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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무너뜨리고 다시 짓고..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무너뜨리고 다시 짓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4. 24. 23:55
오늘 낮에 용산을 가면서 지인하고 그놈의 개발 이야기를 했다. 마침 히터를 켠(!) 버스에서 내리니 두개의 문의 무대, 용산 철거민 사건의 현장 앞이었다.

영화 두개의 문 포스터


용산역은 많이 변하고 있다. 두개의 문이 있던 곳은 쇼핑몰, 특히 면세점이 들어서고 있고, 가끔 들리던 아이파크몰도 반은 면세점으로 날아갔다. 전자상가 가는 길에 중국어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거 안보는 샛길도 있지. 반중주의자에 가까운 짐순이는 645년 백암성이 어이 없이 함락되는 날의 주민 심정이다. 내 마음의 고향이 이상해지고 있어. 용산 역 앞이 그렇게 썰려나가고, 간당간당한 게 철도부지. 그리고 그 다음은 용산 전자상가지 싶다. 이게 가든파이브의 운명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남을 것이냐.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개발에 있어 전자상가도 철도부지 만큼이나 공격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물론 개인적으로 정들었던 터미날상가 없어지니 피눈물이 난다. 여기서 호구짓당한 게 몇 개인데. 알고사면 전자랜드보단 나았다. 선인만은 못해도) 아빠가카시절 서울시장 김현욱의 토목기적 이래 사람들은 눈이 멀었고, 또 조금만 낡아보이는 게 있으면 없애버리지 못해 안달이 났다. 갖잖은 신분제 논리도 퍼와서는 '음.. 이건 엘레강스하고 고져스하지 못해여. 낫굿이에요. 더리해여.' 언제부터 명문이었다고 헐고 새로 짓고. 그랬더니 지인이 '다들 시바신이여?라 한다. 파괴의 여신. 600년 수도를 자랑하는 나라치고 별로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 건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탓이라고 하면 웃기는 거고.(너 종북? 김일성주의자?) 그래서 그들의 눈에는 지금 서울시장이 쳐죽일 사람으로 보이고 있겠지. 김진선을 좋다고 뽑이준 강원도민은 그놈의 동계올림픽 때문에 죽을 맛이지.(그나마 그 놈이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건 위안거리다) 오늘 평창군의 부채가 500원을 돌파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어차피 사람들은 헌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지어왔다. 그것을 나무랄 것은 없다. 선사시대 유적을 파도 그 이전의 자리를 끊임 없이 파괴시키며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그놈의 레고랜드가 파괴하고 있는 중도도 여러 세대에 걸쳐 앞서 움집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움집을 겹겹이 팠다. 그러나 그것에도 거기 살고 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은 있었다. 이따금 죄다 쓸어버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위한 천국을 세울 때 말고는, 그러나 지금의 파괴에는 어떤 보람이 있는가. 작고 추레하다는 이유로 밀려나고 불태워지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땅에 서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총만안든 폭력을 박수치고 너도 쫓겨나야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건 아닌가. 용산전자 키드로 살아온 짐순이는 앞으로 어딜 가야하나. 그나마 인사를 나누던 낯익은 상인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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