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교양.. 본문
야구외엔 TV를 보지도 않지만(아니 그마저도 인터넷으로 본다) 요즘 유행한다는 요리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초딩 이후론 잡아본 적도 없지만 하여간 요리를 망치는 수많은 방법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양념이 원재료를 잡아먹는 일이다. 소금이랑 착각해서 설탕을 부어버리는 거 말고(그건 소녀만의 모에 아이템이다! 데헷~☆) 이거 좀 짜네.. 단맛을 넣어 중화시켜보자. 이번엔 좀 다네.. 이번엔 간장을 넣을까? 이러저러 하다보면 양념맛만 남고 원래 만들려던 것이 고깃국이었는지 된장찌게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은 단맛을 넣어..부터 혀를 차겠지만 의외로 초짜들은 이런 실수를 한다. 짐순이가 수영복이나 교복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이러면 정말 심쿵사(또는 모에사萌死)의 길이다. 그러나 그런 잘못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재앙이다. 하물며 그것이 교육이 되면 한 사회에겐 매우 장기적으로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다. 백악기 말에 유카탄 반도를 직격한 우주의 돌덩어리만큼 말이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역사 교과에만 한정해보자. 이것도 중요해, 저것도 중요해.. 아무리 강력한 한국의 공권력이라 해도 이런저런 요소가 개입될 여지는 크다. 실제로 10년 전인가 어느 해는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가 1달 늦게 나왔다. 이러저러한 어른들의 사정이 개입되었다. 물론 당시 막 터져나온 동북공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이 사이엔 많은 이야기가 자체 검열로.. 삐리리~ 불어라 재규어~~ ) 이래저래 휘둘린 것은 입학 첫 달을 교과서 없이 보낸 교사들과 학생들이다.
사실 누가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고픈데 뭘 볼까요..라고 물으면 중학교 국사교과서를 보라고 했었다. 지금처럼 여러 출판사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에서 찍어내던 단일 교과서. 2008년판 기준으로(마침 이걸 가지고 있다) 가격은 1,510원. 당시에도 이만원을 향해 달려가던 개설서들과 달리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여러 권을 사놓아도 될 정도의 가벼움.. 최소한 과격한 이야기는 없음. 이런 것을 이유로 권장했지만 속내는 중학교 국사교과서 정도만 알아도 너님들은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매우 잘하는 거란 믿음이었다. 좀 더 속으로 들어가면 초등학교 역사교과서 정도만 다 이해해도 절대 쪽팔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과격한 신념이 들어가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매우 지엽적인 것까지 암기를 하고 있는 시대에 너무한 것은 아니냐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냐고? 19살 짜리의 철부지같은 생각 아니냐고? 그래 말 잘했다. 이상한 것은 전공자도 가물가물한 것까지 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계'발시켰습니까? 그걸 묻고 싶을 정도다. 지금의 교과서는 맵네? 설탕! 너무 달아! 그럼 소금..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쑤셔넣다보니 안그래도 사회과는 암기라는 잘못된 믿음이 지엽적인 것만 자꾸 쳐넣다 못해 그게 지식인양 으시대는 신화로 발전한 것 아냐? 그런데 그걸 어떻게든 무리해서 집어넣는 일이 흔해지니까 변별력이니 뭐니해서 책을 통째로 넣어도 힘들다는 종교가 되는 것이고. 그러니 이거 뭐냐고 물으면 줄줄줄 외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정작 그게 뭔지를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이들에겐 내 전공 분야가 제일 중요해라는 과신도 있다. 어느 연구자나 다들 자기 연구 분야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취해야할 자세이지만 내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 그것은 학문이 아니라 항문이다. 연구가 아니라 스카톨로지가 된다구! 웩! 가뜩이나 부모들도 그리 못한 르네상스맨 되기를 강요받는 현실에서(모든 것을 다안다고 하는 것은 정작 하나도 모른다는 말과 통한다) 교과서의 두께만 늘어 간다. 그냥 생각 없이 지식만 축적한 바보가 되던가(본의 아니게 상당수의 아이들이 이 길을 밟고, 또는 그러려고 몸부림친다) 아니면 그걸 미워하는 길을 가던가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은 다 쏴죽이고 싶었다는 친구를 만난 일도 있었다. 천성이 그리 악하진 않는데다 다행히도 역사도 재미있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신문 사회면에 날 리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혹시 고시 한국사를 접한다면???)
(너무 논지를 교육전반으로 펼 수는 없으니 역사로 한정한다면)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 사이의 정말 알아야할 가장 기본적인 줄기는 확실하게 익혀야겠지만 그 이상의 것은 자기가 찾아가는 교양의 영역으로 넣는 것이 해결책이다. 적어도 단어 나열만 할 줄 알게 만드는 교육은 피할 수 있다. 짐순이가 삼국시대를 전공하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삼국시대를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고 떠들어봐야(물론 짐순이는 그런 주장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걸 아시겠지만) 모두가 자기 관심분야를 다 마스터하고 여기까지 관심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짐순이는 분수 이후의 수학은 안드로메다 언어고, 아무리 노력해도 characteristic이란 단어는 외워지지 않는다. 중학교 수준의 물리, 화학은 이해하지만(다시 공부하면 말이지)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이야기는 너무 먼 이야기다. 그렇게 천문학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알아보는 별자리는 큰 곰자리와 오리온자리 뿐이다. 퀘이서와 펄서와 준성의 개념도 도저히 안잡힌다. 국어만해도 고전문학은 좋아해도 현대문학, 그 중에서도 현대시(분명 문예부였는데도!!)는 죽어도 어렵더라. 이 모든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면 그나마 짐순이가 잘한다는 사회과목에 대한 지식의 일부는 버려야 한다. 아니 거기에 투자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 시간이 항상 내 편은 아니고 내 몸과 머리도 마냥 따라가 주질 못한다.
물론 모든 교과목의 종사자들의 소망을 다 구현하는 학생들도 백만명당 하나쯤 있겠지만 그걸 모두에게 강요하다 말아먹고 있는 것이 한국의 교육이다. 르네상스맨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거면 인류 역사 자체가 르네상스겠지. 아니 만년개화라고 해야하나. 해결책은 앞서 말한대로 가장 기본적인 지식만 엄격하게 익히게 하고 나머지는 찾아나서게 하는 일이다. 누구는 또 이러겠지만 그 기본을 정하는 일이 어렵고, 또 그런 교육을 펴려면 예산이 어쩌구..
시스템에 집착한다는 평을 듣는 짐순이지만 현실이 어쩌구 하는 그 행정논리에 발목잡히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미 수도 없는 사회가 겪어온 일이다. 무슨 시대 무슨 왕이 뭐했는지는 외워도 그런 것을 읽어내지 못하는 교육으로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 1차 대전중에 자신들이 초급장교실절 겪었던 화약병기의 형편없던 정밀도만 생각하고, 병사들에게 가슴을 펴고 돌격앞으로를 명령하던 장군들 꼴이다. 현실은 여기에 있는데 그걸 읽고 해답을 찾아내거나, 누군가 해답을 찾으면 그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힘이 결여되어 있다. 자칭 교육열은 세계 최고라는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절말 공교육의 붕괴를 겪었던 미국 대통령이 칭찬했다면 그게 최고의 교육이라는 착각이나 할 줄 알았지..
말꼬리 -----------------
1.
사회과가 암기과목이라고요? 동일 시간의 수업에서 가장 많은 정보량이 돌아다니는 게 사회랑 과학과인데. 영어나 수학은 하나도 안외우고 머리로 승부하는 과목입니까? 풉~.
2.
그냥저냥 ~~충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게시판마다 진상으로 가득차 성토의 대상이 늘어가고 있지만, 교육을 지식 쑤셔박기로 착각한 지금의 현실이 빚어낸 결과다. 에전에 애들이 사고를 쳤다면 잘못한 것을 알지만 이젠는 자기가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 사실 이것도 기본 교양의 결여에서 나온 문제다. 물론 어른이라면 잘못은 자기 책임이지만 이런 어른들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면 이건 사회의 병이다.
3.
하다못해 오래된 리더스 다이제스트만 읽어도 붕괴된 도시 내부지역의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가히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처럼 그려지는 것만 봐도 미국에서 보는 한국교육상의 맥락과 실제 우리가 보고 겪는 실상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텐데.. 쩝.
4.
짐순이가 알#에 앞치마를 두르는 걸 상상하지 말자. 꿈에 구형 자쿠가 몸통박치기를 할 거다.
5.
올해는 교육과정에 변화가 생겨 5학년과 6학년 2학기에 한국사를 배우지만 작년까지는 5학년 1년에 몰아 배웠다. 작년판의 경우 1학기가 1030원, 2학기 교과서가 800원이었다. 국정교과서의 최고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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