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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9. 03:17

도로 빚은 좋은 술 야광배에 부어,
마시려니 비파소리 말 위에서 자지러진다.
취해서 모래밭에 누웠다고 그대는 웃지 말라.
예로부터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 왕한, 양주사

당은 국제적인 국가답게 전쟁도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 벌였습니다.
동쪽의 고구려, 백제, 신라뿐만 아니라 북으로는 돌궐,
서로는 티벳, 중앙아시아의 여러 민족, 그리고 아랍과도 싸웠지요.
그래서 전쟁에 참여한 문인들의 시가 많습니다.
전쟁에는 반드시 군인들만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참모역할을 해야할 문관들도 필요하지요.
전투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지배까지 해야하니까요.

바로 그런 전선에서의 삶을 어떻게 견뎌내었는가에 대한 시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위에 적힌 시는 병사들의 두려움과 그것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파소리 울려퍼지는 가운데 말 위에서 술을 마시며 놀다가
결국엔 모래밭에 뒹굴고야 맙니다.
웃고 떠듭니다.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겠지요. 돼지 멱따는 소리로,
마치 군기가 빠질대로 빠져버린 것 같기도 하고
전쟁에 지려고 나온 사람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세번째 구절까지만 보면,
여기서 작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죠.
이런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간 사람들은 몇이나 되려는가?
내일 내가 지는 해를 볼 수 있을 것인가..하고요.

바로 옆에서 죽는 사람들도 보았을 것이고,
벌판에 셀 수도 없이 죽은 시체가 땅과 강을 붉게 물들이는 것도 보았을 것입니다.
삼국지게임처럼 먼 곳까지 전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기 앞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곤 전부 암흑과도 같은 것이지요.
순식간에 이기다가도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거는 사람이 감당해낼 수 있는 정도를 초월하는 공포겠지요.
그래서 전장의 군인들에게 미신이 많고,
자신의 존재감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전투 종료 후 민간인을 학대, 특히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 대한 범죄는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집니다.
그런 맘을 군지휘부가 제어하지 못할 때 일어나거나,
때로는 다음 전투를 위해 조장을 하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범죄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오해하진 말아주세요)
뭔가 살아있어도 살아있다는 실감이 덜나는 공허함같은 것이 스트레스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죽을뻔한 상황을 겪고나니 베트남전 영화에서 마지막 전투가 끝난 후,
주인공이 이로쿼이즈 헬기로 돌아가며 허무한 표정으로 담배를 무는 장면이 이해가 되더군요)

영화나 소설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충성이나 입에 달고 살고,
마치 수도승처럼 근엄한 척만 하다가는 신경이 견디지 못합니다.
때론 허세와 늘어진 현같은 행동도 필요합니다.

※ 번역은 임창순 선생의 『당시정해』(소나무)에서 따왔음을 밝힙니다.
※ 만공에 올렸던 글입니다. 사정상 여기로 옮겨옵니다.
※ 왜 이 시의 저자를 오늘까지 10년동안 잠삼으로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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