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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1 - 발가락이 닮았네..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고구려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1 - 발가락이 닮았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13. 12:52

원문

山上王 諱延優 一名位宮 故國川王之弟也 魏書云 "朱蒙裔孫宮 生而開目能視 是爲太祖 今王是太祖曾孫 亦生而視 人似曾祖宮 高句麗呼相似爲位 故名位宮云" 故國川王無子 故延優嗣立


해석

산상왕의 휘는 연우이고 또는 위궁이라 하며 고국천왕의 동생이다. 위서에 이르기를 "주몽의 후손 중에 궁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태어나면서 눈을 떠서 볼 줄 알았다. 그가 바로 태조(왕)이다. 지금 왕은 태조의 증손으로 또한 나면서 볼 수 있었으니 사람들은 증조 궁과 같다고 여겼다. 고구려에서는 서로 같은 것을 일러 위라고 부르니 고로 이름을 위궁이라 한다"고 하였다. 고국천왕에게 아들이 없어서 고로 연우가 뒤를 이었다.


역시 모자이크 없으면 볼 맘이 안들죠.

동천왕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그의 아버지인 산상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비록 국사책에 나오지 않는 마이너한 왕이고 그렇게 연구성과가 풍성하게 남지 않은 왕들이래도 이들이 가지는 무게는 사실 엄청 큽니다. 


고구려사 수업을 할 때마다 땅따먹기 대왕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기 보다는 그의 삼촌인 소수림왕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개혁정책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정복왕이 세트로 태어나도 활약을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앞으로 강국으로서의 고구려를 이어나가는 첫 걸음은 산상왕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천왕이 왜 사랑받느냐를 이야기 하려면 산상왕의 즉위과정부터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연초까지 백제랑 신라는 출연 없다 이겁니다.(어차피 누가 태클을 걸겠습니까. 나는 나쁜 아이인뎁)


우선 그의 아버지부터 이야기하지요. 산상왕의 이름은 연우, 그러나 또 다른 이름인 위궁으로도 불립니다. 요건 아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태조왕인 궁과 닮았다는 뜻으로 위궁이라는 이름이 붙는데 요거 부터가 매매한 것이. 삼국사기 족보대로라면 태조왕은 그의 할아버지가 됩니다. 태조왕-차대왕-신대왕-고국천왕-산상왕 이렇게 이어지지만 태조왕~신대왕, 고국천왕과 산상왕은 형제상속입니다. 즉 기록대로라면 부자상속은 신대왕으로부터 고국천왕으로 이어지는 계승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 기록의 차이를 이상하게 여겨 태조왕과 차대왕을 부자상속으로 보거나, 아니면 북한처럼 몇 명의 왕이 누락된 것으로 보고 중간중간에 끼워넣어 계보를 이해하려 합니다. 저요? 저야 그건 그 시대 전공자들이 해결해봐..죠. -_-;;;


사실 기록이야 처음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이니 누락이 되기도 합니다. 

살이 더 붙는 것처럼 다이어트도 가능하다 이거죠.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원래 어지간한 아침드라마보다 더 복잡한 족보를 정리하다가

기록에 착오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개토왕릉비와 삼국사기 간에도 왕의 계보의 수치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아 요 시기를 전후해서 고구려에서 나름 교통정리를 했다는 의견도 있지요.

사실 이 이야기는 모두 합당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고구려 사람들이 당시 어떻게 했는지를 모르니까 '요거다!'를 못하는 것이죠.

굳이 말하자면 '범인은 이 방안에 있다!'라고 소리를 쳤는데 그외엔 증거가 없달까요?

아무리 나쁘고 야멸찬 아이지만 여러분들 엿먹으라고 안가르쳐주는 거 아닙니다.

엉.엉.엉.. 훌쩍~.


하여간 그는 태어나자마자 눈을 떠서 무언가를 바라봤다 합니다.

그러나 아홉달 열흘, 엄마 뱃속에서 사느라 눈을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가

갑자기 스스로 눈을 뜨고 사물을 응시할 수 있을까요?

어둠 속에 있느라 눈을 사용하지 못해 눈도 잘 못뜨고 

눈을 떠도 촛점도 못맞추는 게 정상인데도요?

어쩌면 이는 산상왕의 위대함(그리고 태조왕도 덩달아, 아니 그 반댄가?)을 강조하려는 수사죠.

그 이전이라면 태어난지 7일만에 곤지곤지잼잼도 아닌 활을 잡아 파리를 잡고

또는 태어나자마자 존 트라볼타의 포즈로 세러데잇 나잇 피버~, 아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친다거나

구야 아저씨 집에는 여섯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하나 키가 크고요 나머지는 작데요~도 아니고

뭔가 약합니다.

하다 못해 나뭇잎으로 대동강을 건너거나 축지법 정도는 써야지.(탕!)

그냥 찡그린 표정으로 이게 뭐야 하는 얼굴을 보고 사물을 관찰하신다..라고 착각한 것도 아닐테고요.

게다가 그는 신대왕의 셋째 아들이었습니다.

왕위 계승권자도 아닌데 이런 신화가 아주 초기부터 만들어질리가요.

어쩌면 신이한 능력의 의미가 감소되어가는 무당들의 황혼기에 태어났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왕이 되어버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신성성의 한계가 아닐까요?


마지막 문구로 고국천왕의 아들이 없어 뒤를 이었다는 말로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여보시오. 의사선생, 지금 셋째라 하지 않았소? 내가, 내가 왕이 아니라니!

이런 비명이 들려옵니다. -o-~

동천왕을 만들어낸 나름 헬게이트는 다음주부터 열립니다.

(누군가에겐 헬게이트지만 누군가에겐 꽃이 피는 첫 걸음이 됩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말꼬리 :

화욜에는 동천왕 이야기, 목요일엔 고구려사 이야기를 풀다보니

당분간 백제랑 신라의 출현은 땜빵으로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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