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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폼생폼사의 역사..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고대사 잡설

폼생폼사의 역사..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9. 4. 26. 14:08

리뷰글을 보다보면 짜증나는 요소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자기 생각, 취향, 필요랑 차이거 나면 돈낭비라고 하는 댓글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김밥천국이나 편의점 음식 이상은 무조건 돈낭비다. 물론 가성비는 물건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다. 애써 저품질의 물건을 고비용을 주고 사려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물건의 쓰임새는, 그 가치는 가성비만으로 정해지진 않는다. 무조건 편리함만을 따지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도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 다른 생각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물안의 개구리가 아닐까?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도자 의자의 파편을 두고 한 번 생각해보자. 고려와 조선시대에 청자와 백자로 만든 의자가 있는데 행구동에서 발견된 것도 그 중 하나다.

일단 고려로 올라갈 수록 도자기는 일반 평민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려 청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초기만해도 지금의 눈으로 봐도 질이 떨어져 보이는 초도생산품이 왕릉에 부장되었다. 그나마 조선시대 와서 많이 보급되었지만 그것도 고려 때와 같은 고급 취향을 버린 후애야 가능했다. 설령 그릇으로 보급되었다고 해도 저걸 깔고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선시대 남쪽의 마루가 북쪽의 온돌과 만나는 시점에 지금 사람들이 아는 한국의 좌식문화가 형성되었지만 고려시대 기록만 봐도 최소한 상류층 사람은 중국식의 의자와 평상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저것은 편했을까? 현대에도 세라믹 재질의 물건이 많이 쓰이지만 적어도 편안함을 주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엉덩이야 비싼 방석을 쓰면 된다지만 금속이나 나무로 된 앉을 거리에 비하면 관리가 어려웠을 것이다. 견고함과 무게의 최적값을 찾아내긴 어려울 것이다.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깨질 것이고, 그렇다고 관리하기엔 가볍지도 않다. 한 번 사면 오래오래 쓰려고 해도 그게 맘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비싼데 잘 망가지고, 수리라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지금 저런 물건을 일반적인 가구상에 내놓으면 초반 호기심에 몇 사람이 사겠지만 금새 소문이 나서 재고가 될 것이다. 하다못해 애들이 있는 집은 위험하고, 또 금새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급상점에 놓으면 잘 팔릴 것이다. 물건을 세심하게 다뤄줄 사람(고용인)이 있고, 망가져도 땅을 치고 통곡하며 아까워하지 않을 것인데, 다른 사람과는 차별을 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살만한 것이다. 아마 저 물건을 사용했을 사람들도 타인과는 다른 나만의 멋을 위해 샀을 것이다. 그럴 경제력도 되고, 또 알아줄 타인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유물 중에는 과학기술과는 별개로 지금의 시각에서는 터무니 없이 부적합한 물건들이 있다. 돼지새끼에게 사람의 젖을 먹인다고 특별히 건강에 좋다거나 황홀한 맛은 안나올 것이다. 금박의 병풍을 치고 밥을 먹으면 항암효과가 있나, 미용효과가 있나.

폼생폼사가 되거나 필요한 사람은 폼에 살고 죽을 것이다. 그게 필요 없는 사람은, 쓸 수 없는 사람은 안쓰는 것 뿐이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중동이나 러시아의 부호들이 쓴다는 금으로 덮은 핸드폰이 10G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쓰는 사람에겐 그것은 단순한 허영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과거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신분제나 사회사, 경제사 등을 공부하는 사람이 허영이라고 단정짓는 순간, 그의 시야각은 바늘구멍으로 좁아진다.

말꼬리 --------------

중박에 전시된 청자투각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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