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도둑을 없애는 법 본문
지난 주말과 오늘에 걸쳐 약간의 시험이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용산역에서 춘천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려는데
발치에 만원지폐 뭉치가 걸리더군요.
그리고 오늘 아침 종각역에서는 오천원 지폐가 눈에 띄었습니다.
원체 병약하지만 소심한 저라 그냥 지나치고는 아쉬움에 돌아보기는 하였는데
(그거 다 줏었으면 한국군사사 1권, 혹은 은하영웅전설 소설판 4권 가까이 샀겠지요. -_-;;)
그냥 속으로 이거 누가 몰래 시험하는 거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아~ 너는 착한 아해로구나~!
뭐, 혼자만의 망상이고, 그저 하루하루 어른들의 물이 들어가는 19세의 우울함입니다.
과거의 역사서에 태평성세의 표현으로 많이 애용되는 것 중 하나인 것이
땅에 물건이 떨어져도(혹은 황금이기도 합니다) 하루가 가도록 줍는 자 없었다..
라는 말입니다.
(아주 지독한 형벌을 사용한 몽골의 예지만) 어느 상인이 길에서 돈을 떨어뜨리고는
나중에 생각이 나서 길을 돌아갔더니 누군가 종일 지키고 있더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연 요순의 이상시대, 혹은 그리스 신화에서의 황금시대는
인간의 욕망마저 싹트지 않은 시대라는 것일까요?
모두들 착하게 살기만 한 낙원이었을까요?
우리는 선사시대로부터 매우 치열한 경쟁(좋게 말해)이 있다는 걸 압니다.
전쟁도 아주 초기부터 있었지요.
자연계 전체에서는 형편없는 유인원계열인지는 몰라도
그 내부의 다툼은 치열합니다.
설마요, 우리의 조상이라고 텔레토비 동산의 전파뚱땡이들처럼 착했을 리가요.
(차라리 우리의 부모님들이 소싯적엔 턱시도 가면이라던가
프리큐어, 세일러문, 웨딩피치의 맴버였다고 믿는 게 낫지요.
아니면 우리의 역사를 꽃욕심이 피는 첫걸음이라고 요약정의하던가요)
아무도 이해못할, 개그랍시고 짤방을 올리는 패기!!!
결국 사람들이 구한 도둑 없는 사회의 구현해법은 덕과 법이었습니다.
성스럽거나 모범이 될만한 사람의 길을 열심히 흉내 내던가
(이건 유교적 이야기기도 하지만 다른 종교에서도 쓰이는 방법이죠)
아니면 아주 가혹한 법을 적용시켜 차라리 굶어 죽는 게 이득이란 생각을 박아놔야죠.
(현대사회에서도 뇌물보다 더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거두면 줄어들기도 합니다.
청의 옹정제같으면 아주 파산을 시켜버렸지요)
적어도 한반도와 그 북방의 사회에서는 강력한 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언급한 대목이 삼국시대 초와 후반부의 모습을 말해줍니다.
(전문을 인용하기는 하지만 진하게 표시한 곳이 이 글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형벌은 엄하고 각박하여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그 집안 사람은 적몰하여 奴婢로 삼는다. 도둑질을 하면 [도둑질한 물건의] 12배를 변상케 했다. 남녀 간에 음란한 짓을 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였다. 투기하는 것을 더욱 미워하여 죽이고 나서 그 시체를 나라의 南山 위에 버려서 썩게 한다. 친정집에서 [그 부인의 시체를] 가져가려면 소와 말을 바쳐야 내어준다. 兄이 죽으면 형수를 아내로 삼는데 이는 匈奴의 풍습과 같다.
-『삼국지』위서 동이전 부여조
감옥이 없고 범죄자가 있으면 諸加들이 모여서 評議하여 사형에 처하고 妻子는 몰수하여 奴婢로 삼는다.
-『삼국지』위서 동이전 고구려조
그 나라의 형법은 모반한 사람과 반역자는 먼저 불로 지진 다음 목을 베고, 그 집은 적몰하였다. 도둑질한 사람에게는 [도둑질한 물건의] 10여배를 징수하였다. 만약 가난하여 징수할 것이 없거나 공적ㆍ사적으로 빚을 진 사람에게는 모두 그의 아들이나 딸을 노비로 주어 보상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서』이역열전 고려조
물론 강력한 법만이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무려 2천년 전에 답이 나왔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말을 하면서도 뒤에선 몽둥이를 준비합니다.
이는 아직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가지지 못한 고대사회가
그나마 최대한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택한 방법일 것입니다.
또한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지금도 그렇지만) 가지지 못하는,
거기에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던 권력이
혹시나 있을 반항(권력의 도전이거나 단순한 재산 약탈)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선택한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도둑을 없애는 법에 대해 또 하나의 대안이 나왔었지요.
계강자가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을 근심하여 공자에게 물었더니
공자왈 ‘진실로 당신이 바라지 않으시면 비록 상을 주어도 훔치지 않습니다’
-『논어』안연
바라지 않으시면을 때론 당신이 욕심을 버리시면이라고도 읽기도 합니다.
군주를 쫓아내고 나라를 훔친 당신들이 욕심내는데 누가 본받지 않겠느냐.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한다면 공자가 수꼴이라느니
그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합니다)
지난 주에 법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길에
또 한 번 써먹을 거리가 없을 까를 고민하다가
이렇게 질러봅니다.
말꼬리 --------------------
1. 저 짤방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애 말 좀 들어요)
2. 간만에 고구려사 정리글 준비중인데 정말 자료가 없네요.
3. 화요일에 올라갈 동천왕글부터 쓸 준비가 앙대었땅!
4. 롤링스톤즈, 이글스 노래 듣는데 가사를 읽고나니 어린 마음 두렵구료.
'한국고대사이야기 > 고대사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온도차이, 빅뱅직후 이야기.. (10) | 2013.02.26 |
---|---|
만약 짐순이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22) | 2013.02.19 |
남월은 죽었어! 이젠 없어! 하지만 내 지도책에, 내 역사책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21) | 2013.01.07 |
그 많던 역사학자들은 다 어디갔을까? (16) | 2012.12.10 |
미국 상원의 고구려사 언급 수정에 대한 행간읽기.. (14) | 2012.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