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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상왕 12년 - 왕이지만 아이만 있으면 마누라가 늘어나도 상관없잖아?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고구려이야기

산상왕 12년 - 왕이지만 아이만 있으면 마누라가 늘어나도 상관없잖아?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2. 12. 14:01

원문

十二年 冬十一月 郊豕逸 掌者追之 至酒桶村 躑躅不能捉 有一女子 年二十許 色美而艶 笑而前執之 然後追者得之 王聞而異之 欲見其女 微行夜至女家 使侍人說之 其家知王來不敢拒 王入室 召其女 欲御之 女告曰 “大王之命 不敢避 若幸而有子 願不見遺” 王諾之 至丙夜 王起還宮


해석

12년(208) 겨울 11월에 교제에 쓸 돼지가 달아났다. 담당자로 하여금 그를 쫓게 하였더니 주통촌에 이르렀을 때, 마구 날뛰는 것을 능히 잡지 못하였다. 여자 한 명이 스무 살쯤 되어 보였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고왔다. 여자가 웃으며 앞다리를 잡은 연후에 쫓아온 자가 사로잡을 수 있었다. 왕이 그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게 여겨 그 여자를 보고 싶어 하였다. 밤에 몰래 나와 그 여자의 집에 이르러 시종으로 하여금 설명케 하니 그 집에서는 왕이 온 줄 알고 감히 거부하지 못하였다. 왕이 건물로 들어가 그 여자를 불러 갖고자 하였다. 여자가 고하여 말하기를 ‘대왕의 명은 감히 피할 수 없으나 만약 다행히 아들이 생기면 원컨대 버림받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자 왕이 이를 허하였다. 깊은 밤, 자정이 되어서야 왕은 환궁하였다.


모자이크는 죽었어! 이젠 없어! 하지만 내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과거 왕조시절의 출산은 참으로 복잡했습니다. 1차적으로 왕은 자식이 많아야 됩니다. 워낙 영유아 사망률도 높던 시대이고 의학이 발전하지 못할 때라 아이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안심이 됩니다. 또한 남자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왕에게 형제는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언제나 왕은 잠이 든 순간까지 자기의 가슴을 지켜야 합니다. 정말 최후의 순간에 자기 곁을 지켜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고구려의 왕자, 왕제의 수난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합니다. 언제 정적이 될지 모르니 발빠르게 제거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자랄 때는 같은 아버지의 자식들이지만 차후 권력의 향배가 결정되면 단 한 사람과 나머지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되겠지요. 원래 처음부터 아랫것들에게야 그것은 그러려니 하던 거지만 평등하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신복해야하는 입장과 또 그 엎드린 마음 속에 뭐가 있을지 몰라 두려운 사람의 차이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식들이 자라서 고민할 문제고 현재 산상왕에게는 자식이 없습니다. 친구가 없어 고민하다 하렘맛스타가 되어버린 어느 반금발 짝퉁양아치도 있지만 친구가 없으면 애인들을 만들면 되는 거니까 제쳐두고.. 아예 다음 왕위를 이을 아들 걱정을 하는 시점인 것이지요. 그 당시의 짧은 수명을 생각하면 왕 재위 10년은 불안할 땝니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왕의 통치 자체가 불안해지니까요.


어느 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데 쓸 돼지가 사라졌다 합니다. 

황금가지같은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희생은 엄밀한 선별과정을 거치고 나서 매우 정성스럽게 관리합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티가 생기면 그 해 제사는 꽝이 되고

성이 난 하늘은 분노를 내릴 것입니다.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포획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상처가 나므로 그냥 쫓아가는 방법밖에 없지요. 

(유리왕 때 이 돼지가 달아나 다리에 상처를 내서 사로잡자 

왕은 담당자를 구덩이에 파묻어버립니다)


물론 이렇게 생기진 않았을겁니다. 이토 카나에라면 모에지만..


그리하여 그 돼지는 주통촌에 이르러서야 어느 고운 아가씨의 힘으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제사를 그르칠 뻔했던 담당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왕에게 사후보고를 했겠지요.

왕은 그 과정보다 그 아가씨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이후는 저기 해석과 같은 이야기지요.

(청#출판사의 이@기한&사라는 책이 좀 야설틱하게 각색을 했습니다. 

심심하신 분은 그걸 보세요. -_-;;)


여기서 그저 그렇게 일어난 일들이라 할 말은 그닥 없고

그나마 관심을 끌만한 키워드인 교제郊祭가 있는데

이건 또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고구려의 제의와 관련된 문헌들을 뒤져봐도 

고구려본기에만 3번 등장하는 교제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제의에 대한 연구도 적은데 

그나마 최광식선생님 박사논문에 딱 한차례 이름만 등장.

요 산상왕 시리즈가 끝나면 제의 관련 글이 나오지 싶은데 

거기서 다뤄보기로 하죠.

정문연본 삼국사기 주석서에 한 번은 나오지 싶은데 

지금 이 순간, 그 책이 없군요.


사실 이글도 다음 단락이 매우 중요해지므로

그것을 위한 도입부이긴 합니다.

재미 없어, 왜 이 글에는 에로모에요소가 없네.. 태클은 사양합니다.


왕한테 이럴 수는 없다는 게 '에'로사항!


말꼬리 ------------

제목은 나는 친구가 적다 NEXT 7화의 제목을 한 번 더 꼰 건데

다음 편은 또 8화의 제목을 꼰 게 되지 싶습니다.

(이글을 쓰는 현재 5화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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