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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전쟁사를 공부할 때 생각해야할 것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전쟁사를 공부할 때 생각해야할 것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9. 4. 23. 23:39

군사용어 중에 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라는 것이 있다. 우리 말로 하면 작전요구성능인데 무기를 산다거나 새로 개발한다고 할 때, '아빠아빠 저거 사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은 이케조케 싸워야하니 난 이런 무기가 필요하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화력전을 하겠다면 화력전에 걸맞는 것을 주로 지를 것이고, 기동전을 하겠다면 거기에 맞는 것을 구한다. 또 앞으로의 전쟁은 요걸 것이다란 전망이 서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고.

또 우리가 정찰전력이 부족하다면 그에 걸맞는 것을 사고, 우리는 프랑스 무기류가 적합하다 하면 그 나라 것으로 도배를 하고, 가진 돈이나 관리 역량에 따라 고르기도 하고. 암튼 복마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디 후방지원업무를 도외시하고 이나라 저나라 무기 박물관을 세우려는 나라가 아니라면, 적어도 전쟁중에 있는 대한민국 수준의 나라라면 그 중간에 무슨 야바위가 있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들고 싸울만한 것을 장만한다는 말이다. 가끔 스펙암기가 전부인줄 아는 자칭 밀덕들이 무기 품평을 하는데 그 중 하나는 그 사용하겠다는 나라나, 그 무기를 만든 나라가 다를 경우, 두 나라의 전쟁교리같은 부분은 생각치 아니하고 단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러시아제 전차는 사출포탑으로 유명하다만, 러시아무기에 환상을 품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제원과 실성능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고(러시아제의 구경이 큰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구 수준의 관통력이 안나와서지) 또 수출용은 다운그레이드하기도 해서지만 기본적으로 제조국과 사용국의 교리가 달라서 생기는 것은 전혀 생각치 않는다.(러시아 기술의 한계는 입아프다) 개인적으로도 러시아제 무기라면 제원에서 일단 일정량을 빼고 보는 입장이다만, 러시아가 유럽대평원을 가로지르는 방법에선 그렇게 만드는 것이 가장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 본다. 러시아처럼 증기롤러 돌리지 못하면(약점따윈 무시하고 될 때까지 간다는 태도 포함) 어느 나라도 안될꺼야. 반대로 미국무기를 사도 미국처럼 전쟁수행이 안되는 나라는 움직이는 과녁판 되는 거고.(사우디 애들 M1 굴리는 거 보고 설마 개그지같은 땅크라고 하는 건 아니지???)

한국의 군사특성을 빗댄 단어로 포방부란 단어가 있는데, 포를 사랑하는 한국의 군사적 전통, 구소련의 방식에 최적된 적성국가를 상대해야하는 여건은 한국이 만들거나 선택한 무기체계의 특성을 규정한다. 자주포를 만들다보니 극강가성비의 괴물이 나오고, 이지스함을 만들어도 화력포화상태로 뽑아내는 것이지. 전쟁을 좌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라는 존 키건의 주장은 틀렸지만, 적어도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은 문화에도 좌우된다고. 

전쟁이란 것을 공부한다면, 적어도 자신이 제대로 공부한다고 나대고 싶으면 무기 제원이나 전투 경과만 달달 외우지 말아야 한다. 과학이나 경제도 알아야하고 외교도 알아야 하고. 군사교리는 물론 해당사회의 사유체계도 이해해야 한다. 

왜냐고? 전쟁은 모든 인간집단의 욕망이 가장 극적으로 충돌하는 행위거든. 정말 목숨걸고 하는 짓인데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같아? 그냥 숫자 몇 개와 연대표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어?

말꼬리 -------------------------------------

본디 귀족사회 물건의 특성을 설명한다고 ROC를 끄집어냈다가 걍 여기로 갔네. 지금은 이름이 사라진 삼천포(현 사천시)로 가버린 글. 진짜 쓰려고 했던 글은 내일혹은 모레.. 

다음 등판하실 분은 이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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