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나? 모르면 민족반역자냐? 본문
한참 주구장창 떠들다가 요 몇년간 귀찮아서 안하는 이야기 한 번 해보죠. 역사는 모두가 상세하게 알아야 하는 것인가요? 과연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집니까? 필수상식과 교양의 경계는 어디입니까?
짐순이는 모두다 역사에 대해 해박해야하는가, 역사공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싫어합니다. 한동안은 만나면 역사를 잘 몰라서 죄송하다는 어른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때 든 생각은 왜 미안해하지 였지요. 역사를 많이 알면 지혜도 얻을 수 있고, 교양도 엄청 쌓이죠. 그러나 몰랐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자기 일이라면 나름 전문성도 갖춘 사람들이요.
역사와 관련하여 가장 오용되는 말이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죠. 다시 말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눈이 넓어지죠. 그러나 그게 꼭 모르고 살면 미래가 없나요? 억지 주장이긴 합니다. 조선왕조의 전성기는 자국사를 개똥으로 알던 시대였고, 조선시대 후기는 자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대인데 꼴아박고 있었죠. 좀 바꿔 말하면 망조도 못막았어요. 신재효가 판소리 12마당 만들던 당시 시골 할마씨들이 중국고사와 경전의 문구로 가득한 판소리를 듣다가 너무 재미있어 요실금 현상에 빠졌다던 시대에, 프랑스군이 강화도 쳤을 때 다 무너져가는 초가에도 책은 있어서 놀랐다는 얘기가 있던데 무식해서 망한건가요? 동아시아 3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선진국/강대국에선 자국사보단 세계사를 더 많이 가르치는데 이제 우리가 짱먹겠네요? 풉.
세상에 알아야할 지식이 얼마나 많은 데 그걸 다 알아야하죠? 짐순이는 역사쪽이니까 역사를 강조했다고 칩시다. 수학자는 수리교육이 인간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영문학자는 글로벌시대의 어저구저쩍.. 다른 모든 분과도 인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별로 없으니 모두다 강조.. 이러니 한국의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지식의 나열에만 강하지 생각을 멈춘지 오래된 결과죠. 물론 암기 부정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모든 학문의 기본은 암기지만 그것만을 강화한 결과 암기만 잘하면 천재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었죠. 정작 비유나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직설법만 존재하는 대화만 존재하고 어쩌구저쩌구.. .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역사시간에 배우는 정도만 알면 기본은 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광개토왕이 잠수함인 거북선을 타고 미드웨이 평원에서 징기스칸의 기병대와 싸워 이겼다.. 이 정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초등 교과서도 더 어려워진 것은 함정이지만 적어도 각 분과별로 형행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만 이해해도 기본은 한다고 봅니다. 고작 초등교과서라구요? 여봐여, 님들이 배웠을 시절의 초등교과가 아니거든요. 현재는 중학교까지 필수니까 중학교까지 알아야 맞지 않나 싶지만 적어도 사회교과 기준으로 요즘 40대 어른들이 고등학교때 배웠던 걸 요즘 중 1이 배웁니다. 한국의 교육과정 만들 시에 모든 분과가 지들 것은 다 필수라고 지끼니 원재료보다 양념이 더 많은 요리가 되었지요. 매워? 설탕을 더 부어! (그랬더니) 달아? 그럼 소금을 더 넣어야지.. 등등.
한국의 공교육이 너무 무지막지하게 쓸어넣고 자기들은 그렇게 공부안한 엄마, 아빠들이 자기 자식에겐 연예인 스케쥴 강요하니(못믿겠다면 서울 3대 학원가, 아니 그아랫급인 안양 평촌학원가라도 가보시길. 특히 애들 버스타고 집에 가는 시간에) 지식 쌓기가 전부가 되죠. 거기다 대학 졸업해서도 취업준비 해야하니 암기인생은 쭈욱. 역사만 놓고봐도 게시판 돌아다니다보면 역사라고 한줄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사실은 수험서와 위키백과가 주 소스다만)
무슨 연예인들이 역사 얘기 몰랐다고 죽일듯이 때려잡는 한국의 지/식/인들은 얼마나 고매한 학문을 하기에 OS도 못만드는 한국, 우주 로켓 하나도 못만드는 한국이란 얘기를 떠드는지 짐순이는 이해 못하겠습니다. 혁신과 사업적 잔재주도 구별 못하고 박수치는 사람들이.(물론 양자는 동일인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말꼬리 -----------------
1.
짐순이는 아이돌을 잘 모릅니다. TV가 없을 뿐더러 있어도 야구경기나 봤지 싶습니다. 그래서 사실 요즘 누가누가 인기인가, 어느 프로그램이 인기인가에 대해선 거의 모릅니다. 이름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지만 이 얼굴이 걔인지 애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아 짐순양은 역사공부에 열심이어서 그런 걸 잘 모르는군요..'라고 말하지만 가지고 있는 컴퓨터만 켜면 금새 뽀록이 나죠. 애당초 2D 아님 관심 없심. 캬캬캬..
2.
오바마가 한국 교육 칭찬 좀 했다고 해서 우리 교육이 최고라고 믿는 바보들이 종종 보이는데, 80년대부터 미국의 공교육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몰라서 하는 이야깁니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공립학교를 정상화 시킨 교육자/행정가가 불길을 똟고 사람을 구해낸 사람처럼 영웅대접을 받을까요? 그쪽에서 보이기엔 공교육이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으로 보일텐데요. 물론 과거 한국의 공교육이 독립후 지금까지 올라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맞지만요.
3.
요즘 공무원 수험서에 삼국시대 각 왕의 업적 어쩌구하는 칸에 6세기 왕인 안장왕과 안원왕, 양원왕이 나옵니다. 고구려의 6세기는 가장 자료 자체가 거의 없어 얼마전까지는 고구려사 연구자들도 피하던 곳이죠. 다른 시대 고구려사 연구자, 6세기 백제, 신라 연구자라면 이따금 학술지나 세미나에서 이름을 듣죠. 예를 들어 통일신라/발해 연구자라던가 신라 하대 연구자들은 이름만 아는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수험서를 달달 외운 공시생이 신라 하대 연구자에게 안장왕 안원왕의 정변이나 양원왕대 한강유역 상실을 묻고 잠시어버버대면 봐라 저 색희 요즘 역사학자란 것이 나도 아는 거 모른다. (여기에 이@일류 양념이 곁들어지면) 일제 식민사학의 후예라 자랑스런 우리 역사를 모른다.. 이런다면 과연 온당할까요? ㅆㅂ, 나도 신라 하대는 하나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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