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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황금가지에 실린 부여의 왕 죽이기..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자료로 보는 고대사

황금가지에 실린 부여의 왕 죽이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2. 29. 20:47

얼마전에도 부여사에 관해 나온 책을 소개했지만(요기!) 수험업계를 제외하고 나면 부여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습니다. 짐순이 스스로도 부여에 큰 관심이 없었죠. 마침 써야 할 것이 있어 부여를 공부하려고 이것저것 펴보는데 1시간 전까지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부여의 왕을 죽이는 내용의 기사는 후한대 학자 왕충의 "논형"에 실려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가지고 있는 "논형"(물론 소나무판 국역본이지요)을 뒤져봐도 부여의 건국신화만 실려있지요. 웅.. 혹시나 싶어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을 펴니.. . 이봐!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사료잖아!!!!!!!!!!!!!!!!!!!!!!!!!!!!!!!!!!!!!!!!!!!!!!! 그제도 모처에서 강원도 대표 멍청이가 되었는데 정말 무식한 女ㄴ이로구나! (네 이뇬!)


부여의 투기 죄에 대해서는 이기백 선생님의 논문도 있는데 부여 왕의 살해문제에 대해서는 다룬 것을 본 기억이 없어(물론 짐순이가 기억 못할 확률이 나오지 않았을 확률보다 높긴 합니다.. 셀프디스해도 과하지 않아!!) 예전에 "황금가지"에서 그것을 보았나 싶어 집에 돌아와 "황금가지"를 펴봅니다. 프레이저가 직접 축약한 버전 제6장 왕으로서의 주술사에 이런 대목이 나오는군요. 

고대 중국이 한 학자가 전해준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비가 많거나 지나치게 적게 옴으로써 흉작이 되면, 반드시 왕이 견책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전한 바에 의하면, 왕위를 내놓기도 하고 살해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상일 역, 황금의 가지 상, 을유문화사, 1996, 129쪽)

이 이야기의 뿌리는 이겁니다.

옛 부여의 풍속에는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되어 五穀이 영글지 않으면, 그 허물을 王에게 돌려 '王을 마땅히 바꾸어야 한다'고 하거나 '죽여야 한다'고 하였다.(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조. 국편번역)

1890년부터 1936년까지 긴 시간에 걸쳐 나온 책이지만 주로 20세기 초반에 저술된 부분이 많은데도 그 시절에 중국 사서에 소개된 외국사례까지 인용한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죠. 그 이후의 역사학자들도 동양은 제치고 서양과 자신들의 식민지들을 연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말입니다. 1990년대에 나온 세계사 책에서 동양에 비중을 둔다니까 왜 그런 짓을 하냐는 소릴 들었다고 적는 판에 말입니다. 직접 조사하지 않고 타인의 기록만으로 책을 썼다고 책상 위의 학자라는 비난도 듣는 프레이저지만 그래도 읽은 책의 범위는 대단하군요. 현대 한국에서 역사 교육을 받은 이라면 정사 "삼국지"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고 중, 고교과서는 물론 수험용 국사책에서 한 번 이상은 마주치는 중요한 책이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책이니까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생각되겠지만요.


얼마전에도 고대사학회에서 한국 고대의 왕권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만 왕권의 초반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걸리더군요. 삼한과 같이 작은 정치체의 수장이 어떻게 왕이 되어가는가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분명치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장제론에 관심을 갖는 것이겠지요. 적어도 삼국시대 후반인 7세기, 그리고 통일 후 신라의 왕들과는 다른 초기 왕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여주는 점에서 이 기록은 세밀하게 음미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100여년 전의 서구학자도 주목한 내용에 말이죠.




말꼬리 ------------

1.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완역되지 않고 추약본이 여러차례 번역되었는데 일단은 프레이저가 직접 축약한 것(이는 황금가지가 완결되기 전입니다), 그리고 옥스포드에서 지난 세기 후반인가 금세기 극초반엔가 다시 재축약을 한 것이 있죠.(또 다른 종으로 그림으로 본 황금가지 같은 편집본도 존재합니다. 그야말로 개족보.. -_-;;) 한겨레신문사판이 옥스포드판에 기반하고, 을유문화사판은 1922년의 프레이저 축약판입니다. 을유문화사판도 두 번에 걸쳐 번역본이 나오는데, 마침 짐순이가 들고 있는 것은 구판입니다.(번역자가 달라요) 그래서 옥스포드판에도 부여왕에 대한 내용이 있는 지는 확인 후 보충하죠.

2.

위의 사진은 일본애니인 교향시편 에우레카7에서 등장 인물들이 읽던 황금가지 표지입니다. 한때 바탕화면으로 쓰던 그림인데. 이 애니의 기본 구도 중에 황금가지의 내용이 들어가 있죠. 개인적으로 에반게리온 이후 자폐증을 앓고 있던 SF애니를 극복하려 했던 두 편의 21세기 걸작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페인(하나자와 카나의 데뷔작이죠). 거기에 캐샨sins, 창궁의 파프너 중에서 RIGHT of LEFT(TV 시리즈 빼고 이것만!)를 보시면 자폐증과 중2병과는 거리가 먼 걸작을 보신 겁니다. 에바가 사람 많이 버려놨죠.. -_- p..

3. 

소나무판 논형을 선물로 받아놓고 펴보지도 못했는데 불과 보름 전에 새 번역본이 나왔군요. 사줘도 공부안하는 게 드러났는데 누가 사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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