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화냥년과 한국의 역사 본문
과거 여자를 비하하는 호칭 중에 최고가 갈보와 화냥년이라는 말이 있다. 갈보는 무성영화 시절의 대배우인 그레타 가르보에게서 나왔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오래된 어원인 것으로 안다. 그에 비해선 오늘 이야기할 화냥년이란 욕은 그 어원이 분명하고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라고 쓰다보니 그것도 틀린 설이라 한다. 그렇다고 쓰던 글을 접을 수도 없고,(한국사 시험도 있고, 중박의 작은 전시도 있고,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의 역사지도도 쓰고 싶었는데 뒤로 밀렸다) 일단 그 이야기부터 이야기해보자.
대체 이 분이 갈보라는 욕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출처 새롭게 출범한 나무위키
널리 알려진 설에는 병자호란에 끌려간 여성들이 돈을 내고 풀려나왔지만, 절개를 잃었다고 낙인을 찍어버린 데서 나왓다. 환향녀還鄕女,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다. 환향녀→화냥년. 발음이 편해지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언어습관상 꽤나 그럴듯하다. 실제로 기존에 있던 남녀간 지위 격차에서 빚어진 정절관이 꽤나 가혹해진 것은 조선시대 후기의 이야기다. 이는 공자가 꼴통이어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했지만..
임진왜란도 그렇고 병자호란도 그렇고 병사들은 참으로 많은 성적 폭압행위를 많이 일으켰다. 그 여파로 전쟁 이후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죽음을 택한 여성들의 미담이 널리 유포되고, 국가 차원에서도 장려되었다. 이는 좀 더 후대의 홍경래의 난에도 이어진다. 병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수령을 지킨 소실을 국가적으로 칭송하고, 그게 고종대까지 이어졌다.(그러니 안동김씨의 핵심과도 그리 멀지 않은 김삿갓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지. 그의 조부가 반란군에 항복했으니..)
하여간 목숨을 버리지 못하고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여인들이 환영받을 리는 없다. 데려는 왔지만, 국가차원에서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만 한번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피할 길이 없다. 부모도, 남편도 받아주지도 않거나, 받아주어도 자결하라고 등을 떠미는.. 오늘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무기수처럼 그들이 갈 곳은 산 밖에 없었다. 손에 들려진 것은 누군가 건네 준 광목 한단.
인도나 중국처럼 남편이 죽으면 따라 자결하겠다고 억지로 선언케 하고 등을 떠밀어 죽게 한 다음 열녀였다고 나발부는 것만이 박해는 아니다. 우리는 죽이지 않았다고 자부할 것도 없다. 실제로 누가 소문 지어낸 걸 가지고 우물에 떠밀어버리기도 했고, 마치 숙청해 죽여놓고 서기장은 심장마비로 서거하셨습니다라고 떠드는 과거 공산권의 공식발표같은 일도 벌어졌으니까. 도모지라는 말을 검색해봐라. 조선시대식 심장마비 서거가 무엇인지.
물론 화냥년의 어원이 그녀들에게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한 창녀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하더라도 그녀들이 윤리를 가장한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실과 어원을 끼워 맟춘 것이다. 이 글은 단순히 환향녀, 화냥년의 어원, 전쟁의 잔혹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통처럼 남아잇는 하나의 흐름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우리는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 정말 절개를 지키려 죽은 여인도, 죽지 못해 살아 돌아온, 그래서 죽음을 강요받은 여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있다면 그때 살아 숨쉬었다는 것인데, 아니 그것도 선택사항이 아니지 않는가. 그녀들에게 명예를 고수하길 원했던 그 누구도 그녀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욕지기가 나는 것은 말로는 오만 것을 다할 것처럼 말한 사람들도 정작 위기가 오니 딴 소릴 했고, 뒤로는 제 살 궁리를 해놓고 물러가니 지들이 하기 싫다고 억지로 떠맡긴 사람 욕하기 바빴지. 문명의 수호니 인간 세상의 의기니 뭐니 해놓고 청나라와의 밀무역으로 돈 번 色姬는 뭐냐? 이 #$%$%^$^&%^&^&*^*(&*()!!!!!!!!!!!!!!!!!!!!!!!!!!!
우리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놈은 그렇게 못잔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피해자만 고개를 숙이고 산다.(당해보니 그렇더라. 내탓이요 하면 정말 내탓이 되는 기적!) 어떤 이들에게는 불붙은 지하철에서 죽은 이나, 배에서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죽은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이 죄인이다. 아니 그들을 위한다고 떠드는 이들도 다른 국면에서는 가해자들의 인권을 더 신경쓰는듯한 인상을 준다. 나는 악인에게까지 이렇게 관대하니 참으로 멋진 삶을 살고 있군..하고 맛스터베이션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만.(어떤 놈은 열정페이로 등골 빼먹는 놈이 SNS에선 세월호에 분노와 훌쩍..하며 감성팔이 하더라. 이래서 SNS가 싫다고 억지 부려보기도 하고)
반성과 처벌 없이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을 욕하지만 그 세상을 만든 것이 우리가 아니라 해도 결국 그런 분위기가 더 깊이 뿌리내리도록 지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 2항이나 모든 국민든 자기들 수준에 걸맞는 정치인을 갖는다는 말이나, 인터넷에서 말하는 국개론이나 사실 그 기저에 흐르는 이야기는 같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을 방치한 결과가 한국의 돌고도는 역사다. 적이 처들어오니까 국가의 수반이 조직 붕괴를 막으러 피할 수도 있어. 그런데 안간다고 너희들도 가지 말라고 해놓고 도망가놓고, 돌아와선 다리 끊겨 못간 사람들 부역자라고 몰아붙인 게 내 국가의 부모라니.. 그걸 믿어야 한다니.. 이런 ㅆㅂ, 병자호란 이상의 오욕의 역사. 오늘로 올 수록 그 오욕은 복리 이자 붙듯이 늘어만 간다.
얼마전까지는 뇌물 쳐먹어 검찰 다녀오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이게 음모라며 한 푼도 안먹은 놈이 먹었다고 엉뚱한 놈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아니 오십보 백보, 똥묻은 개 재뭍은 개 나무란다도 아니고, 도망도 안가고 뭍지도 않은 놈이 가장 더럽다네.. 또 사람들은 그걸 감성적으로 용서하고 자신도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런 짓을 흉내내고 그러네. 마치 위진남북조 때 귀족들이 중금속 버무려 만든 한식산 먹고 취한 걸 흉내낸다고 백성들이 맹물 마시고 휘청대듯.
전쟁에 관해 가장 흔한 자조적 농담이 어디 전쟁에만 해당될 것 같아? 전쟁도 결국은 인간사의 한 단면인데?? 출처는 그림에 표시된 주소
자료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고대의 귀족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한번도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어린 환빠시절에 그랫는지는 기억이..) 요즘들어 생각해보니 하나는 인정해야 겠다. 그래도 그 놈들은 지 밥그릇은 지들이 지키는 건 할 줄 안 놈들이다. 일제시대 그렇게 고대 귀족의 흠결을 내려 노력한 놈들도 삼국통일기 전쟁 중에 보인 건 인정하더라. 적어도 저 위의 그림처럼 훈장달고 경례를 받는 게 아니라 부상자와 사망자 명단에 자신을 넣을 줄은 알았다.
말꼬리 ---------------------
1.
원래 아침에는 중박의 미니 전시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점심 무렵에는 동북아 재단의 역사지도 문제에서 드러난 낙랑, 고조선 인식, 고고학자들의 문헌에 대한 오독에 대해 불을 뿜을 예정이었으나 밤이 되니 이 이야기로 바뀌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폭풍우 몰아치는 일상이면 글을 못쓰거나 5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진짜 4월은 글을 못쓰네..
2.
물론 사선을 넘어본 병사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는 것은 단순 성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복에 대한 소소한 기념품 챙기기 같은 것에서부터 죽음 근처까지 가본 병사의 공허감을 성폭력으로 채우고자 한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분명히 말하자면 위 문장은 성범죄를 저지른 병사들을 감싸주는 말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분석의 결과다. 많이 다른 요인을 가지지만 아프리카 내전에서 정반대로 여성 민병대에 의한 잔혹행위도 있더. 물론 그녀들이 이미 받은 학대에 대한 보복행위라는 것이 다르지만, 단순 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무기를 누가 쥐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나찌일사는 환타지가 아니다.
3.
짐순이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처벌 없는 관대함은 결국 혼란의 지름길이라는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빨갱이라는 소릴 듣는 게 개그.
4.
전자제품에 감성소리 붙여 팔아먹은 色姬나 그걸 빨아주는 애들 왜 싫어하나 스스로도 궁금해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생각났다. 짐순이는 이래서 감성 소리를 여름 더위 만큼이나 싫어하는구나.
'역사이야기 > 역사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양.. (0) | 2015.07.19 |
---|---|
MBTI 검사를 받고 든 생각.. (0) | 2015.05.13 |
박물관에서의 사진 예절. (4) | 2015.03.13 |
신분제라니 무슨 생뚱맞은 소린가? (4) | 2015.03.12 |
전쟁을 알지 못하고.. (8) | 2015.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