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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Re: 제로에서 시작하는 7세기 후반 국제전 공부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고대사 잡설

Re: 제로에서 시작하는 7세기 후반 국제전 공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9. 2. 14:23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과 농업사 공부가 꽉 막혀버린 상태입니다만, 지난주 토요일 신라사학회 발표를 듣고나니 7세기 후반 국제전에 대한 정리도 미뤄져 있더군요.


학계에선 7세기 후반의 국제전을 삼국통일이라고 부르는 게 상례지만 통일이라고 하고선 바로 뒤에 발해와 신라의 병립을 남부국시대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다지고 들면 매우 모순적이지요. 통일도 전면적인 통일이 아니라 대동강-원산만 라인의 통일 그리고 남북국의 병립이라니.. 개인적으로 취하지는 않지만 참 재미있는 학설은 한규철의 주장이었습니다. 발해가 서기까지만 통일신라고 이후는 대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라는 것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그 모순을 해결하려는 고민이 엿보입니다. ㄱ걸 취하는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죠.


한참 변태섭(그는 고려시대 전공자입니다만 그 시절 할배들은 넘나들었죠. 조선사하는 정두희만해도 역사학보에 광개토왕에 대한 논문을 실었습니다)이라던가 현재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따르는 제한적인 면도 있지만 삼국통일에 대한 긍정론이 주로 연구되었습니다. 좀 시대가 지나선 노태돈의 삼국통일론이라거나 김영하의 백제통합전쟁론이 나왔습니다. 언젠가부터는 7세기 국제전이란 단어가 나와서 동아시아 전역을 시야에 두는 논의가 진행중이죠. 최근에 들어서는 고-수 전쟁이라거나 나당전쟁에 대한 개별적 연구도 나와서 좀 더 세밀한 검토가 가능해졌습니다. 


지난 주의 발표를 들으며 슬슬 기존의 7세기 후반의 일들을 재정리할 이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연구사적 흐름이 먼저 거시적인 틀을 정립하고 이후 미시적으로 접근해 각 사안들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뒤따르는 것은 학문 연구의 자연스런 현상인데 자칫 미시적 접근만 추구하다보면 또 그 것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이 왜곡되어 보이게 마련이거든요. 흔히들 말하는 '내 연구주제가 모든 것의 핵심임'하는 거죠. 자칫하면 소구모의 국지전이 마치 전쟁 전체의 국면을 좌우한 분수령으로 확대투영되고, 그게 아님 '너님 전부 부카니스탄 국민 되었음. ㅋㅋ'라는 식으로 발전합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거시적인 흐름도 병행해서 읽어야죠. 


가뜩이나 우린 아직 신라의 삼국통일과 남북국시대라는 모순의 해결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7세기 후반 국제전(개인적으로 이 용어를 좋아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습니다)의 결과에 어떤 역사적 흐름으로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끝내고 싶구요.(물론 고민은 우주세기가 끝나는 날까지입니다만) 


마지막으로 읽던 삼국사기도 화랑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래저래 7세기 후반으로 글을 채우고 싶은 맘이라 다시 원점부터 돌아가야할 것 같아요. 오늘 집을 나서며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책이 이호영의 "신라삼국통합과 려-제패망원인론"입니다. 삼국통일에 대해 나온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인데도 학설사 정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늘 불만이지요.(아무리 안맞거나 취향이 아니라도 보란 말이다!!) 저자는 이미 돌아가셨으니 아직 살아있는 원로들에 비해서 주목도도 낮지만..


이 블로그에 오시던 분들은 짐순이가 늘 국지적인 면보다 대국적(탕탕탕???)인 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자국사의 영광만을 빨아대기 보다는 국제적인 흐름의 강조를 중시하다보니 나당전쟁의 결말에 한정한다면 한반도 방기론자에 가깝습니다.(당이 토번-티벳-때문에 한반도에 방치플레이를 걸어버렸어! 하앍하앍~. -_-;;) 


짐순이를 국제전주의자(방치플레이 애호가)로 만든 문장을 적으며 다시 죽고 죽는 "Re: 제로에서 시작하는 7세기 후반 국제전 공부"를 시작해볼까합니다. 마침 버스에서 책을 펴자마자 나온 문장입니다.


여기서 삼국의 타협과 상호 항쟁 일체는 여타의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계와 마찬가지의 국제관계로 파악하여야 되며, 따라서 삼국관계는 대내문제가 아니라 대외적 국제관계로 취급해야할 것이라 본다.

- 이호영, "신라삼국통합과 려-제패망원인론"(서경문화사, 1997) 17쪽.


말꼬리 -----

1.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제3의 길(부체제론과 연맹왕국론에 대한 제3의 길이라 직접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은 좋아하지만 백제통합전쟁론은 찬동하기 어렵더군요.

2. 

지난 신라사학회 삼국통일전쟁에 대한 발표 요지 PDF를 가진 분의 자비를 굽신굽신. 

3.

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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