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이 조선인이 아니라고 한국고대사가 무너지랴..

한국사학계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식민사관에 대한 문제이다. 그냥 강단사학계, 이 띱때들은 전부 일제 식민사관의 계승자로 여전히 한국사의 영광을 감추고 비하하는데 혈안이 되었다는 말. 그것만으로도 항문까지 막히고 목까지 차올라 얼른 병원가서 관장액 시술받아야할 판인데 (아니면 배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고마해라 너무 마이 무따 아이가..'란 말이 나올 지경) 때로는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곳에서도 한국의 국사학계를 장악한(!) 서울대 국사학과 놈들이 뉴라이트를 주도한다는 메뉴가 추가되었다.

일단은 관악산 아래 모 학교가 한국의 국사학계를 장악했다는 정의에 서울 신촌의 몇몇 학교와 소백산맥 이남의 몇몇 학교 사람들이 책상을 부숴버릴 것이며, 종종 반대파 논문보다 일본의 옛날 논문 읽는 걸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그건 서울대 출신 어느 원로 학자가 논문에서 비판한 애기) 솔까말 뉴라이트는 국사학이 아닌 사회과학계열의 작품이며 정작 국사학계는 때로는 과도할 정도의 국수주의적이라는 점에서 먼 변방에서 바라보는 일개 모빌슈츠도 고개를 저을 얘기다. 가끔 너무 과한 실드가, 아니 AT필드가 난무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예 일제시대 이래 싹이 튼 것이기도 했다. 사실상 현대 한국고대사연구의 창세기라 할 수 있는 두계 이병도 부터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지금 보면 특이한 해석들을 남겼다.

아주 오래전에 위만에 대해 쓴 글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그걸로 퉁치고

위만, 한 이방인 군주를 위한 변명

아래 기록을 읽어보자.

연왕燕王 노관盧綰이 [한漢을] 배반하고 흉노匈奴로 들어가자 만滿도 망명하였다. 무리 천여인을 모아 북상투에 오랑캐의 복장을 하고서, 동쪽으로 도망하여 [요동遼東의] 요새를 나와 패수를 건너 진秦의 옛 공지인 상하장上下鄣에 살았다. 점차 진번眞番과 조선朝鮮의 만이蠻夷 및 옛 연燕ㆍ제齊의 망명자亡命者를 복속시켜 거느리고 왕이 되었으며, 왕검王險에 도읍을 정하였다.

- 사기 조선전

두계는 오랑캐의 복장을 입었다는 이유로 연에 살고 있던 조선인이라 하였다. 그 이유로 연의 진개가 동호의 땅 수천리를 삼켰는데 그 여파로 고조선의 영역도 연의 땅이 되었고 위만의 조상도 연에 소속된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아예 초기에는 연과 고조선이 직접 붙은 걸로 해석하다 요즘에는 연이 동호를 박살내고, 그 여파로 요동에 있던 고조선이 평양인근으로 이동했다고 본다. 사실 짐순이도 그 이동설을 다르는 쪽이긴 한데(그렇다고 평양에만 있었다거나 평양과 한사군도 요동에 있었다는 말을 따를 순 없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무리수가 가장 적다) 일단 아직도 동호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으며(아예 동호를 우리의 조상으로 보는 시각은 묻혔는데 또 요하문명이란 것이 뛰쳐나왔다.. 아놔..) 연이 동호를 치거나 고조선을 건드린 것은 맞는 것 같은데(연이 전국 7웅 중 약세라 악의를 등용하여 제나라 박살 낼 때 빼곤 중원으로 뻗어나갈 잃이 없었다) 연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북경인 계였으며(엄밀히 말하자면 약간 미묘) 요동은 먼 영토였다. 위만이 요동에 기반을 두었다면 북경에서 일어난 일에 자극 받을 일이 없다. 더욱이  그가 조선인이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옷을 갈아입었다고? 며칠 전 새 한화 외국인 투수가 한국와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한국음식 먹기였다는데,(그 팀엔 과거 음식블로거도 있었다!) 언더우드 집안이나 로버트 할리는 아예 귀화하고 한국식 성과 이름도 쓰는데 그들도 병자호란이나 신미양요 때 끌려간 조선인의 후예인가?(한때 우리는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인물을 통해 실제 그런 짓을 했다!!!!!!!!!!!) 오히려 도피한 곳에서 현지화를 시도한 것인데 이것을 한 때 조선인의 귀환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사실 그의 세력/지역 기반도 고조선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역사책에서 잘 다르지는 않지만 발해만 연안의 중국인들이 중원의 혼란시기에 한반도로 이주하는 예는 널리고 널렸다.(그걸 이해 못하면 어느 분처럼 북위 황후 한 명이 고구려인이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 적어도 고대의 피난민들은 조용해지면 다시 돌아가려 하지 잘 동화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지금보다 동호나 연, 고조선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다 못해 바늘처럼 뾰족했던 시대였다. 그리고 20세기의 지랄맞은 역사 덕에 뭔가 트라우마 덩어리로 살아가는 21세기에도 한국인들은 그냥 외국사람들에게 김치 맛있냐, 싸이 아느냐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학사적인 입장에선 저렇게 국수주의적 접근도 이해된다. 아예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완전히 그쪽은 아니란 얘기도 들었으니..) 단재 신채호가 쓴 글을 읽으면 머리가 아프다. 독립운동의 일환에서 쓴 사학사적 의의는 충분히 중요하지만 그의 학설 자체는 지나치게 주관적이다.(만약 이 바닥의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면 주관적이란 말 너머도 이해해주겠지)

한국사학계가 식민사학의 후예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개중에는 좀 가까운 성향도 존재하지. 그러나 순수하게 역사학의 시각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다들 인류학을 공부하자 수십년을 떠들었어도 정작 인류학의 장점인 폭넓은 시각과 흡수력/이해력을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사회조직의 진화과정만 인류학인줄 알았지.(다들 모건이나 엥겔스와 서비스만 후벼팠던가?) 

지금 시점에 학설면에서야 식민사학을 극복하긴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식민사학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것이 시야를 가로막기도 하는데 밖에서는 쟤들 식민시학이야~이라고 돌을 던지고 있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 거냐?

현실은 내 먹고사니즘도 해결못한.. 정말 시궁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