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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외국 사람들이 본 임진왜란 때, 조선과 일본의 전투함..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외국 사람들이 본 임진왜란 때, 조선과 일본의 전투함..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8. 11. 15:40

원래 군사사 중 한 분야인 전쟁사에서

전근대 해전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순수한 재해권 장악을 위한 해전이 적은데다

많은 부분에서 육군의 보조전력으로 쓰여온 게 많아서죠.

더욱이 동아시아에서는 바다에서의 활동을 극도로 억제했던

국가 특성상 해전의 비중은 더욱 줄어듭니다.


서양에서 펴낸 여러 전쟁사를 봐도

그들 중심의 서술인 탓에 동아시아는 매우 적게 나오죠.

(가끔 유럽사를 써놓고 세계사라고 우기는 저능아들을 봅니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징기스칸과 사무라이.

해전이 나올 일은 그닥 없습니다.

뭐 동아시아 기록의 접근성 문제도 있지만

해전에 가면 더더욱 기록이 상세하지 않지요.

한국에 대한 서술도 매우 적습니다.

그나마 1990년대 이후 대폭 늘어난 것이라 일단 통과.

(뭐, 나라의 위상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고 볼 일입니다)


Fighting Techniques라는 전쟁사책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근대 전쟁과 함께 해전이 번역되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일관된 시리즈로 

한 출판사에서 나와주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이거라도 나와주었다는 게 고마울 정도죠.

구미권에서 전쟁사가 죽어나가는 판에 말이죠.

하여간 이 해전사파트는 "해전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출판되었습니다.

여기서 동아시아의 해전은 달랑 두 개

임진왜란과 태평양전쟁 밖에 없습니다.

물론 중요하기도 하지만 

정말 자기객관화 그 자체로(거의 자기 학대지 싶을 정도로) 

자신의 해전을 글로 남긴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야 책을 보시면 될 것이고

일단은 제목과 같은 배 이야기만 하죠.


오른쪽이 세키부네, 왼쪽이 아다케


저번에 삼국사기 글 쓰던 날 찍은 사진과 같이

그냥 불 안켜고 찍은 거라 화질이 그렇습니다.


위의 삽화는 당시 일본 수군의 주력 함선인 세키부네와 아다케입니다.

세키부네는 관선關船이라 하고 아다케는 안택선安宅船이라 합니다.

세키부네는 세토내해의 해적들이 타고 다니던 소형 선박입니다.

아다케는 전국시대에 등장한 좀 더 대형 선박이고요.

당시 일본 수군의 주력은 세키부네, 아다케는 대장선으로 쓰였습니다.

일본 수군의 싸움법은 그냥 배를 붙이고 넘어가서 싸우는

그 당시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싸움법에 적합한 배입니다.

세토 내해도 나름 바다라 풍랑도 있겠지만

지금도 거칠기로 유명한 현해탄(대한해협)

또 거칠기로는 전세계에서 꼽힐만한 한반도의 서남해안에 비하면

작고 평온하니 소평해라 부를만 합니다.

그런 곳에서 움직이다보니 가볍고 기동성을 중시한 모델이죠.

배도 첨저형입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보면 V자형. 물살을 가르기 좋죠.



처음에 그냥 폈을 때는 판옥선을 지면사정상 작게 그렸나 했었는데

위의 설명에는 작은 걸 그렸다고 해놓았지요.

실제로는 이건 소형 전선이고 판옥선은 위의 아다케보다 약근 큽니다.

일본에선 아다케를 매우 크게 그리곤 하는데

그 주장대로라면 머리가 너무 무거워 전복되기 좋죠.

(뭐 2차 대전에 쓴 일본 전함들 특징이 모여라 꿈동산 머리이긴 합니다.

레이더가 발전하지 못해 광학측정을 하느라 그런 거지만..)


지금은 출처를 까먹었지만

고려때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가 마침 나타난 고려 수군에 구출된

일본 귀족여인의 회고담을 보면

고려의 함선이 너무 크고 높아 해적들이 넘어가지 못했다고 하는데

일본과의 충돌시 배가 성처럼 크고 아름다워야 높아야

육박전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지만

(실제 육박전은 한중일 중 최하, 괜히 수성전, 활에 열광하는 게 아님)

또 한 편으로는 바다라는 환경도 영향을 주었지요.

서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은

전라 우수사 이억기가 좌수영해역의 수로안내인이 없어서 

정해진 시간안에 도착하지 못할 정도로 갑갑하죠.

그 업격하고 뻣뻣하기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충무공이 화를 안냈을 정도입니다.

(저 양반이 엄격한 군율 적용 안한 건 이억기가 왕족이라서가 아님)

충남 해안으로부터 거제까지 워낙 물살이 거세

조선초기에 초운선들이 가라앉은 사고가 종종 일어나지요.

그 때문에 매우 튼튼한 조운선을 만들어야 했고

삼포왜란을 거치며  그 설계를 응용한 전투선을 개발합니다.

거친 바다를 가진 국가들은 민첩성 따위는 개나 줘란 심정으로

아주 단단한 배를 만들지요.

(브로큰백 마운틴으로 유명한 애니 프루의 항해뉴스에서

히틀러의 요트 에피소드를 읽어보시면 재미날 겁니다)


더욱이 일본 왜구들과의 교전으로부터 얻은 교훈,

거기에 삼포왜란으로 최근 자료가 덧붙여져 나온 것이

저거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판옥선입니다.

정말 바다의 성체에서 대포를 쏘아대는 화력전성애자들의 교리 그 자체지요.

(자꾸 포방부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포성애의 역사는 오래됩니다.

유럽엔 프랑스, 아시아엔 조선.. 포병은 전장의 신이라구요)

조선 후기 일종의 군제개혁주장을 담고 있는

풍천유향에서 수군 전함의 구성원의 역할분담 부분을 읽으면

이것은 주장이지 현실은 아니지만

나름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배였다고 보여집니다.

또 배가 크면 클 수록 반동에 덜 흔들리기에

대구경, 고화력의 화기를 쓸 수 있습니다.

(옵하들아! 쌈배는 덩치라구요!!!)

상대적으로 이 부분이 취약한 일본 수군은 조총 위주로 사격하고

또 반동을 막기 위해 기둥에 대포를 줄로 연결해 쏘기도 하죠.

명중률이야 그러려니 하더라도

그나마 이것도 크기 제한이.. 안택선을 크게 만들어도

요즘 주장대로라면 상체 비만에 하체 빈약으로 대구경 대포를 쏘면 전복...


단 저기 대포를 놓는 위치는 논라의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선처럼 벽에 구멍이 뚫여있고

대포를 거기에 놓는게 맞지 싶습니다.

어쩌면 저런 작은 전선은 저렇게 쏘았을 수도 있지만

나름 고증 하나는 기막힌 편인데

약간 일본자료만 보고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자,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순신하면 이걸 떠올리고,

이거 하면 충무공을 떠오를 정도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죠.

(그렇고 그런 관계?? ang~?)


이 그림은 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거북선이라는 모양을 저자들 자신들의 생각으로 재구성했다..

이게 더 정확하겠지요.

그러나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는 것처럼 거북선이 주력전함이 아니라

(실제 주력전선은 판옥선입니다)

적진으로 파고들어 함대 대형을 흐트러뜨리고

적에게 심리적 압박을 던져주고

잘하면 적의 대장선을 요격할 수 있는 특공선으로서의 면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북선의 그 모양보다 이게 더 잘 살립니다.

다만 이 도면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나름 거북선의 진짜 특성을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적진을 파고드는 돌격선의 특성상 좀 더 작고 기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조선 해군 함선만의 장점이 사라지지요.

바로 적의 침입을 막고 공격으로부터 전투원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니 위를 덮었지요.

(솔까말 선상생활의 쾌적함 따위도 개나 줘에 가까웠을 겁니다)

또 근접 전투시 적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겁을 주는 형태였을 겁니다.

그 점에서 기린처럼 길게 솟은 머리보다는 이게 낫겠지요.

거기서 연막을 뿜는다고 하는데

그 구조에선 역풍 맞으면 가뜩이나 폐쇄된 함내로 들어옵니다. -_-;;

정광수 선생 이래로 거북이의 머리가 낮아져서 

작은 대포를 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거북선 모형은 거북이 머리모양이 비현실적입니다.


보통 거북선 앞머리의 용장식은 그냥 붙인 것처럼 하는데

실제로 저런 충각형태였을 가능성이 높지요.

일본배는 기동성을 중시하는 교리에 맞게 좀 더 약한 재질의 나무를 씁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크고 단단한 배가 저런 충각을 사용하면 쥐약이죠.

정광수 선생이 저걸 처음 지적했을 때 

좀 배를 아는 사람이 배 이야기를 한다고 반가워 했어요.

아직도 거북선 내의 갑판구조를 착각해서

노를 젓는 격군과 포수가 같은 갑판에서 일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함포시대에 대한 책 한 두권만 읽어도 절대 안할 소리를

한국의 거북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ㅆㅂ..#$%#^%$^%*&^*&!!!

(요건 도면 준비되는대로 자세히 깝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작은 배에 들어가야할 것은 다들어가야하니

가뜩이나 수군 일이 몸은 양민이래도 일은 천역에 가까운 상황에서

가장 뭣같은 배치가 거북선에 보내는 거였지 싶어요.

수십명의 남자들이 같힌 공간에서 대포, 

그것도 구식 화약의 포연이 가득한 곳에서 땀내 풍기며... ㅆㅂ..

짐순이는 그런 거에 페티쉬를 느끼지 않아서 아.. 상상만 해도..


하여간 간만에 해전사 책을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이민웅 선생님 책도 다시 보게 되었고

(그런데 이번에 읽으니 쪼매 재미 없넹.. 읽다 잠..-_-;;)


세키부네와 아다케, 조선의 작은 판옥선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거북선은 현재 자료와 상충되는 면이 너무 많습니다.

마치 마크로스의 다이달로스어택을 연상시키는 모양이 말이죠.

(궁금하시면 마크로스 TV판 6화를 보는 겁니다!!!!)

하지만 거북선이 어떤 배인가라는 물음에는 

이 그림이 제대로 답하고 있습니다.

돌격선은 어떤 것인가의 전형으로요.


말꼬리 ------------------------

국내에서 나온 거북선에 대해 함선이라는 특성이란 관점으로

가장 체계적이었던 것은

정광수 선생의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정신세계사)였습니다.

그 책을 잃어버린 지금 무척이나 갖고 싶은데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 구하기 힘들어졌지요.

어지간한 책은 손에 넣고 마는 짐순이도 손을 놓았지요.

만약 그 출판사 관계자 분들이 보시면

지금 얼마나 좋은 타이밍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이~ 청순가련 경국지색 병약미소녀가 하는 부탁은 쌩까는 게 아니라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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