췌본에 불과하다는 걸 다들 알아버렸어요.
이를테면 위서(삼국지의 위가 아닌 남북조의 북위입니다) 동이전에야
장수왕은 열나게 북위에 사신을 보내는데 북위는 꼴랑 두 번 보내던가하죠.
삼국사기의 장수왕 기록에도 아예 계절별로 보냅니다.
이거만 보면 3빠지게 굴욕외교한 걸로만 보이죠.
그러나 위서의 각 열전을 디비보면 고려에 여러 번 사신 다녀왔다는 기록이 보여요.
지금 위서가 없으니(웹으로 뒤지자니 그것도 귀찮고.. Woong~) 확실하진 않은데
두 번인가 세 번인가 여러번 다녀온 사람도 보입니다.
한 번 다녀왔다는 기록도 꽤 보이고요.
특히나 남북조시대로 내려올 수록 동이전 기록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고
삼국지의 시대도 뭔가 한계점에 도달한 듯한 느낌도 보이고.. .
사실 짐순이도 동천왕의 시대를 공부하며 정말 오래간만에 들쳐봤습니다.
그런저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이 나왔습니다.
1980년 전해종 선생님이 "동이전의 문한적 연구"를 낸 이래
고대사학회에선 지난 세기인가 금세기 초인가
외국사서에 그려진 한국고대사를 특집으로 다루었고,
기수련 선생님의 후한서 동이전을 다룬 박사논문이 나왔고
이정자 선생님의 중국기록에 반영된 고구려사에 대한 박사논문이 나왔습니다.
(두 권의 박사논문은 단행본으로도 나왔습니다)
그렇게 동이전을 공부해온 것에 비해 결과물은 정말 손에 꼽을만하죠.
그나마도 이젠 안나오겠지 싶었는데 나왔습니다.
그것도 한국사 전공자들만의 자리가 아닌 국어학이나 중국문학,
동아시아사 연구자들도 같이 참여한 학제간 연구의 결실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권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고대사연구자라고 해도 삼국시대 후기라던가
통일신라사, 발해사 연구자라면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 책이 나온 것 자체는 누구 한사람이라도 의미를 부여해야겠지요.
원래 금서목록의 취지인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의 소개와는
매우 거리가 먼 글인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 금서목록이 단순한 책 소개가 아닌
왜 이런 책이 나오는가에 대한 흐름에 대한 설명의 비중이 매우 높기에
정작 책 이야기는 매우 적은 괴기한 글이 되고 있지요.
아무리 문예부 출신 문학소녀라해도(물론 책을 뜯어 먹진 않아욧!)
독서감상문은 원래 못쓰는 장르긴 합니다.
어떤 면에서 한 역사적 사실의 원인 규명에 모든 것을 거는 한 개인의 취향이 가득한
사학사글로 보아주셔도 좋을 것 같군요.
말꼬리 -------------
개인적으로 이번 주는 좀 쉬어가는 분위기로 가려고 하는데
매일 이 날 정기적으로 올리던 삼국사기 글은 쉬고요
(창작블로그엔 예전 글을 걸었습니다)
내일쯤 원래 이 코너의 취지에 맞는 책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매번 책 사주세요~ 만화를 걸어도 결국 자기 돈으로 사버려야 했던
어느 청순가련하고도 병약한 문학소녀의 눈물의 기록이.. .
UNG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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