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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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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녀의 금서목록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사료비판(강종훈 - 한국고대사 사료비판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23. 2. 13. 21:51

사료비판, 아예 역사이론 자체가 상당히 무시받는 종목이다. 독해(정확히는 판독)능력이 사료 해석의 전부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갠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영역판과 국내 번역본을 비교해가며 살펴본 일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정확한 서술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4권이었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의 문제점은 이쪽 바닥의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겠으나 해당 사적에 대한 평가는 자의적이지만 되려 당시의 역사상 등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파고들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종의 번역본에서는 아예 기본적인 로마 군제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기까지 한다.(지금 최선본이라 불리는 것에서도 발견) 어떤 번역본은 영문학 전공자가 번역했고, 어떤 것은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것이다. 물론 문장의 질은 압도적이다. 그런데 문장보다 정보제공에 문제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적어도 시오노 나나미가 해당사안에 대해 가장 깊은 이해도를 보여준 것만은 사실이다. 적어도 결론과 방향성은 거지같아도 기본적인 사항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시오노 나나미 옹호가 아니라 강정인의 "군주론" 번역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언어에 대한 능숙, 해당 주제에 깊은 이해 둘 다 가질 수 없다면 어떤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인가를 고민해야할 문제고, 또 사료의 해석이라는 것이 단순히 외국어 능력으로 판가름되어지는 것이 과연 둏은 것이냐에 대한 얘기다. 또한 이런 고민이 현재와는 다른 문자로 된 서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이어져야 하겠지.

한국에서 사료비판이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도 서양사학의 이론이 태반이다. 거의 대다수의 역사학 전공 과에서 다루는 개론은 서양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사학이론을 주로 다룬 것이 서양사학계이기도 하고. 이 부분에 대한 책이나 논문도 이쪽의 성과물이 압도적이다. 

반면 한국사를 비롯한 한자문화권의 전근대 사료를 보는 법에 대한 책은 극히 드물다. 물론 고전번역원에서 내놓는 일련의 책이 있지만(예 : 장순휘, "역사문헌교독법") 이건 심화학습이지 개론은 아니다. 최초의 역사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유지기의 "사통"이 있지만, 일단 두께부터(솔직히 100쪽은 줄였어야 하지 않나 생각) 겁부터 주고, 이 책이 유용한 건 초당 때 편찬된 8국사까지다. 그 이후의 책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료강독이라는 과목의 비중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간만에 책 이미지를 끌어오자니 그래 24보다 교보다 더 편해졌다..

한국사, 그 중 고대사 관련 사료를 대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에 대한 책이 무려 6년 전에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이 화제가 된 적은 없으며(이걸 손에 쥔 지가 몇 해인데 이제야 소개하는 냔도 있고) 여전히 1판 1쇄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아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둏아해야 말아야 하나 판단하기 어렵다. 

서평으로 하려면은 이 책의 내용을 평가하여 장단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겠으나 아직도 그럴 능력, 솔직히 말해 세상이 문제야~라는 식의 글을 쓰고 있지만 짐순이두 이 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책에 문제가 있다가 아니라 읽는 냔의 수준이 떨어질 뿐이다.

사료라는 것이 고고학처럼 얘기하면 늘 토층이 교란될 위험에 처해있다. 지진이 일어나 땅 속을 다 헤짚어 놓던가, 또는 인간 활동에 따라 원래 자리를 이탈하기도 한다. 빗살무늬 토기가 조선시대 토층에서 나왔다고 치자. 제대로 머리가 박힌 고고학자라면 조선시대에도 그 토기를 사용하였다고 보고서에 적고 학회지에 발표하진 않을 것이다. 지질할동으로 토층이 교란되었거나 후대에 발견했다가 재폐기했다고 하겠지. 혹은 시대에 따라 복고풍이 있었다고 추정할 근거가 있어서 그리 해석할 수는 있겠다.

사료도 그러하다. 누가 썼느냐에 따라 다르다. 1980년 5월에 광주에서 일어난 참극도 지만원이 썼느냐 조갑제가 썼느냐, 또다른 현대사학자들이 섰느냐에 따라 의도와 결과물이 다를 것이다. 최소 500부는 뽑고, 또 거기에 일정분량을 공공기관에 납본하는 시대라 덜하지만 과거 단일부수의 책의 보관상태에 따라, 또는 필사를 했을 때 필사공의 그날 상태와 지식수준에 따라 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피해가면서 진짜 일어난 일이 뭔가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사기부터 당초에 나온 위진남북조의 8국사까지, 현재 원본 상태로 완벽하게 전해지는 건 몇 종인가?(여기에 20여종이나 되는 후한대 역사서 중 살아남은 게 두 종-원굉의 후한기까지-, 수서, 양당서 예문지에 실렸는데 전하지 않는 책은 몇 종인가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원래 이 블로그 글이 그렇듯 서문이 길었다. (원래 이 블로그의 방침은 서론, 그 배경에 집중한다에 집착하는 곳이다. 그건 절대 고칠 생각이 없다. 오던가 말던가) 이 책은 그런 문제에 대해 최초로 언급하기 시작한 책이다. 한국사학계도, 고대사학계도 사료를 해석하는 방법론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런 '비기'들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이 책은 그 부분에 대해 충실하다. 읽는 이들에 따라 부족한 면이 있으면 그건 더 보충하면 될 일이고, 일단 정리를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못해 치사량의 마약을 들이킨 듯한 가상체험을 하게 해준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많이 언급되지도 팔리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짐순이가 보기에 이렇게까지 조용한 반응을 보일 책인가 싶다.

이 두껍지 않은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총론과 각론. 일단 제발 교재로 활용하기 바라는 총론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2장은 일반적인 사료학 개설이고, 3장부터는 한국고대사의 사료들이 가진 특성, 접근할 때 주의해야할 점을 다루고 있다. 일단 시작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필수적인 내용이다. 특히나 필사의 시대를 거쳐 활자로 정착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은 사료들이 어떤 "교란"을 거쳤는가를 머리 속에 담아두는데 필요하다.

제Ⅰ부 사료 비판 총론 
제1장 사료란 무엇인가? 
1. 사료의 정의와 종류 
1) 유형의 사료 
2) 무형의 사료 

2. 사료의 분류 
1) 문헌 자료에서의 1차 사료와 2차 사료 
2) 금석문 자료에서의 1차 사료와 2차 사료 
3) 직접 사료와 간접 사료 
4) 2차 사료와 3차 사료 

제2장 사료 비판은 왜 하는가? 
1. 사료 비판이란 무엇인가? 
2. 사료 비판은 어떻게 하는가? 
1) 외적 비판: 사료 자체의 진위 판별 
2) 내적 비판: 사료 내용의 사실성 판별 

제3장 사료를 파악할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가? 
1. 비판적으로 접근하되 지나치게 말살적인 태도는 경계해야 
2. 사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3. 필사 및 재록(再錄) 과정에서의 오류 가능성을 고려해야 
4. 판본(版本) 제작 과정에서의 착오 여부에도 신경 써야 
5. 사료의 맥락을 제대로 짚을 수 있어야 
6.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아야 
7. 선학의 불합리한 추측을 금과옥조로 삼아서는 안 돼 
8. 사료를 남긴 사람의 의식구조를 잘 살펴보아야 
9. 기타 유의할 점들
10. 사료를 대할 때 가져야 할 자세

제4장 중국 측 문헌 자료의 사료 비판
1. 한국 고대사 관련 중국 측 문헌 자료의 사료적 성격
1) 중국 왕조가 직접 관련된 사건을 기록한 자료 
2) 중국 왕조가 접촉을 가진 상대 국가의 내부 사정을 기록한 자료 

2. 왜곡과 와전(訛傳) 
1) 전언(傳言) 과정에서의 의도적 왜곡의 사례
2) 관찰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와전(訛傳)의 사례
3) 과장된 전언(傳言)의 무비판적 수록의 사례
4) 전쟁 관련 기사에서 보이는 의도적 왜곡의 사례
5) 혐오감과 멸시감이 반영된 왜곡의 사례

3. 전록(轉錄) 과정에서 비롯된 오류
1) 교감(校勘)에 있어서의 오류의 사례
2) 필사본의 전승 과정에서 발생한 ‘오자(誤字)’의 사례
3) 전록 과정에서 발생한 ‘도치(倒置)’의 사례
4) 일부 판본에서의 자의적 단락 구분이 초래한 ‘오해(誤解)’의 사례

4. 선입견에서 발생한 오독 및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왜곡 
1) 사서 편찬자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오독(誤讀)’의 사례 
2) 명칭의 자의적 변개가 유발하는 오해의 사례 
3) 연구자의 오독이나 자의적 해석이 빚어내는 왜곡의 사례 

제5장 금석문 자료의 사료 비판
1. 금석문 자료 활용에 있어서의 유의점
1) ‘동시성’의 적용 문제
2) ‘단편성’과 관련된 오해의 문제

2. 광개토왕릉비문의 사료 비판
1) 정복 활동 관련 서술에서 보이는 특징
2) 소위 ‘신묘년 기사’의 사료 비판

이 책의 다음 단계로 장순휘의 "역사문헌교독법"으로 가고, 그 사이에 유지기의 "사통"을 읽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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