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사학과를 여행하는 뉴비들을 위한 안내서 - 전반부 본문
보통 이런 분들을 위한 안내글에는 이 직업의 장래, 전망 이런 것을 들 수 있는데
오늘 올라갈 글에는 그딴 거 없다.
전망?
사학과에 들어가니 당연히 공부해서 교수가 되어야지..
이런 야망 품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꿈깨라.
솔직히 자리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80년대 중후반 임용된 세대가 정년퇴임을 하게 되는 시대가 오면
자리가 많이 나지 않게쓰냐란 전망을 했지만
그보다 학교가 이젠 안뽑는다.
1995년 연세대가 한번에 교수 200명을 뽑은 적이 있다.
그때 학교 관계자가 교수 1명 유지하는데 얼마가 드는데
우리 학교는 미래를 위해 그러한 투자를 기쁘게 합니다..라고 했던가.
미안하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한정된 자원을 어느 곳에 투자해야하나를 고민할 때,
(물론 상당수의 학교는 정말 돈이 없고, 또 다른 학교들은 재단의 몸집만 생각한다)
적어도 돈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역사전공의 교수임용을 위해 노력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과 교수보다 연구교수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도.....................................................)
그래도 해보겠다면 자신이 정말 굶어도 좋다.
사회가 내 자리를 주는 게 빠를까, 내가 굶어 죽을 것이 빠를까 경쟁해볼 패기가 있거나
어차피 많은 돈, 펑펑 낭비하느니 공부라도 하는 게 더 낫다는 집안 출생이면 가능하다.
이를테면 애비가 돈은 많으니 살림 걱정은 마라,
우리 집안에도 박사하나 쯤 있으면 좋지 않겠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면 좋다.
펑펑 쳐마신 술이야 나중에 병으로 돌아오거나 가산 탕진으로 돌아오니
차라리 공부벌레가 낫겠지.
어떤 분들은 너무 기죽는 소리 아니냐고 할 것인데
솔직히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가니만큼
쥐뿔도 모르고 걍 댐벼들면 다 되지 않을까하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댁들도 이제 어른이다.
오냐오냐 귀한 자식은 집안에서만 통용된다.
밖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지 집에서는 모두 귀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엄마처럼 다 받아주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뭐 정보도 모르면서 걍 댐비면 다 될 줄 아는 애들,
보는 입장에선 짜증난다.
하다못해 도박하는 애들, 3할만 치면 잘한다는 야구 선수들,
다 마주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 정도는 기본적으로 깔고 간다.
걍 공 날아오면 휘두르는 애들 같지.
야구 커뮤니티보면 맨날 욕먹는 애들, 정말 허접 같지.
적어도 1군 구경이라도 하는 애들 중에 고교때 야구 못한 놈 없다.
각 팀의 쩌리가 알고보면 교교야구대회 MVP. 청대출신.. 뭐 이래.
(하다못해 한화의 신경현도 군산에선 야구천재소릴 들었다구)
적어도 고수가 되려면 함부로 속단하고 깔보지 말자.
개방에도 고수는 넘친다.
그런데요, 이미 원서는 넣어 합격했고, 내일이 입학식이거덩요..
어쩌라구요...
이런 분들에게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처럼 남은 것이 있다.
바로 이야기할 것은 그 얘기다.
어차피 취직이 잘 안된다는 소린 한 번쯤 들었을 게다.
(안들어봤다면.. 아.. 막막해.. 해줄 말이 없다. 걍 잘 살아라)
그렇지 역사를 전공한다고 해서 바로 그 전공으로 취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선생? 요즘은 교육대학원 정도는 다니거나 열나게 공부해야지..
그런데 문제는 역사 교사 자체를 많이 안뽑고
이젠 서서히 교사입용도 줄어들 것이다.
집안에 사립학교 관계자가 없다면 그 길도 막막.
이러저러한 경로를 살펴봐도 역사학으로 밥먹고 살만한 직업은 안보인다.
발굴?
이제 발굴기관도 포화상태에다 점점 발굴도 줄어들 추세다.
일본의 고고학계가 겪은 길을 따라가는 중인데
아마 동아시아 고고학이라는 아이템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거다.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문화재 담당을 많이 뽑는 추세이긴 한데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졸업하고 도전 할 때쯤
그 자리는 다 만석이 되었을 거다.
그놈의 IMF 이후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많이 모였거든.
여기도 개나 소나 석사는 가지고 있으니
그 정도 따려면 더 늦어질꺼야.
아마 신입생 여러분들이 그 자격이 될 때쯤 개나소나 박사의 시대가 오겠지...
어제 올라온 유일한 답글이 마침 모대학 박물관 관장님의 아드님이 다셨는데
혹시라도 그 선생님께서 안보시길 빌어.
이건 누가봐도 "선생님 제 볼기짝을 야구배트로 날려주세요"..란 거잖아.
(물론 그 분이야 학계에서 가장 점잖으시지만.. 아! 내가 누군지 모르시겠징~)
이렇게 기분 나쁜 글만 주면 이건 병이지만 약도 있다.
정말 하고픈 말은 쥐뿔도 모르는 선배들의 개드립에 넘어가지 말고
(하긴 20살이나 먹었을테니 19살짜리 짐순이보단 어른이군화..쩝)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가길 바래서 하는 말이야.
공부할 깜냥은 안되면서 공부한다고 여럿 괴롭히거나
어차피 안풀릴 인생 술이나 쳐묵자..라는 낭비만 안했음 싶어서.
역사 자체로 갈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고 당분간은 그것도 포화상태다.
그러나 한국의 직업이 한자의 수를 넘어선 지금 그 길 밖에 없을까?
당근 많다.
그리고 다행히 역사학은 뭐에 걸어도 다 귀걸이가 되고 코걸이가 된다.
역사를 공부하고 과학을 붙이면 과학사가 되고
하다못해 식빵과라고 놀리는 식품영약학과랑 만나면 식빵사가 된다.
역사학을 아주 세밀히 파고들면 뽀죡한 바늘처럼 되기도 하지만
학부 레벨에서 갈고 닦은 것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기, 멀티롤 기체가 될 수 있어.
물론 전공 공부는 내팽개쳐놓고 도서관에서 토익책만 펴놓고
나중에 나 사학과 출신이라며 병맛소리 하다 지 지도교수 엿먹이는
바보들도 있긴 하다.
(언젠가 서울대 출신 기자가 지네 선생 엿을 먹이더라.
물론 본인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캬캬캬)
당연히 시대가 시대니 취직공부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토익책은 누구나 다 봐.
그런데 그게 매력이 없단 거지. 왜? 흔하니까.
적어도 전공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의 경우
전혀 취업과 거리가 먼 전공공부란 것이 그 사람만의 무기가 된다는 말쌈.
사학과 공부의 장점은 자료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에 있다.
뭔가를 해석하는 게 일차적 업무다보니 그것을 열심히 따라하다보면
자기가 뭘하든, 해당분야의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여러가지 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깔고 들어간다는 거지.
뭐, 삼국지 3번 읽은 놈과는 말다툼 하지 말라는 식의
만약 4년 간 충실한 공부를 축적해왔다면
엔하위키나 네이뇬만 쳐다보고
역사 떠드는 애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거지.
물론 여기에는 취업 공부 못지 않게 전공공부도 열심히 할 것,
(그냥 점수딸라고 공부하는 거, 시험 끝나면 다 지워지는 거. 그거 말짱 황임)
그리고 단순히 데이터만 달달 외는 게 아니라 생각 좀 하고...
재미난 게 사학과 나왔다고 다 그런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학교 다닐 때 이게 대체 뭔 소용인가 싶은 것도 다 도움이 된다더만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안했는데
지금 와보니 그것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러니까 오늘 밤 자고 내일 대딩이 되는 여러분들의 4년도
그리 허무한 건 아니라는 거지.
물론 댁들이 노력한 다음이지만..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은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다뤄보자구.
좋은 주말 되시고..
그렇다고 울진마여..
말꼬리 --------------------------------------------
1.
전, 역사학과인데요.. 이런 태클 사양. 그거나 저거나!
2.
아.. 요즘 글을 쓰는 게 귀찮아지네요.
쓸만한 게 없냐..라기 보다는 오늘은 뭘 고를까가 귀찮아져서...
다시 시동 겁니다.
'한국고대사이야기 > 고대사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기억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10) | 2013.03.11 |
---|---|
사학과를 여행하는 뉴비들을 위한 안내서 - 후반부 (30) | 2013.03.04 |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온도차이, 빅뱅직후 이야기.. (10) | 2013.02.26 |
만약 짐순이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22) | 2013.02.19 |
도둑을 없애는 법 (10) | 2013.01.28 |