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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1회 6급 3번 문제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한국사능력시험

1회 6급 3번 문제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12. 29. 11:37



문제를 읽다가 순간 정신이 멍했네요. 결국 삼국유사를 찾아봤습니다. 짐순이가 머리 속에 담아둔 게 진짜인지 회의가 들었거든요. 혹시 거대한 파이프관 속에 쳐박혀 짐순이는 가짜 삼국유사이야기를 머리에 담고 기계에게 약분을 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아 빨간약인지 파란 약인지를 먹어야 하는 건가. 짐순이가 이번 분기 신작 트리니티 세븐을 좋아했다고 해도, 그렇다고 매트릭스의 트리니티가 될 이유는 없잖아..


답이 뭔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나머지 답도 하나 빼곤 다 틀린 답입니다. 그냥 문제로서 성립하려면 질문이 "적당하지 않은 것"에서 "적당한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문제의 질문도 틀렸고, 예시도 틀렸고.. 이 문제 누가 낸거냐.. 웅..



문제가 요구하는 답은 3번입니다. 신석기 시대에 국가가 성립되었다는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신석기 시대 정도의 환경에선 국가와 같은 거대한 구조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제 기어다니는 애한테 너도 두 발 달린 영장류에 직립보행 가능하니 10km 행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거지요. 언젠가 이야기를 했었지만 짐순이가 역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고전기 국수주의 역사연구자들이었죠. 처음으로 읽은 이야기가 아닌 역사책은 강무학의 단군조선과 우리문화였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황당함을 느낀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고고학적 편년으로 BCE.2333년은 신석기 시대에 해당하니까, 국가성립은 어렵다는 반론에 대한 논리가 행주산성에서도 돌을 가지고 싸웠으니 신석기 시대에도 가능하다는 거였던가요. 뭐, 도시엔 천연가스망이 깔려있는데 이웃에선 아직 연탄을 쓰죠. 그러니 우린 아직도 연탄이 주 난방연료라고 주장하는 게 더 귀엽죠.


그런데 문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적당한 낚시는 변별력 강화에 도움을 주겠지만 이런 음주 문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삼국유사에도 딱히 신석기냐 청동기 얘기는 없어요.(있었다면 일연이 20세기 이후의 미래인이 과거로 간 거) 8조의 법은 중국역사기록인 "한서" 지리지에 인용된 겁니다. 삼국유사엔 나오지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 항목의 영역문제, 이건 고고학적 자료의 해석 문제지, 삼국유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 문항들 중에서 삼국유사와 관계 있는 것은 홍익인간을 이야기하는 1번 뿐입니다.


제대로 된 문제라면 삼국유사와 관련된 것으로 적당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답은 1번이어야 합니다. 짐순이는 착하고 귀엽고 친절하므로 삼국유사의 고조선 항목을 옮기죠. 요건 박성봉 선생님 번역입니다.


魏書(북제의 위수가 쓴 북위의 정사)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에 단군왕검이 계셨는데,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새로 나라를 세워 국호를 조선이라 불렀는데 이때는 중국의 고임금과 같은 시기였다고 한다.


古記에는 이런 말이 있다. 옛날에 환인이 있었는데, 그 서자로서 환웅이 항상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다. 아버지가 그 뜻을 알고 삼위태백산을 내려다 본즉 그곳이 과연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만한 곳이라, 이에 天符印 세개를 주어서 환웅으로 하여금 내려가 이를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무리 삼천명을 이끌고 태백산- 지금의 묘향산?-에 있는 신단수 밑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을 일러 神市라고 한다. 이 분이 바로 환웅 천왕이라고 불리시는 분인데 그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과 생명, 질병, 법률, 선악등을 위시한 인간의 360여가지의 일을 주관하여 인간세계를 다스리고 교화시켰다.


이 때 곰 한마리와 범 한마리가 같은 굴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항상 사람되기를 환웅에게 기원하였다. 환웅은 신령스런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곰은 이것을 받아 먹고 세이레(21일)동안 忌하니 여자의 몸으로 되었다. 그러나 범은 忌하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다. 웅녀는 그와 혼인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날마다 단수 밑에 와서 잉태하기를 축수하였다. 이에 환웅이 임시로 사람으로 변하여 그와 혼인하였더니 이내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다. 이가 바로 단군 왕검이다.


단군 왕검은 唐高(요임금)가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요가 즉위한 원년은 무진년이니 즉위후 50년은 경인년이 아니고 정사년이다..)에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국호를 조선이라 불렀다. 이후 백악산 아사달로 도읍을 옮겼다. 그곳을 궁흘산이라고도 하고 금미달이라고도 한다. 그는 이 곳에서 1500년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주나라 호왕이 왕위에 오른 기묘년에 기자를 조선에 봉하니 단군은 장당경으로 옮겼다가 나중에 돌아와 아사달에 숨어 산신이 되었는데 나이가 1908세였다고 한다.


당나라 배구전에 전하기를 고려는 본래가 고죽국-지금의 해주-이었는데 주나라를 봉해 줌으로써 조선이라 하였으며, 한나라가 이르 다시 나누어 세 군을 설치하여 이를 낙랑, 현도, 대방이라 불렀다. 통전(通典 - 당나라의 두우가 편찬한 정치제도사) 에도 또한 이와 같다.


말꼬리------------------

포스팅하고 다시 읽어보니 단순히 고조선에 대한 기초적 역사적 사실을 묻는 문제로 읽힐 수도 있군요. 그렇다고 해도 문장 앞에 삼국유사 어쩌구를 넣은 것은 문제를 잘 낸 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역시 저 문제의 문장은 삼국유사에 실린 그 국가에 대한 부분을 묻는 것으로 읽히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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